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모기의 비애
모기의 계절이 왔어. 환장할 온난화 때문인지 그 기세가 예전보단 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려운 존재지. 보이는 즉시 척살!
이렇게 처단해야 할 모기지만 죽일지 말지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수컷모기! 앵앵 거리는 것 외에는 암컷모기랑 너무 달라. 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지. 수컷들은 겁이 없어. 벌건 형광등 밑에서도 파다닥 날아다니거든. 착지해서 슬금슬금 기어 다니고. 더듬이엔 뭘 위해선지 털이 수북해.
이 띨빵한 녀석을 보면 바로 전자채가 나가질 않아. 수컷은 물지 않으니까. 과즙이나 먹는 놈인데. 흠, 이러니 환장하겠는 거야. 요 한 녀석만 보면 나쁜 애는 아니고, 모기 전체로 보면 처단해야겠고. 허허. 죽이느냐, 살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수컷 입장에선 억울할 거야. 자긴 고작 붕가한 게 전부인데. 괜히 암컷 때문에 맞아 죽으니까. 모기 박멸 프로젝트도 수컷에 초점이 맞춰져 있더군. 고자 수컷모기를 이용한 개체 수 줄이기! 선생은 더 이상 성관계를 할 수가 없어요.
생사여부 결정은 신중해야 되잖아. 그래서 모기의 일생에 대해 좀 더 알아봤지. 가장 궁금했던 건 수컷모기는 몇 번 하냐는 거였어. 얼마 못 하면 살려둘 생각이었지. 왠지 불쌍하니까. 반대로 카사노바 뺨치면 즉~사 시키려 했고. 이것이 인간 모솔의 분노다!
몇 번 할 거 같아? 곤충이니 적어도 100번? 호오. 근데 보통 1번이래. 암컷은 정자주머니가 있어서 한번 하면 더 이상 짝짓기 할 필요가 없어. 오히려 그 이상 하는 건 귀찮기만 하지. 그래서 처녀를 벗어난 암컷들은 수컷을 피한대. 왜 그 있잖아. 수컷 모기 소리 내서 모기 막는다는 제품들. 효과는 잘 모르겠지만.
수컷도 1번이야. 적극성이야 인간 저리 가라할 정도로 성욕이 대폭발해. 암컷 소리만 나도 방충망에 허리를 흔든다네. 문제는 정력. 아침이슬, 과일이나 먹는 녀석이 무슨 힘이 있겠어. 한번 하고 나면 대부분 뒤진데. 혹 살더라도 며칠 못 가고. 고작 일주일 정도가 한계야. 이에 반해 암컷은 한 달 가까이 살지. 이래보니 인생자체가 불쌍하지 않아? 내가 같은 수컷이라 그런가.
너무 성편향적으로 말했는데, 이 모든 악의 원흉이 암컷 때문이냐? 그건 아냐. 암컷이라고 피를 빨고 싶겠어? 번데기에서 부화하자마자 위에서 수컷들이 붕가붕가 하면서 들러붙지. 자기는 한번 싸지르고 나선 꿀만 빨다 뒤지면 그만이지. 그러나 암컷은 달라. 종족번식의 사명을 갖고 있잖아. 스텔스기 뺨치는 기술로 사지를 뚫고 들어와. 폭찍. 쪽쪽쪽.
어렵다. 그래도 결론을 내려야겠지. 피고 수컷. 사형! 넌 싸지른 후부터 이미 암컷이랑 한 몸이다. 폰에 꼽히는 충전기처럼, 너트와 볼트처럼, 자물쇠와 열쇠처럼, 자지와 보...어. 그녀의 죄가 곧 너의 죄요, 그녀의 알까기가 너의 잣까기다. 너 없인 쟤가 살 수 없고, 쟤 없인 네가 살 수 없다. 탕탕탕.
깔끔하지? 갑자기 든 생각인데, 신이 똑똑하다면 종말의 날, 인간의 절반만 골로 보낼 거야. 70억을 불구덩이에 다 넣기엔 비효율적이잖아. 남자나 여자 어느 한쪽만 전멸시키면 되는데 왜 그 짓을 하고 있겠어. 더 따지면 가임기 여성만 죽이겠지.....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담. 앞에 앉은 분 진정하시고.
요즘 남녀 대결이 많은데, 이것도 모기 같은 문제 아닐까? 넓게 보면 다 얽히고설킨. 어느 쪽이 잘못했냐가 아닌, 인간으로서 해결해야 할 문제. 채용, 승진, 야동, 게임, 그리고 여경?. 크흠. 둘이 잘 해봐야지. 여자, 남자,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니까.
아무튼, 일단 짝짓기부터 하고 고민해 보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