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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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불법주차 임파서블 (0) 2019/06/19 PM 10:33

 

 

 

불법주차 임파서블

 

 

어후. 여름은 신기한 계절이지. 밥통에 예상치 못한 단백질원까지 추가되는 말야. 꿈틀꿈틀. 쌀벌레와 화랑곡나방 출몰. 흐익! 먹어서 죽진 않지만 찝찝하더라고. 할 수 없이 비좁은 냉장고에 쌀을 억지로 구겨 넣었지. 빡치는데!

 

근데 쌀벌레 출현보다 더 답답하고 응그러지는 일이 있어. 요새 밖에서 웨엥 소리가 자주 나거든. 모기는 아니고 스피커폰에서 울리는 잉앙소리. 아아, 신고 들어왔습니다. 차량 빼세요. 불법주차 신고 들어왔습니다.

 

호우. 산복도로에서 이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이야. 이 산동네에 기사식당이 있다는 게 믿어져? 근데 있어. 5군데나. 와우. 기사님들도 대단해. 기름 써가며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와서 식사를 하실까? 하긴 맛은 나쁘지 않더라. 가격도 5천 원 정도로 괜찮고.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구청에서도 11시부터 1시까진 봐주고 있어. 문제는 여기가 보통 위험한 곳이 아니란 점. 40도에 이르는 경사! 처음 오는 사람은 버스만 타도 그 아찔함에 놀라. 오고가는 버스가 적은 것도 아냐. 노선이 4개 걸쳐있거든. 거기에 자랑스러운 다이나믹 부산! 차는 살벌하게 몰아야지에.

 

뭐 방구석백수가 불법주차단속까지 신경 써야겠냐 만은. 아니! 단속 할 때마다 물기 없는 고구마를 위장에 집어넣은 듯 답답해! 단속차량이 이 산중턱까지 올라오는데 고작 방송 몇 번 하고 내려가. 그럼 아저씨들은 한 1분 정도 돌다가 그 자리 그대로 다시 착지하지. 이럴 거면 왜 올라오는 거야!

 

이왕 할 거면 확실히 하고 내려가던가. 둘러만 보고 내려가는데 보는 내가 돌아버리겠어. 구청에서 여기까지 15분 거리거든. 완전 오르막으로. 기름값 얼마 들까? 그거 다 국민세금이잖아. 아오!

 

서로 좋은 게 좋은 거겠지. 과태료 매기고 하면 그렇잖아. , 불법주차 단속은 구청에서 해. 경찰이 아니라. 관할이 그 쪽이래. 교통과 공무원 수도 적다는데 언제 싸우고 있겠어. 그래. 에휴.....는 수박바! 아무리 그래도 안전이 최고지! 나의 안전. 크흠.

 

차라리 CCTV를 설치하면 좋겠어. 설치비쯤이야 하루 과태료면 뽕 뽑을걸. 아니면 요즘 버스에 블랙박스 다 있잖아. 블랙박스 영상으로 바로 과태료 물리면 안 되나? 이를테면 지킴이 버스. 친근하고 좋네. 이 버스는 불법주차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으셈.

 

마음만 먹으면 신고 할 수 있긴 한데, 이게 좀 그래. 올해 417일부터 스마트폰 앱으로 주민신고가 되거든. 당장 하라고? 워워. 조건이 까다로워서 말이지. 소화전 5미터 이내, 도로모퉁이 5미터 이내, 버스정류장 10미터 이내, 횡단보도 위. 여기에 덩그렇게 대놓은 차를 1분 간격으로 2장을 촬영하면 끝. 흐음. 듣기만 해도 살짝 번거롭지?

 

내 경우엔 더 어려워. 목숨을 걸어야 해. 기사님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거든. 첩보 영화 찍 듯 신고해야 하나? 무음카메라로? 그러다 지나가는 아줌마한테 들키기라도 해 봐. 이 변태새끼! 오햅니다. 공익을 위해 불법주차 찍고 있었어요. 그거 내차야!

 

이런 위험을 안고 촬영해야 하는데 보상이 없어. 크흡. 한 건에 천원만 줘도 몸바쳐 신고 할 텐데 말야. 돈이면 뭐든지 합니다. 그럼요. 돈이 최고죠. 부모, 형제라고 봐주지 않습니다! 백수가 이렇게 무서워. 몇 푼만 쥐어주면 하루아침에 방구석 히키코모리에서 007 제임스 본드가 된다니까.

 

아무튼. 내일 한번 신고해 볼까? 집에서 뒹굴면 뭐해. 이거라도 해서 나라에 보탬이 돼야지. 근데 나 잘하는 거 맞아? 왜 이리 켕기지. 마치 아픈 애 쥐어 패는 선생 된 느낌이야. 하루 먹고 사는 분들한테 과태료라니, 주차비 내기도 그럴 텐데. 아니지, 보행자도 위험하고, 버스도 위험하고, 그 분들도 위험하고..... 끄아악! 아테나 여신이여, 전 어찌해야 합니까!

 

.......생각났어. 어릴 적 아픈 추억. 하하하. 제 꿈은 카트라이더에요. 꺼져 꺼져 애송이. 니 앞날을 막아주마. 길막! 또 길막! 푸헤헤. 지나갈 수 있음 지나가 봐....야이, 막자 새끼들아! 내 지금 전차를 몰고 가서 니들 길막을 다 뚫어버리갔어!

 

온라인에서 못 이룬 꿈, 현실에서 이루겠습니다. 이대로 불법주차 신고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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