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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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단원 대성당 (0) 2019/04/16 PM 08:03

 

 

 

단원 대성당

 

 

노트르담 대성당 높은 첨탑이 불로 쓰러졌더군. 1차 대전이며 2차 세계대전도 견딘 꼿꼿한 건물이었건만. 한 순간에 사라져버렸네. 1163년부터 지어졌다고 하니 거진 일천년을 보내온 건축물이 말야. 화제원인에 대해 아직 정확히 밝혀진 건 없지만, 보수공사 중에 불이 났다 하는데 참 아이러니야.

 

세계인의 유산이라지만 사실 잘 몰랐어. 그나마 게임 속에서 잠깐 봤지. 노틀담의 꼽추가 없었더라면 아직까지 이름도 몰랐을 거라고. 그나저나 이제 꼽추 카지모도는 어디서 지내야 하나.

 

이번 일을 보면서 문득 우리나라 대형교회를 다시 보게 됐어. 신자 돈 퍼부어가며 거창하게 짓는다고 욕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것들이 노트르담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오히려 돈을 퍼부어서 기리 남을 걸작을 만드는 것도 괜찮겠지.

 

근데 크고 거대한 곳은 항상 교회거든. 교회엔 문제가 있는데, 바로 내외부 장식! 성당이야 안에 십자가도 걸고, 면류관도 전시하고, 성모상에, 간혹 악마 짓밟는 더 악마 같은 미카엘 대천사 조각상도 있다지만. 교회는 달랑 나무 십자가 정도가 전부지. 듣기론 우상숭배다 해서 금지한 걸로 아는데.

 

장식 없이 단순미로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야. 화려한 청자도 멋있지만 깔끔한 백자도 그에 못지않은 것처럼. 대신 식상한 테마는 빼면 좋겠어. 지금까지 본 교회 중에 노아의 방주 본 딴 것만 2개나 봤거든. 그것도 부산에서만. 독창성 빵점. 차라리 할 거면 화물선 한 대 사서 십자가 거는 게 낫지.

 

성당은 꽤 분위기 있는 곳이 많더라고. 동네 근처만 둘러봐도 멋있어. 스테인리스 글라스에. ? , 스테인드! 글라스에. 물이 졸졸 흐르는 배경 앞으로 다소곳한 성모상도 예쁘고. 생각해 보니 군대에 있는 성당조차 고풍스러웠지. 근데 그 중에서도 제일 화려한 외모를 뽐내는 성당은 결혼식당 성당이더라고. 예배 없이 결혼식장 대여만 하는 성당이 따로 있거든. 다들 몰랐구나? 아무렴 결혼과는 인연 없는 우리들이니 알 필요 없지. 에헴.

 

그런데 교회며 성당은 너무 따라한 거 같잖아. 서양식으로. 그러니 여기에 절을 섞자고. 기와지붕에다 배흘림기둥이면 좋지. 사천왕은 글쎄, 입구 양쪽으로 미카엘, 가브리엘, 우리엘, 라파엘 세워둬야 하나. ! 이거 괜찮은데! 당장하자.

 

, 그럼 청사진은 완성됐네. 교회 같은 단순하고 거대한 땅에, 성당과 같은 고풍스러운 디자인에, 절과 같은 전통미를 살리는 거야. 3대종교가 합쳐서! 노트르담 뺨치는 세계유산을 만드는 거지.

 

물론 건물만으론 세계문화유산 빨이 약해. 인상적인 이벤트가 열려야겠지. 이를테면 김정은 회개 선포한 곳이라던가, 아베총리 참회의 눈물 흘린 곳이라던가. 시진핑, 한국의 한 성스러운 장소에서 독재의 길 뉘우쳐. 정 안 되면 김학의 별장파티 폭로한 곳도 괜찮고.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성당 물맛이 참 짜네. 크흠, 내가 뭔 말 했지.

 

아무튼, 416일은 참 슬픈 날이구나. 예수님도 슬픔을 나누고 싶으셨나 봐.

 

-세월호. 아픔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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