빠까 리뷰
돈은 없지만 IT기기들은 계속 눈팅해. 남자가 쇼핑을 싫어한다고? 천만에. 카메라 하나 사는데도 몇날 며칠을 고심하는데. 셔터스피드가 얼마냐, 판형이 1인치냐 풀프레임이냐, 조리개가 몇이냐 등등. 마치 하버드에 갈 기세처럼. 그러나 살 순 없어. 오로지 눈팅. 딱 거기까지.
대신 유튜브에서 대리만족은 할 수 있지. 요새 많잖아. 테크유튜버라고. 새 폰 나왔다 하면 누구보다 빨리 손에 넣는 분들. 인버터 전자레인지부터 전자시계까지 종류도 다양하지. 근데 이 분들 믿을 수 있나?
과거 네이버 블로그야 이미 초토화됐잖아. 맛집 소개합니다! 내려 보니 웬 흰둥이랑 토깽이가 하트를 날리고 있네? 따봉충까지! 아, 불신의 덩어리들. 유튜브에선 그 전처를 밟지 않을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거 같아.
이번에 소니에서 신형 카메라가 나왔거든. 손바닥에 들어오는 귀여운 녀석으로. 온갖 영상에서 브이로그용으로 딱인 제품이 나왔다고 도배가 됐지. 심지어 힙합 비둘기 데프콘 형까지 동참했어. 허허, 근데 아무리 봐도 브이로그용 카메라가 아니거든. 아, 혹시 브이로그 모르는 분들을 위해. 비디오 블로그 줄임말이야. 길가다 보면 카메라나 폰으로 자기 얼굴 계속 찍고 있는 모습 봤지?
단점은 쏙 빼놓고 장점만 말하는 영상! 리뷰의 탈을 쓴 광고. 이전에도 여기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피부로 체감한 건 이번이 처음이야. 하긴 제품 손에 쥐어 주는데 어떻게 까겠어. 헌신적으로 홍보해야지. 간혹 협찬은 받지만 할 말은 하는 분들도 있긴 한데 생각해 봐. 회사에서 그런 발칙한 리뷰어들한테 계속 후원하겠어? 넘치고 넘치는 게 유튜버들인데.
아니나 다를까, 자본주의 노예들이라고 욕먹고 있더라고. 괜히 이상한 수작 부리려다 역풍만 맞았지. 근데 이상해. 가짜뉴스며 한쪽만 빨아주는 뉴스는 걸리지도 않는데 왜 전자제품 리뷰는 이렇게 민감할까? 뭐가 다르지?
그래! 이번 리뷰가 엉터리란 건 댓글지적으로 까발려졌거든. 차이는 댓글이었어! 네이버 뉴스란만 가도 기사내용보다야 댓글이 더 중요하지. 영혼을 다하여 쓴 댓글! 하루 8시간 꼬박꼬박 작업한 것 같은 노력이 보여. 그것도 수백 수천 개가!
이런 막대한 정성을 일개 유튜버한테 요구하는 건 무리지. 영상이야 하나 올리겠지만 어떻게 댓글까지 다 관리하겠어. 유튜브만 작업해야 하나? 게임이면 루리웹, 카메라면 SLR클럽에 팝코넷, 자동차는 보배드림, 컴퓨터는 쿨엔조이와 파코즈 등. 보통 일이 아니야.
댓글하니 한 때 화제가 된 삽자루 선생이 떠오르네. 수능 인터넷 강의 사이트들이 물밑에선 댓글로 3차 대전을 하고 있다는 걸 까발렸지. 수능 뿐만 아니라 공무원이고 토익이고 다 그런 일이 있었던 거야. 이 분들은 10년도 전에 이미 안 거지. 대놓고 광고 해봤자 별 소용이 없다는 걸. 진짜 고수는 댓글을 움직이지. 수험생과 취준생의 진심인 듯.
이번에야 소니가 어리숙해서 이런 삽질을 했다고 쳐도 다음번엔 분명 댓글까지 작업할건데 어떻게 하지? 소니뿐만 이겠어. 삼성, LG, 다 할 거라고. 흠. 차라리 댓글은 접어두고 양극단을 보면 어떨까?
한 쪽은 돈 받고 써준 티가 확 나는 리뷰. 다른 한 쪽은 까기만 하는 리뷰. 소수지만 찾아보면 분명 반대파가 있어. 나처럼 튀고 싶은 분이 한 두 명은 있거든. 이번처럼 소니 제품엔 캐논빠가 태클을 걸고 싶은 것처럼. 장단점 확실히 들어오고 최종 선택만 하면 간단하네. 언론도 비슷하겠지? 수구꼴통이라는 조선일보랑 좌빨페미라는 한겨레를 놓고 보면 뒤통수 맞는 일은 적을 거야.
아무튼. 어쩌다보니 소니까가 됐네. 오해하지 마세요! 5년간 쓰고 있는 카메라는 소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협찬 해주시면 영혼을 다 해서 빨아드리겠습니다. 사랑해요 소니!
할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