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브
리바이스 사장이 자신의 청바지 관리법을 공개했는데 이게 좀...갸우뚱 해. 헤이 코리안. 청바지 빠는 거 아니에요. 세탁은 네이버. 흠. 이유는 그럴싸해. 첫째, 광부들 입으라고 만들었지 세탁기 넣으라고 만든 옷이 아니란 점, 둘째, 물을 아껴 써야지!
근데 말야. 이상해. 미쿡에선 작업복은 세탁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는 거야? 물 아껴 쓴다는 거야 동의. 근데 청바지는 만들 때부터 물 쓰지 않나? 퍼런 염색약 콸콸콸 쏟아 붇고. 뭐, 물 안 쓰고 돌가루로 만든 스톤워시 제품도 있다는데, 글쎄, 돌가루 날리는 것 보다야 차라리 물 쓰는 게 환경보호에 좋을 거 같기도 하고.
이런저런 해설을 들었지만 진짜 이유는 딴 데 있는 거 같아. 일단 청바지 사장님이 제일 바라는 게 뭐겠어. 한 벌이라도 많이 팔아먹는 것! 최고는 소비자들이 입고 버리고 다시 사주는 거지. 세탁 없이. 바로! 어, 뭐 묻었네. 새로 사야지. 어, 냄새나네. 바꿔야지.
물론 기사를 천천히 보니 원래 의도는 이게 아니더라고. 최상의 빳빳함과 푸르딩딩함을 유지하려면 빨지 말란 소리였지. 한번 세탁기 돌려서 물 빠지면 돌이킬 수 없다고. 제 아무리 냉장고에 넣어서 얼려도 말야. 난 처음 알았어. 청바지를 냉동하면 원상복귀 된다는 속설이 있다는 걸.
아무튼, 땀나면 빨아야지 어쩌겠어. 청바지 사장님처럼 우리가 에어컨 밑에서만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빨지 않아도 될 만큼 튼튼하다는 걸 강조하려고 이런 도발을 했다던데, 아니야. 차라리 세탁기에 12시간 돌려도 멀쩡하다는 걸 보여줬어야지.
정작 세탁 하면 위험한 옷은 따로 있어. 바로 정장 양복! 비쌀수록, 실이 가늘수록 부담감은 배가 되지. 백수가 이걸 어떻게 아냐고? 에헴. 이래봬도 한 때 취업전선에서 정장 차려입던 사람이야!
정장이야 세탁소 맡기면 되지 않나 하시는 분! 어허. 물론 폴리에스테르 팍팍 섞인 거야 문제없지. 근데 가끔 윤기 자르르 흐르는 모 100% 짜리 양복 질렀을 수도 있잖아. 이런 건 세탁소만 믿었다간 바로 망하는 각이라고.
이 비싸고 연약한 녀석을 어떻게 핑핑 돌아가는 세탁기에 함부로 돌릴 수 있겠어! 실 다 상해! 냄새? 패브리즈 뿌려! 아냐 아냐. 아예 더러워 질 수 있는 기회조차 만들지 마. 앉지도 말고, 음식점 들어가지도 말고, 전방 20m 이내 길빵 하는 놈들도 다 쳐내고. 시장통? 어디서 감히! 냄새나는 손을 들이밀려 해! 크흠. 근혜누나가 그래서 시장가면 표정이 안 좋았나 봐. 비싼데 빨지도 못하는 옷이라서.
농담같이 말했지만 정말이야. 양복은 최대한 빨면 안 되고, 빨더라도 아기 만지듯 손으로 살살 다뤄야지. 이렇게 보면 정장이라고 쫙 빼입지만 실은 어떤 옷보다 더러운 거 같지 않아? 다시 새로워지지 못해. 통돌이의 휘몰아치는 세찬 물살을 견딜 수 없어.
원판 유지하려면 빨지도 못하는 이 더러운 세상! 그래도 다행이야. 우리에겐 홈쇼핑표 청바지가 있으니까. 폴리 80% 들어간 아울렛 양복이 있으니까. 이것들은 막 돌려도 문제없거든. 더러워져도 다시 새로워지지. 물 빠지고 상하면 어때. 싸잖아. 새로 한 벌 뽑지 뭐.
청바지 이야기 중이었는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어....그래서 결론은요!
리바이스 청바지, 세탁하면 물 빠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