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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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동화 속 나눔 (0) 2019/06/23 PM 10:09

 

 

 

 

 

제리백_(5).jpg

 

 

 

 

동화 속 나눔 

 

 

 

호우. 오늘은 특별한 날이야. 새로운 걸 깨달은 날이거든. 양파를 매일 한 개씩 먹으면 꼬카인에서도 양파냄새가 난다. 진짜 놀랐어. 양파성분이 내 불알까지 점령 한 거야? 그럼 딸기맛 우유만 마시면 딸기향 나나? 하긴 4일 동안 안 씻었어. 그게... 우리나라 수자원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한 행동이니 이해해 줘. 아무튼.

 

물 하니까 우간다 아이들이 생각나. 우리나라 디자이너가 아이들을 위해 제리백이란 걸 만들었거든. 제리백? 제리캔을 담는 가방이라 제리백이야. 그럼 제리캔은 뭐냐면. 물 담는 플라스틱 통. 우리네 약수터에서 보이는 물통이랑 비슷하긴 한데, 오래돼서 겉은 누렇더라.

 

우간다엔 상수도 시설이 열악하대. 인천처럼 붉은 수돗물조차 잘 안 나온다지. 그러니 어쩌겠어. 애들이 물 뜨러 올 수 밖에. 제리캔 한가득 물을 채워가. 10킬로그램이나 하는 걸. 손에 들고 낑낑. 가방이 있다면 물통을 쉽게 옮길 수 있을 텐데. 책가방으로도 쓸 수 있고. 그래서 나온 게 제리백!

 

브라보! 국뽕이 차오른다. 물론 가방 품질이야 떨어지지. 무슨 쌀포대 자루에 끈만 연결한 거 같다니까. 지퍼나 보조주머니는 사치. 괜찮아, 괜찮아. 100원이라도 더 싸야 많은 아이들에게 나눠줄 수 있을 테니. 다만 안타까운 건.....너무 커! 물통 담아야 하니 커야 하는게 당연한데....그 큰 가방 매고 뛰어가는 쪼만한 애들이 안타까워서 그래. 에휴.

 

아무튼. 제리백으로 학교도 다니고, 물도 나르고, 착한 사람 되렴! 파이팅! , 훈훈하다. 이런 감상에 젖어 있을 때, 내 눈알 두 짝을 울리는 댓글을 봤어. 이제 양손이 비었으니 물통을 2개 더 들 수 있겠군. 웟더! 잠깐.....보고나니 맞는 말이야.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가 없다.

 

크윽. 이건 미처 생각 못 했어. 너무 꿈처럼 본 거야. 이것 때문에 아동 노동 착취가 1.5배 늘어날 수 있잖아. 등에는 제리백을, 양손에는 물통 하나씩. 맙소사. 등 굽는 거 아냐? 걱정인 게 제리백을 보니 어깨끈 넓이가 좁은데다 재질이 좋아 뵈지 않아. 살 파고들면 어쩌지.

 

따라라라 따라 따라. 인간극장. 제리백을 매고 가는 로사. 로사는 매일 3통의 물을 지고 나릅니다. 아이는 자기 몸무게만한 무게를 지고도 꿋꿋합니다. 무겁지 않아요? 안 무거워요. 들 수 있어요. 엄마는 2통만 드는 아이는 나쁜 아이라 했어요. 전 나쁜 아이가 되고 싶지 않아요. 따라라라 따라 따라.

 

워워. 이건 내 망상이니 오해하진 말고. 그래도 말야. 도와준다고 했는데 오히려 해가 됐으면 어쩌지. 제리백을 저주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책가방? 물통? 잠깐. 처음부터 이 둘은 양립할 수 없잖아! 물통담으면 안에 물 범벅일 건데 어떻게 책을 넣을 수 있겠어. 어오.

 

우간다를 직접 가 봤어야 알지 원. 잘 알지도 못하는데 설레발 칠 수 없어.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았네. 신중해야 할 거 같아.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 도울 땐. 문명의 이기가 그들의 행복을 망치지 않을까? 그 뭐야. 오래된 미래처럼. 오래된 미래 읽어보신 분? ...없구나. 사실 나도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게 다야.

 

저기 히말라야 라다크라는 아름다운 마을이 있었어. TV나 인터넷은 없었지만 행복한 곳. 뒷 이야기는 대충 예상 되지? 서구문명의 도래, 난개발, 환경파괴, 가족붕괴. 안타깝지. ! 100% 글쓴이 관점에 동의하진 않아. 지은이가 헬레나 노르베리라는 스웨덴 누님인데, 뭐랄까. 이건 이 누님의 시선이니까. 라다크 주민들 생각은 다를지도 모르지. 히말라야서도 5G 터지면 좋잖아.

 

아무튼. 나한텐 남의 이야기가 아냐. 언젠가 몽고 북동부 호수에서 살고 싶거든. 정말 조심할거야. 거기에 살고 있던 소녀, 소년들에게 백수의 자괴감, 인생 포기자, 강제 모쏠남은 1도 전달하고 싶지 않아. 스마트폰? 크흠. 잘 모르겠어. 보여주는 게 좋을지, 안 보여주는 게 좋을지.

 

일단은 안 보여주려고. 아예 안 가져 갈 거야. 몽고 벌판 아이들에게까지 수집한 야동을 전파하고 싶진 않거든. ? 크흠. 내 보물 하드디스크는 여러분에게 뿌리고 갈게.

 

여하튼 어렵다. 직접 가고, 보고, 느끼기 전에는 모르겠어. 내가 그들과 동화되고, 살아 본 다음에야 뭐라도 할 수 있을 거 같아. 그게 맞겠지?

 

그런 의미에서. 백수 생활에 동화되어볼 돈 많은 누님, 동생, 할머니....남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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