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죄
낙태죄가 위헌판결을 받았어. 여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데, 어떻게 끼질 못하겠어. 서로 다 맞는 말 하니 피카츄 배 만지며 지켜볼 수밖에.
찬성하는 측에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중요하게 보더라고. 여기에 대해선 살짝 아쉬워. 내가 남자라서 그런가. 왜 여성만 들어가 있지? 붕가하고 애 가지는 건 여자와 남자가 함께하는 거잖아. 뭐라 하면 좋을까. 부부의 의사결정권? 아닌데, 부부 아니어도 애는 가질 수 있으니. 부모의 의사결정권? 괜찮아? 순서가 껄끄러우면 부모가 아닌 모부라 하고.
위헌이라도 낙태를 완전 허용하는 건 아니더라고. 태아가 혼자 살 수 있는 22주 이후에는 곤란하단 입장이야. 22주라. 여기서 의문이 들었지. 여러 가지 어른들의 사정으로 일단 낙태는 된다고 치고, 그럼 몇 주까진 허용할 것이냐!
이번 헌재처럼 22주는 어떨까. 22주면 근 6개월인데. 흠, 입덧 다 하고, 배 다 불러온 다음에 한다고? 라고 태클 걸고 싶지만. 임신 해 본 적도 없는 놈이 입털기엔 조심스럽네.
내 기준은 자기방어를 할 때부터야. 그러니까....살려고 발버둥 칠 때부터! 주사바늘이나 분쇄기가 들어오면 꼼지락 피해 다니는 때! 크기가 뭔 상관이야, 생명으로서 뛰고 있잖아. 이걸 어떻게 죽여!
인터넷 맘카페를 뒤져보니 이건 15주만 되도 느낄 수 있다더군. 그래서 제 결정은요! 15주입니다! 하.....스스로 투철한 자유주의자라 생각했어. 남에게 피해주지만 않으면 마약을 하든, 단체 별장 파티를 하든 상관하지 않겠다고. 근데 막상 오늘 같은 문제를 마주치니 완전 안동 하회마을 마인드네. 어쩌겠어.
죽이는 건 싫어. 그게 사람의 자식이라면 더더욱. 몰라. 모쏠남의 응어리가 더해져서 더욱 보수파가 된지도. 누군 애 하나 못 낳고 뒤질 인생을 살고 있는데 어디선 애를 지운다고 하니 열 받는다고. 이성적 사고, 이해를 떠나서 내 가슴이 외치는 진심이야.
거기다 억울해. 누군 사고치고, 질싸하고, 애 만들고, 엄마랑 애는 나 몰라라 내팽개치는! 그딴 놈들도 붕가를 하는데! 난 대체 뭔 꼴이냐 이 말이야. 아무리 방구석 개백수 새끼라도 내 사랑엔 책임을 질 텐데! 신장을 팔아서라도!
에잇! 그래 갈 때까지 가자! 여자들도 그래. 그 좋은 남자들 남겨두고 왜 하필 그런 좀팽이 만나서 책임지지도 못할 애 만들고. 그래서 낙태한다 하면 어쩌라는 거야! 자기결정권? 불량식품이 더 맛있어서? 그러면 피임이라도 하던가! 독버섯 빨았으면 배 아프더라도 끝까지 책임을 지셔야지!
후.....아. 나 이제 꼰대왕 된 건가. 흑흑. 제동이형 도와주세요. 그래, 임신을 모르고, 낙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씨부린 개소리일 수 있어. 그러나 완전히 틀린 건 아니잖아. 한 30%는 내 답답한 심정이 이해가 되지? 낙태하는 커플들 증오해서가 아냐. 걱정돼서야! 아, 실수. 커플은 조금 미워해. 작은 질투랄까. 질러씨...
아무튼 휴... 낙태시킨 남자들 다 고자 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