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사람 마음
5월은 잔인한 달. 얇아오는 지갑에 내 마음도 공허하네.
어후. 이 말에 공감하는 분이라면 꽤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거니 자랑스러워 해. 어린이 날! 요즘같이 결혼해서 자식보기 힘든 시대에, 애들 장난감 사준다는 게 얼마나 대단해. 놀이공원이라도 같이 가기까지 하면 와, 강철체력 인정합니다.
다음은 어버이날. 우훗. 난 부모님 다 계시지만 아무 부담 없어. 이럴 땐 백수가 좋다니까. 아예 기대를 안 하셔. 반면 번듯한 직장인들은 주변 눈치 보여서라도 챙겨드리지? 그래, 어제 뭐해드렸어? 돈다발. 워호. 대세를 아시는 분이구나.
어버이날 받고 싶은 선물, 1등은 바로 돈! 이거 참. 하긴 맘에 들지 않는 선물 고를 바에 돈이 최고지. 어떤 사람이 돈을 싫어하겠어. 부모님이라고 해도. 문제는 액수겠지. 크흠. 아까 돈다발 주셨다고 하신 분. 얼마 드렸어요? 40. 호우! 40이나요! 평소에 용돈도 드리고? 아, 그건 아니고. 효성 지극한 분께 박수 한번 칩시다!
액수 정하기가 만만치 않아. 40이라도 누구는 적다 할 수 있고, 누구는 많다 생각하고. 부모님이 제일 고민하지 않을까. 많이 받고는 싶은데 그렇다고 말 꺼내기엔 좀 그렇고. 그래서 완전 부모님 입장이 돼서 얼마 받고 싶은지 생각해 봤어. 쨔잔! 답이 금방 나오더라고.
부모의 대표주자를 참고하면 되지. 온 우주의 아버지라 일컫는 분 있잖아. 친절하게도 야훼께선 액수도 정확하게 명시하셨거든. 너 번 것에 10분의 1 내놔라.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정도는 바쳐라. 그러니 나도 그럴래. 딸아. 어버이날엔 알지? 10%.
자, 오늘 저랑 많이 눈을 마주치시네요. 40 주셨다는 분. 연봉이 어떻게 됩니까? 아잇, 남의 연봉 물어보는 건 실례네. 그럼 살짝 꼬아서, 연 400 보단 많이 벌죠? 찔리죠? 200만원 보내드리세요. 왜 보냈냐 물으시면 웬 코미디언이 하늘의 계시를 줬다고 하고. 으흥? 농담!
돈이 최고인건 알았으니 이제 정말 하면 안 되는 선물만 알면 되겠구나. 이것도 다 조사를 했더라고. 받기 싫은 선물 1위는 바로 책! 호우! 뭐지? 지식과 교양의 대표주자 책을 가장 받기 싫어하신다니. 부모님, 실망이에요! 어머니는 책읽기가 싫다고 하셨어.
이유를 보니 이해가 가. 책을 선물로 받으면 압박감을 느끼신데. 책 읽고 더 열심히 돈 버세요~ 다음 달 제 생일인거 아시죠? 노후자금은 미리 준비하시구요. 아, 이런 사정이 있었다니.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데, 자식이 책이라도 선물하면 정말 어휴. 읽자니 피곤하고, 안 읽으면 괜히 죄책감 들고.
정 책을 선물로 하려면 만화책을 해야겠어. 우리 엄마 좋아하는 만화가 뭐더라. 명탐정 코난 좋아했고, 슬램덩크도 재밌게 보셨는데. 아니면 말야, 귀티가 좔좔 흐르는 양장본은 어떨까? 괜히 겉에 이따마한 표지 두르고, 금장마크로 제목 새겨져 있고. 이건 안 읽더라도 장식용으로 쓸 수 있잖아.
이렇게 선물에 대해 쭉 생각해 봤는데, 아직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 돈인가, 아니면 사랑하는 마음인가? 둘 다 되면 좋겠지만, 그게 참. 우리 엄마는 닭살 돋는 편지보다 돈봉투를 택하실 거 같아. 이거 패드립인가. 이게 아닌데. 돈이냐 마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근데 선물에서 진짜 중요한 건 받는 사람 마음같지 않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은 고민할 필요가 없어. 그래! 받는 사람 마음이야! 생각해 봐. 트와이스 쯔위가 나와서 겨땀을 선물로 드립니다! 하면 멍멍이처럼 할짝일 거잖아. 겨땀이 뭐야. 오줌이라도 다 마시지. 우리 업계에선 포상입니다! 제게 주세요! 하악하악. 뭐 어우야! 남친한테 물어봐요. 나랑 똑같을 걸!
정말 사랑하는 사이인데 선물이 뭐가 됐든 기뻐하실 거야. 근데 왜 우리엄마는 돈봉투를 고를 거 같냐고? 이미 너무 날 사랑해서 그런 거 아닐까. 한 순간 타버릴 사랑이 아닌 평생을 데우는 사랑이라서. 게다가 아무리 쯔위라도 오줌보단 싸인CD가 낫잖아? 어오. 미안. 비유가 잘못됐네. 오줌 고르는 분이 많아서. 크흠. 똥보단 오줌이 낫잖아!
아빠, 엄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