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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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양쯔자라 (0) 2019/05/24 PM 10:44

 

 

 

 

양쯔자라

 

 

 

자이언트 양쯔자라. 지구상에 4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한 녀석인데, 며칠 전에 한 마리가 죽었어. 그것도 임신시키려다. 뭐라 할 말이 없네. 그저 자라의 명복을 빌 뿐.

 

근데 이상하지 않아?양쯔강에 공장 폐수 콸콸콸. 녹색물 콸콸콸 해 놓고 이제 와서 살린다고? 모르겠어. 장수의 상징이라서? 두툼한 목이 정력에 좋은 것도 있겠지. , 이 녀석 이름이 양쯔자라구나! 바로 중뽕의 느낌이 팍팍 드네. 중화민국의 특산자라는 살려야죠. 아무렴. 아니면...단지 4마리밖에 남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멸종위기종! 지구에서 같이 살던 생물인데 없어지는 건 아쉬워. 보호하고 챙겨줘야지. 근데 단지 숫자로만 대우가 달라진다는 사실이 서글퍼.상전대접 받으려면 일부러 개체수를 줄여야 하나? ,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애를 안 낳는구나.

 

수로 따지자면 인간은 한참 전에 유해동물로 지정됐을 거야. 풀부터 시작해서 흰수염고래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최강의 포식자가 70억이나 있다는 게 말이 돼? 거기다 영역관념은 확실해서 자기 땅에는 감히 누구 하나라도 들여보내주지 않아. 그래놓고 지가 싼 똥은 바다로 다 던지지만.

 

한번 우리 신의 입장에서 인간을 바라보자고. 이 재앙수준으로 퍼진 생태계 교란종을. 어떻게 해야 될까? 가끔 기아, 총질, 매독, 에이즈, 말라리아, 암 같은 걸로 줄이긴 하지만 택도 없어. 이 썩어빠질 방법은 주로 돈 없고, 힘없는 애들만 죽이지. 이건 아냐!

 

다른 방법 없을까? , 쉽지 않아. 웬만한 방법은 통하지 않거든. 저기 갠지스 강 시체 썩은 물을 먹어도 버티지. 미세먼지를 들이부어도 킁킁대며 자체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고 있어. 방사능? 후쿠시마산 바닷물을 투여해봤지만 헛소리만 늘 뿐 어떻게든 살아가거든. 그나마 다행이라면 임신기간은 다른 동물보다 길다는 정도? 물론 교미에 대한 열망은 최상급이지만. 모두 섹스다!

 

무서워. 이러다 신이 헷가닥 하기라도 하면 어쩌지. 마치 호주서 토깽이 불어나듯 대책이 없는 거야. 빡치다 못해 극단적인 방법을 쓰지 않을까 걱정 돼. 이를테면 자전축 뒤틀어버리기라든가, 태양폭풍, 아니면 혜성 한 덩어리 뿌리기. 인간 잡자고 지구 털어먹는 일이지만 혹시 모르잖아.

 

그래도 다 죽이기엔 서운하겠지. 그래, 밉상이긴 하지만 자기가 데려온 건데, 뭔가 남겨놓고 싶을 거야. 가끔 귀여운 짓도 하거든. 향 피우고, 제사 올리고, 돈 냄새 맡게 해 주고. 몇몇은 신님을 위해 사람을 죽였어요 하는 신박한 놈까지 있으니.

 

양쯔자라 꼴이 날 거야. 다 죽여 놓고는 이제 와서 조금 살려주는 거지. 인간 번식 프로젝트. 요기 앞에 두 분 당첨! , 두 분은 최후의 인간입니다. 전 머리가 집채만 한 신이구요. 크흠. 들어라! 앞으로 내가 너희를 돌보겠다. 너희는 인간 번식의 막중한 의무가 있다!

 

, 둘이 보세요.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어때요? 인류 마지막 남자와 여자를 본 소감이? 좀 생긴 게 그래도 나쁘진 않죠? 까짓것 중대한 사명이 있는데 하지 뭐! 살다보면 정들지도 모르잖아요. , 두 분 키스! 는 농담이고, 이렇게 마음에 준비를 다 했는데 빅대갈이 끼어드는 거야. 둘이 섹스 하는 건 위험하다. 그러니 내가 정자를 체취해서 질 속에 꼽아주마.

 

지금 표정! 딱 그 느낌일거야. 짧지만 오묘한 시선이 서로 오고갔는데! 신이란 작자가 끼어들어서 훼방 놓네. 황당하지. 여기까진 그래도 괜찮아. 다음이 문제야. 전희도 없이 딜도로 막 쑤시는데 다섯 번이나 실패했어. 몸이 으슬으슬 아파. 그러다 죽었어. 호우. 이렇게 억울한 일이 어딨어? 이럴 거면 섹스나 하고 죽이지! , 그러니 두 분은 쇼 끝나고 나서 어떻게 해야겠어요? 크흠.

 

이해 못하는 건 아냐. 4마리밖에 안 남았으니 어떻게든 숫자를 늘리고 싶었겠지. 그래도 좀 동물답게 해줬으면 좋았을 걸. 그저 알 낳는 기계가 아닌. 먹고, 자고, 마시고, 사랑하고, 교미하고, 알 까고, 새끼도 보고 싶었을 거야. 생물이라면 모두 다.

 

야생에 있는 두 마리는 아직 성별도 모른데. 근데 개들이 잡히고 싶어 할까? 동족이 실험실에서 그렇게 죽어 간걸 알면? 콕 숨어서 나오지도 않을 거야. 특히 암컷은. 잡히면 알공장이 되니까. 차라리 야생에서 자유롭게 살다 죽고 말지. 그러다 마지막 남은 상대를 만날 지도 모르잖아. 정 안 되면 그냥 자라랑 할 수도 있고. ? 작지만 어쩌겠어. 고추야 5cm만 넘으면 된대. 자라목도 튼실하니 대신 쓸 수 있고.

 

적어도 실험실에는 없는 흐뭇함이 있잖아. 끈적한 유대가. 아무튼, 여러분은 모두 사랑하길 바래. 아직 인간이 많이 있을 때. 70억 중에 우리 짝 한명은 있겠지? (침묵)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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