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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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월간 모기. 2019년 4월호 (0) 2019/04/23 PM 11:07

 

 

 

 

월간 모기. 20194월호

 

 

 

3일 전이었어, 자고 있는데 귓가에 울리는 앵알앵알 소리. 처음엔 헛들은 줄 알았지. 4월이잖아. 모기 놈이 나오기엔 아직 이르다고. 그러나 진실은 가려운 법이야. 아침 일어나 머리맡을 보는데 통통하게 부어오른 모기가 벽에 붙어있더군. ! . 피범벅을 휴지로 닦아내고.

 

모기. ! 이 놈의 모기. 정약용 선생은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녀석들이라 하셨어. 실제로도 인간 제일 많이 죽인 동물이기도 하고. 작년에도 50만 명이 모기 때문에 목숨을 잃었지. 호우. 인간이 인간을 제일 많이 죽인 줄 알았건만. 이거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네.

 

빌 게이츠 형도 모기에 관심이 많나 봐. 모기퇴치를 위해 엄청난 돈을 퍼붓고 있지. 빌횽 파이팅! 나야 그저 물리면 가렵고 귀찮으니까 싫은 건데, 저기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같은 곳에선 생명이 위독할 지경이니. 피해자 대부분이 어린아이, 노인인 점도 안타깝고.

 

일본뇌염,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 그리고 최근에는 지카바이러스까지. 참 많이도 옮긴다. 그나마 에이즈는 옮긴 사례가 없다는 게 다행이랄까. 이론상으론 옮길 수도 있다는데 가능성이 엄청나게 희박하대.

 

아무튼, 빌횽도 구글도 인류를 위해 싸우고 있지. 근데 그들이 하는 건 뭐랄까, 너무 거대해서 나랑 상관없는 딴 세상 이야기 같아. 고자 바이러스 걸린 수컷모기나 유전자 변형 같은 듣기만 해도 살짝 무서운 것들 말야.

 

그래서 생각했지. 내가 할 수 있고, 당장 도움 되는 모기퇴치법은 뭘까. 일단 간편한 살충제. 이건 쓰기 싫어. 자연사랑에도 위배되고 왠지 모기만 도와주는 꼴 같거든. 내성에 내성을 더해서 슈퍼모기가 되도록. 더 강해져서 돌아와라! 인간끼리도 생화학전은 금지하잖아.

 

두 번째는 접근 자체를 막는 것! 근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 모기놈이 얼마나 지독한지 몰랐을 때는 방충망 정도면 다 막을 줄 알았지. 웬걸, 창문 틈으로 침투하더라니까. 그래서 비닐문풍지로 막았어. 근데도 소용없었지. 그 녀석들은 닫아 놓은 방문 틈으로도 들어오는 환장할 놈들이니까! 거짓말 아냐. 방문 아래로 기어 들어왔어. 어우, 직접 보기 전까진 상상도 못 했다.

 

모기장이 좋긴 한데 이게 단점도 명확해서 말이지. 좁은데다 물건 많이 쌓인 내 방엔 걸기도 힘들거든. 침대형이라고 천장에 다는 타입도 사봤는데 소용이 없었어. 게다가 바람하나 없는 찜통날이면 그물망을 나도 모르게 찢고 있더라고.

 

그럼 에어컨 풀가동? 아 좋은 차가움이다. 최고네. 근데 나는 못 해. 에어컨은 있지만 밤새 돌릴 용기가 없어. 에어컨이라는 거, 계속 틀어야만 하는 마성이 있는 줄 몰랐어. 아깝더라고. 찬바람 겨우 돌게 했는데 끌 순 없잖아. 한번 틀면 멈출 수가 없어. 크흑, 이럴 줄 알았으면 비싸도 1등급 인버터 에어컨으로 사는 건데!

 

희망은 전기 덜 먹는 선풍기지. 선풍기가 그렇게 모기퇴치에 좋대. 바람이여! 그 사악한 녀석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거지. 강풍이면 완전 밀어낼 수준이고, 미풍만 해도 1M 내로 접근하지 못하게. 거기다 모기를 유혹하는 사람 호흡, 방귀도 흩어버리고. ....우리나라 최고 언론이라는 조선, 동아에서 그렇다고 했으니 진짜겠지.

 

그래, 결정했어! 6월 달이 오기 전에 선풍기 지르자! 아주 빵빵한 놈으로. 전기도 덜 먹고 열도 덜 나는 BLDC모터로! 어디 한번 쇼핑몰을 볼까. 삼성이 아직까지 선풍기 팔구나. 가전의 LG도 안 파는걸. 그래도 최고인기는 샤오미네. 여긴 대체 안 만드는 게 뭐야.

 

깜빡했는데 여름밤이면 방충망에 나타나는 도룡뇽도 좋은 녀석이지. 똥을 뿌직뿌직 싸 놓긴 하지만 그거 빼곤 아주 기특해. 불 끄고 슬그머니 지켜보면 콩콩 쥐어박는데 귀엽기까지 하다니까. 이 녀석 때문에 모기를 멸종시켜야 하나 고민까지 했어. 병 옮기는 나쁜 모기만 퇴치할 수 없나.

 

아무튼, 작전 완성이군. 방충망에 도룡뇽 척후병. 선풍기 바람 보호막. 그리고 최후 방어선에는 제우스 전기모기채. 이래도 물리겠지. 에잇, 애들 물어서 병나게 할 거면 차라리 날 물어라! 싸우자 모기야! 나의 폭풍과 번개를 받아라! 어헉. 일본뇌염예방접종을 안 맞았어. 안 돼!

 

12세 미만 아동은 전국 보건소에서 무료로 접종. 문의. 국번 없이 129.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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