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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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푹 자면 죽지 않아요 (0) 2019/04/21 PM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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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자면 죽지 않아요

 

 

 

여기 성당 다니는 사람? 삶은 계란은 몇 개나 드셨어? 오홍. 모르는 분들을 위하여, 오늘이 부활절이거든.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 나야 독실한 어머니 덕에 하나 얻어 먹었지.

 

부활이란 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묘한 거더라고. 부활하면 뭐야. 끝임 없는 생명력! 죽지 않아! 근데 부활하려면 일단 죽어야 되잖아. 죽지도 않는데 다시 살아나고 할 것도 없으니. 죽었다, 살았다, 다시 죽었다, 다시 살았다. 호오. 부활은 죽음과 친구구나.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하는 게 부활이라면 우리도 매일 하고 있어. 밤이면 폰으로 유튜브 끼적이다가 스르르 잠들지. 그러다 직장인이면 알람소리에 깰 거고, 백수들은 오줌 마려워서 일어날 거고. 여기서 질문. 과연 예수님은 무덤에서 깨어난 후에 오줌을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무려 4일이나 참으셨는데. 성수 대용으로 뿌리셨을까. 크흠.

 

이런 상상을 가끔 해. 잠들어서 내일 깬다는 보장이 있나? 혹시 오늘 잠들면 영원히 잠드는 건 아닐까. 말똥말똥한 눈으로 개똥철학에 빠져. 우주는 무엇인가, 생명이란 뭐지, 죽는 건 뭘까. 아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그러다 새벽 3시쯤 나도 모르게 죽어버리지만.

 

웃긴 건 다음날 아침이야. 부스스 눈뜨면 어제 그렇게 고민했던 거는 까맣게 잊어버리지. 잠들기 무서워했던 건 옛말. 5분이라도 더 자고 싶어. 달콤한 죽음이여 오라!

 

이래보니 죽음도, 부활도 별 거 아니지? 부활에서 진짜 중요한 건 그 기간일거야. 8시간 만에 깨어나는 건 부활로 쳐주지도 않잖아. 예수님처럼 4일 정도는 돼야 오오 하지. 의식불명 상태에서 몇 십 년 만에 깨면 해외뉴스에 올라가고. 그러나 100년 이상은 좀 그래. 그건 죽어있는 시간이 살아있는 시간보다 많잖아.

 

다음은 부활 형태인데, 영혼으로! 부활하는 건 꽝이야. 물론 영원히 잠드는 것보다야 귀신으로 살아가는 게 좋을 거 같기는 한데. 그래도 그렇잖아. 그 두둥실 떠다니는 몸으로 뭘 하겠어. 설탕 가득 카스테라도 못 먹어, 지나가는 여성분과 음양합일도 못해. 귀신이 붕가 못하는 건 확실해. 할 수 있었으면 처녀, 총각 귀신이 남아 있을 리가 없지.

 

부활의 대표주자 예수님도 살붙이 다 있는 육체로 살아났거든. 눈에 보이고, 손잡을 수 있고. 이게 없었으면 기독교는 그저 사이비로 전락했을지도 몰라. 구운 물고기도 맛있게 잡수셨지. ...깨어나서 처음으로 만난 마리아를 보고 발기하셨다는 말은 없지만. 심장은 콩닥콩닥 뛰지 않으셨을까! 역시 부활하려면 인간 몸뚱이로 가자!

 

여기서 마지막 질문. 영원히 죽지 않는 삶이란 잠도 안 자는 건가요? 성경을 봐도 여기에 대해 말이 없어. 영생을 얻으면 독을 마셔도 꿈쩍하지 않고, 아픈 사람에게 손만 얹어도 다 낫게 합니다. 그래서 잠은요? 24시간 풀가동 가능한가요? 어험. 그건....

 

글쎄.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아무튼 잠도 없는 영생을 예수님이 바라진 않으셨을 거야. 평안하여라! 콜콜 잠든 모습처럼 평안한 게 없지. 온 몸의 피로가 다 풀릴 때까지. 침침한 눈알이 팥빙수처럼 차가워질 때까지. ! 죽어서 깨어나면 잠이구나! 개똥철학 끝.

 

이제 기도를 드릴 때도 구체적으로 해야겠다. 신이시여! 죽어도 다시 깰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죽음을 잠으로 만들 수 있는 권능을 주소서!.....콰지징.

 

예수님 가라사대, 8시간 푹 자면 절로 눈이 뜨일지니. 죽을 땐 확실히 죽으라. 직장인들은요? ....걔들은 대신 빨리 죽어. 오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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