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투표
점 믿는 사람? 난 아직 철학관 초인종도 눌러 본 적이 없어서 잘 몰라. 종교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 그...좀 거시기 하잖아. 말 안 해도 알지? 자기 삶은 자기가 정하자 뭐 이런 거창한 건 아닌데. 뭐라고 해야 할까. 신 내림까지 받은 분들께서 로또 1등 됐다는 소문은 듣지 못했거든.
그렇다고 나쁘게 보는 건 아냐. 살다보면 정말 답답할 때가 있잖아. 뭘 해도 안 될 때. 어쩌겠어. 운명의 여신을 달래러 갈 수 밖에. 참고로 존경하는 선생님 한 분도 큰 일이 있으면 점을 보시더라고. 빨간천막이라고 부산 초읍에 있다던대. 처음엔 충격이었어. 그 똑 부러지고 이성적인 쌤이 점이라니! 아무튼.
앞날을 본다는 거 굉장한 일이지. 근데 정말 그럴까? 마이너리티리포트 같은 영화만 봐도 너무 삭막하잖아. 너 범죄를 저지를 상이구나! 체포! 거기 나오는 예언자라고 해봐야 고작 수조에 갇혀서 평생 애완견 대접이나 받는 신세고. 어우 끔찍하다.
거기다 미래를 안다고 해도 현재 행동이 바뀐 다는 보장이 없어. 야밤에 라면 먹으면 속 배리고, 지방층이 한 겹 더 는다는 건 알지만 어쩌라고. 그냥 먹는 거지. 술, 담배, 마약, 도박도 마찬가지지? 하면 5분이 더 빨리 죽는 걸 알지만 상관 안 하지.
개인 의지 차인가? 국제문제에서도 똑같던데? 이대로 펑펑 쓰고, 먹고, 뱉고, 뿜을수록 종말의 때가 다가온다는 건 누구나 다 알지. 근데 세계 일류 천조국께서 몸소 배째라를 시전 하니.
허무하잖아. 미래를 보면 뭐해. 바꿀 능력이 없는데! 당신은 백수의 삶을 2년 더 하다 폐인이 되고, 무료급식소를 전전긍긍하다, 40대에 고독사 합니다. 예언가님! 그런 미래는 싫습니다! 저에게 일자리를 주십시오! 일자리는 제 소관이 아니에요. 세종대왕님이나 내고 저리 꺼지세요.
예언가의 진짜 덕목은 미래를 보는 것보다 현재를 바꾸는 거 아닐까! 현재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흠. 그래! 답변 자체가 잘못 된 거야. 이를테면 인생 망해서 말씀 좀 듣고자 온 사람에게 앞으로 잘 풀릴 겁니다. 이런 말로는 작은 위로밖에 안 된다고!
진짜 도움이 되는 말. 노오력하세요! 가 아닌 쉬우면서 구체적이고,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말! 이번 주 로또 1등 번호입니다. 4, 5, 6, 7, 8, 64. 인생역전 부자 되세요. 아니면 다음 주 공무원시험의 정답패턴은 사삼사이일. 당신은 이미 철밥통.
궁합도 그래. 왜 커플이 돼서야 봐주는 거야. 커플타로를 볼 정도라면 진도는 다 나간 상태 아닌가? 이미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진짜 예지가 필요한 사람은 은둔형외톨이지. 띵똥! 당신! 지금 집에 있을 때가 아닙니다! 4월 19일 오전 9시 2분 부산교대역 2번 출구 앞, 노란 뿔테 안경을 쓴 여성에게 고백하세요! 첫섹스 미리 축하! 예아!
그러나 이렇게 용한 점집이 있다곤 믿지 않아. 정말 신통하고 양심있는 예언가들은 이미 만성피로로 다 죽었을 거니까. 생각해 봐. 세상 앞날 근심걱정이 다 보이는데 어떻게 잠을 잘 수 있겠어. 샬라샬라 말로 예언만 할까? 아니! 이미 말로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는데 뭐 하러 통하지도 않을 설교를 하고 있겠어. 그 시간에 대통령 머리에 총 겨누고 있겠지. 대통령님! 빨리 사인하세요! 때에 따라선 방아쇠를 당겨버릴 수도 있고. 굿바이 김정은. 굿바이 박정희.
그래서 결론 내린 거야. 미래를 보는 예언가보단 현실을 바꿀 정치가를 더 믿겠어. 역술인 봐서 뭘 하겠어. 복비도 없을뿐더러, 차라리 내 밥그릇과 붙어있는 국회의원을 찾아가겠어. 밝은 미래는커녕 자기 당선과 주머니만 내다보는 위인들이지만 힘이 있잖아! 법을 바꾸고, 정책을 바꾸고, 예산을 바꾸고! 넋 놓고 있으면 그네들이 원하는 대로 미래를 만든다고!
이미 틀려버린 내 인생을 바꾸긴 귀찮지만 정치인들은 투표만 하면 되거든. 혹시 누가 알아. 투표 한번 잘해서 고독사는 면할지. 어오. 분위기 너무 다운인가. 크흠. 그럼 내가 감히 행복한 예언 하나 하지.
이 말은 한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듣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당신은 7명에게 전파해야 자손만수무강하며....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