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속 채식주의자
채식주의 까는 글이 많이 보이더라고. 서로 친목질 하는 꼴을 보고 있으면 재밌어. UFC처럼 현피 뜨는 것도 아닌데. 뻔한 내용이라 질리지 않냐고? 아니. 걔들은 완벽한 심리안정제야. 세상에 아직 나 같은 쫄보들이 많구나 느낄 수 있어. 취직, 연예, 인간관계도 다 포기한 방구석 폐인도 웃을 수 있지. 야 너두? 야 나두!
비건, 비건까. 둘 중에 누가 더 쫌팽일까? 이건 헷갈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급 난이도라니까. 흐음.....내 생각엔 말야. 비건 까가 먼저야. 왜냐고? 채식주의자 본 적 있어? 인터넷 말고 코앞에서. 난 없어. 살 만큼 살았다 생각하는데 비건은 만난 적도, 스쳐 지나간 적도 없는 거야. 이 전설 속 존재들은 TV나 유튜브에서 본 게 다지. 대신 비건 까는 매일 봐. 유머게시판만 들어가도 하루 6개는 올라오더라.
내가 한 합리 하잖아.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진 믿지 않지. 풀만 먹고 산다는 인간은 아직 상상 속 동물에 불과 해. 있지도 않은 인간이 어떻게 병림픽을 열 수 있겠어. 말도 안 돼는 소리. 근데 반대편은 바글바글 하네? 관종이 있을 가능성이 아주, 매우 높지. 그런 말 있잖아. 인간은 3명만 모여도 그 중 1명은 삽질한다. 팍팍.
그럼 이 가상의 유니콘을 까며 자위질하는 분들을 들여 보자고. 가장 많이 대는 근거. 식물은 생물 아니냐! 식물도 감정이 있다! 소고기 안 먹는 인간들은 쌀 먹을 자격이 없다!.,... 호오. 조금 감동했어. 식물까지 생각하는 이 물신정신. 모든 생물이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 평등정신! 대단해.
이들만 있다면 우리....아니 내 앞날은 밝아. 집구석에서 똥만 만드는 인간도 인간취급 해 줄 거잖아. 아냐? 난 그냥 똥이야? 지금 똥 무시합니까! 똥도 감정이 있습니다. 이 차별주의자들! 죽어서 똥비료나 돼라. 물에 빠졌을 때 재용이형만 살릴 놈들. 워워. 여러분한테 한 소리 아냐. 어딘가에 있을 채식주의자한테 했어.
근데 말야, 아무리 생각해도 소랑 쌀은 달라. 생각해 봐. 소가 처먹는 양이랑 쌀이 땅에서 뽑아먹는 영양분이 같나? 아니잖아! 그 뭐야, 소 한 마리 키우는데 들어가는 물이며 사료가 엄청나다던데. 에잇, 쉽게 말해 이게 다르잖아! 돈!
이래 보니 이상주의자라 생각했던 비건들이 오히려 현실주의자야. 자연을 위해, 동물을 위해. 그런 고차원적 의도는 접어두더라도. 당장 급한 거. 인류의 생존. 어. 인구는 늘어나는데 고기를 이따위로 먹으면 감당을 못하네. 나라도 안 먹어야지. 얼마나 이성적이야. 그 똑똑한 빌게이츠 형님도 배양육 연구하는데 돈을 쏟아 붇고 있잖아.
그리고 돈! 풀때기만 먹는 게 지갑건강엔 더 좋을 거 같지 않아? 아, 물론 외국은 과일이나 채소가 고기보다 비싸다지만 우리나라는 아니지. 콩나물 천원이면 일주일 먹고도 남아. 요새 양파는 5천원이면 한 달도 먹고. 너무 편파적이라고? 크흠. 그럼 쌀이랑 비교해 보자. 20KG 삼광쌀이 5만 원 정도야. 그럼 고기는? 제일 싸다는 덴마크산 냉동목살이 1KG에 9,900원. 20KG이면 20만원. 4배!
이런 데도 식물의 생존권을 보호하라! 쌀은 고통을 못 느끼나! 같은 소크라테스 할아버지나 할 말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웃겨.......왜 야유해. 알았어. 이제부터 비건 깔게. 음....모니터 속에서만 봐서 사실 잘 몰라. 채식맨이 주위에 없어서 더 모르겠어. 다만 인터넷에 관종 비건을 보니 그 생각은 들더라고.
계십니까!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 오우 쉐킷. 누구시죠? 비건 되고 복 받으세요. 육식지옥, 채식천국! 끄아악. 이 고리타분한 90년대 전도법. 이젠 안 통한다구요! 할 거면 혹하게 해야지. 가령 10분 들을 때마다 사은품 드려요. 가입 싸인 하시면 채소비빔밥이 공짜~. 이래도 안 되면 미남, 미녀 전도사와 함께 둘만의 오붓한 채식타임! 올리브오일을 이용한 러브 러브한....은 농담이고. 크흠. 당장 들어오세요!
아무튼. 난 비건들 존경해. 실천하는 사람들이잖아. 어떻게 고기를 포기할 수 있지? 치킨을 안 먹겠다고? 호우! 탈인간급 의지. 예수님도 물고기는 드셨는데. 뭐요? 채식도 모자라서 떨어진 과일만 먹는 사람도 있다고요? 와우. 채식계의 하이에나군. 브라보치아노!
꼭 만나고 싶어. 이 전설적 존재를. 잡아먹는 거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해본 사람! 환경, 생존, 동물권, 식물권, 온난화, 공장식 사육, 항생제, GMO, 영양, 진화 등. 듣기만 해도 골치 아픈 문제에 대해 결심이 선 사람일 거야. 이런 거 없인 그 미친 짓을 버틸 수 없어. 이런 사람이 고기집 가서 설교 한다고? 아나키처럼 애들 풀만 먹인다고? 아냐. 비건이 아냐. 확실해. 자의식 부족한 관종 혹은 사이비에 빠진 광신일 뿐.
여기 비건 있습니까? 같이 식사라도 하면서 얘기 나눠요. 물론 전 돈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