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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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직장 후 스트레스 장애 (0) 2019/05/03 PM 10:10

직장 후 스트레스 장애

 

 

참 시끄러운 하루였어. 아침 730분부터 밑에 집에서 지붕공사를 했거든. 발암물질 가득한 석면지붕에서 갈색의 알 수 없는 플라스틱 지붕으로 바뀌었지. 발암먼지 날리고, 시끄러워도 어쩌겠어.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참아주는 게 이웃이잖아.

 

근데 이번 소음은 정말 들어주기가 힘들었어. 드릴이나 망치 소리 때문은 아냐. 갈구는 소리 때문에! 잊고 있었던 군대 PTSD가 살아났지. 넌 왜 생각이 없냐? ....끄아악! 그것도 나보다 조금 나이 많아 보이는 인간이, 나보다 나이 조금 적어 보이는 사람에게.

 

툭툭 어설픈 욕까지 섞는데, 내가 더 열 받더라니까. 차에서 보조배터리 안 가져왔다고 수박아기 수박 수박 거리고. 일부러 하는 욕 이었어. 쓸 필요도 없는데 사람 기분 상하게 하려고 쓰는 욕. 아마 말하는 자기도 쪽팔릴걸. 녹화해서 보여주면 참 좋았겠다.

 

괜히 나도 찔리네. 높으신 분들한테 신경 긁는 소리 했으니까. 쌍욕 한 적은 없....있네. 세월호를 두고 이상한 소리 했던 두 명의 의원께. 5.18은 폭동 이랬던 의원들께도. 크음. 죄송합니다. 그래도 기분은 크게 나쁘지 않으셨죠? 적어도 그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욕이었어요. 쌍욕이라도 소울이 담기면 기분 나쁘지 않지. 참다 참다 응어리 끓어내듯 내뱉는 욕.

 

아무튼, 쉬는 시간에도 꼴이 가관이었어. 막내야, 담배 좀 피고 해도 돼? 아주 누가 들으면 관대한 님인 줄 알겠어요. 이 뒤에 이어질 말이 더 걸작이었지. , 너 거 피자는 말이었어? 고맙다......, 혈압! 이거 재산 갈취 아냐? 그것도 팀장이라는 작자가 막내 걸? ! 그리고 넌 뭔데 남의 집 밑에서 니코틴 꼬랑내를 풍기는 거야!

 

후우. 아니지. 내가 오해한 것일 수도 있지. 서로 정말 끈끈한 사이라서 그럴 수도 있잖아. 는 개뿔! 판때기 놓는 방향 다르다고 또 수박아기 수박수박 거리는데. 아니, 이 사람아! 그 플라스틱 조각 앞으로 놓든, 뒤로 놓든 무슨 상관인데요?

 

그 갈굼에 그저 예, 알겠습니다. 라고 하는데 참...., 알겠습니다. 와우. 군필자들은 알겠지? 예라고만 해도 될 거 괜히 예, 알겠습니다. 이러니 군대 PTSD가 일어났지! 여기가 군대냐! 군대 맞네. 막내가 정작 일은 제일 많이 하는 걸 보니.

 

아껴서 그런가? 형이 수박 수박 거린 건 다 너를 위해서 그런 거다. 이젠 속지 않아. 그런 수작은 저리 치워. 진짜 아끼는 사람은 당신 같이 가볍지 않다고. 말 한마디에도 진심이 담겨있지.

 

걱정 돼. 그렇게 폭언과 욕설에 시달리는 막내를 보니. 그 사람이 나중에 또 그렇게 되는 거 아닐까 하고.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야지. 군대처럼. 얼굴을 보니 아직 군대도 안 갔다 온 거 같던데. 막 고등학교 졸업한 모습이었어.

 

!.....이렇게 속으로만 분노하고, 안타까워했구나. 이 멍청한 놈! 용기 내자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왜 사람보고 욕하고 그래요! 외쳐야 할 때 창문을 방패삼아 끙끙 앓기만 했네. 으휴. 이 비겁자!

 

그렇구나. 내가 진짜 화 난 건 나약한 내 모습 때문일지 몰라. 군에서도 비정상적인 것에 그저 예 알겠습니다. 속 태우며 가만히 있었지. 후우...그래도 잘 한 게 있다면, 그들과 똑같이 하지 않았다는 거랄까. 그 모욕을 알기에 하지 않았어. 그래, 내가 유일하게 잘한 점. 사람에게 욕 쓰지 않고, 인격 모독 하지 않았다는 점.

 

이 무거운 감정이 여러분에게 전파되지 않았길 바래. 오늘 어쩌다 이렇게 흘러갔지. 내일은 신나게 높으신 분들 깔 게. 어오, 이젠 조심히 까야 하나? 아냐, 그 분들은 잘 생기고, 돈 많고, 죄를 지어도 집행유예나 받는 분들이니 상관없을 거야. 패드립도 수용하실 걸.

 

아무튼, 이 땅에 모든 착한 직원들이여. 힘내세요. 잘 살아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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