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자 농사법
사법농단으로 한창 시끄러울 때 유독 눈에 띄던 사람이 있어. 바로 이탄희 판사. 지금은 사직했으니까 이탄희 씨라고 불러야 하나. 그의 양심과 용기 있는 결정에 박수! 그나저나 사법개혁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잘 되고 있는 거 맞아?
이탄희씨 인터뷰를 보는데 묘했어. 지금까지 생각했던 내부고발자랑은 다른 느낌이었지. 조근조근 말도 편하게 하고, 표정도 찡그리지 않고. 이 사람 정말 내부고발에 사표 쓴 사람 맞아?
내부고발자들은 항상 안타까웠어. 우리학교 교수님 두 분도 교수회 엎었다가 4년인가 교단을 떠나셨거든. 또 생각나는 분이...아. 삼성 비리문제에 자주 거론되는 김용철 변호사라든지. 해군 비리 폭로한 김영수씨도 있고. 정말 부당한 대우를 받잖아.
YTN에 노종면 앵커나 MBC의 허일후 아나운서는 불쌍할 지경이었지. 방송에도 못 나와, 복귀 소식은 없어, 가끔 올라오는 근황에선 얼굴이 많이 상했더라고. 뭐 지금은 해결되서 다행이지만. 당시 양심에 따라 행동했다곤 한들 가족에게 엄청 미안했을 거야. 고통은 말도 못했을 거고.
어어, 다시 오늘 주인공 이탄희씨로 돌아가서. 근데 이탄희씨는 그런 불쌍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단 말이지. 이유가 뭔지 모르겠어. 사표 쓰더라도 나중에 변호사 할 수 있어서? 그렇더라도 변호사하면 오고가는 중에 거북한 사람들 면상 다시 봐야 할 건데. 혹시 금수전가? 아아, 농담이고, 우리가 알지 못할 고뇌가 있겠지?
고통 받는 신고자들 모습 보면서 항상 느꼈어. 저렇게 나락으로 떨어지는데 누가 다음에 자진해서 신고할까? 칭찬받을 일인데도, 현실은 시궁창이 되니. 정권이 바뀌니 분위기가 달라지긴 했지만. 이것도 그래. 내부고발 성공여부는 오직 대통령 성향에 달린 거 같기도 하거든. 하려면 지금 문대통령일 때 다 터뜨리라고. 그만큼 혼자 싸우는 건 외롭고 힘들게 보여.
보상금을 팍팍 주면 괜찮을까? 근데 이렇게 해결하는 건 좀 거시기해. 숭고한 마음으로 결단을 내렸는데 다른 사람들은 보상금 노리고 한 줄 알거잖아. 의도가 어떻게 됐든 결과만 좋으면 되나? 허허, 고발하고 싶은 생각이 싹 가시네.
가족 부양할 돈은 필요하고, 현금으로 받자니 꺼림칙하고.....차라리 현물로 받아?! 오케이! 현물! 땡큐! 현물이면 쌀이나 시장상품권이 떠오르는데, 음 이건 아냐. 북한 인민 배급 받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말인데 노동의 가치와 인생의 여유, 두 가지를 모두 누릴 수 있는 농지배급은 어떨까? 자립할 때까지 말야.
쌀농사가 거시기하면 자기가 원하는 과일 하나 골라서 과수원해도 되고. 채소하고 싶은 사람은 상추, 무 심고. 괜찮지 않아? 최한 먹고살 걱정은 없잖아. 배고프면 밭에서 캐먹으면 되고. 힘든 농사일 하느라 세속의 온갖 증오와 잡념도 사라지지, 사회의 더러운 꼴 안 봐도 되고. 아 물론 농사가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지만.
영원히 농사만 지으란 건 아냐. 재판한답시고 일터에도 나가지 못할 때 도와주자는 거야. 한 5년간 농사땅 빌려주는 거야. 5년 안에 어떻게 결과가 나오겠지. 정 안 되면 프로농사꾼으로 가는 길도 있고.
게다가 농사는 근육에도 좋을 거거든. 윤지오씨처럼 신변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선 강인한 육체를 기를 필요가 있지. 낫과 호미로 단련된 팔뚝이면 마티즈 정도야 도랑으로 날려버릴 수 있을 거야. 가끔 죽창 던지는 연습도 하고.
아무튼, 이 땅의 양심있는 내부자들이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면 좋겠어. 여유롭고 즐겁게. 인터뷰 때의 이탄희씨처럼. 이렇게 말했는데 정작 이탄희씨 본인은 속은 시커멓다, 농사는 죽어도 짓기 싫다 하면 어쩌지. 흠.....
법대로 하자고!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하라지! 공익신고자는 놀고먹을 때 무조건 국가가 지급한 땅에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 농사와 관련 된 교육 밑 지원은 공익침해행위를 한 기관 또는 해당 자치단체에 전액 책임진다.
부칙. 이 법은 공익신고자 외에 백수에게도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