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를 쫓아내고 있는 리카온-
리카온
동물의 세계! 강원도 별장, 버닝썬 뿅뿅 파티가 아니라 사바나 초원에서 펼쳐지는 야생의 삶. 심바가 하쿠나마타타를 외치며 혹멧돼지와 미어캣을 잡아먹는 곳. 핫!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바로 여길 말하는 거겠지? 아차, 생명의 생명에 대한 투쟁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먹고 먹히는 곳이지만 그렇다고 살벌한 광경만 펼쳐지는 건 아냐. 걔들도 가족이 있고, 사랑이 있고, 배려도 있으니까. 사자만 봐도 그래. 백수의 왕 숫사자에게 암사자들이 떠먹여 주잖아. 인간 뺨치는 복지제도지.
리카온도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이야. 리카온 아시려나? 아프리카 들개. 멀리서 보면 하이애나처럼 점박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쫑긋한 게 귀여운 맛이 있어. 턱주가리를 쓰다듬고 싶을 정도로. 근데 싫어하는 사람이 많더군.
이유야 간단해. 리카온 사냥 방식이 인간 눈높이에서 보면 좀 그렇거든. 사냥감을 지칠 때까지 쫓아가지. 결국 탈진한 임팔라는 바닥에 주저앉아. 그럼 바로 식사시간! 임팔라 눈망울이 촉촉한 건 둘째 치고 산 채로 뜯어 먹어. 어우!
잔인한가? 그럴지도. 댓글로 이런 평까지 한 사람도 있으니. 산 채로 잡아먹는 사탄의 마물! 평화와 정의를 위해서 리카온 무리를 멸종시켜야 한다. 호우! 산 채로 잡아먹으면 사탄이로군. 아하, 손들어! 산낙지 먹어 본 인간! 이 사탄의 자식들!.......이런 수박바! 이게 말이야 수박이야!
먹는 걸로 치자면 리카온은 인간 발끝도 못 쫓아와. 그렇잖아. 우리가 어떤 인간입니까. 생으로 먹지, 삶아 먹지, 튀겨 먹지, 렌지에 돌려 먹지, 쪄먹지. 거기다 맛을 위해서라면 별의별 방법 다 동원하고. 지방간이 땡기네? 오리목 잡은 다음 사료 쑤셔 넣고. 개는 패 죽여야 제 맛. 낑낑낑낑.
워워. 먹는 거 같고 비난할 생각은 없어. 단지 리카온을 우리랑 같은 급으로 보는 게 안타까울 뿐. 리카온은 맛 때문에 생으로 먹지 않아. 그런 장난질이 아니라고! 들개는 사자처럼 숨통을 한 번에 끊을 힘도, 이빨도 없지. 표범이나 치타처럼 폭발적인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냐. 그러니 어쩌겠어. 죽어라 달려가서, 한방에 죽이진 못하니 산채로 뜯을 수밖에. 부드러운 내장부터. 빨리 먹지 않으면 언제 백수의 왕한테 뺏길지 몰라. 남들이 뭐라던 일단 뱃속으로 넣고 봐야지. 땅굴에 기다릴 새끼를 생각하며.
리카온 입장에선 얼마나 황당하겠어. 고작 이 이유로 멸종돼야 한다니. 다른 맹수들은 신사적인가? 고작 목덜미 물어서 숨통 끊고 먹는 게? 그 외엔 똑같아. 숫사자도 내장부터 먹걸랑. 그 부위가 제일 부드럽고 맛있대. 암사자가 사냥 끝내고 헥헥 되면 멋있게 달려와서 맛있게 뺏어먹지. 장하다 심바.
뉴스만 보면 세상엔 양심이 땅에 떨어진 거 같은데, 동물 관련 영상을 보면 천사들만 있어. 어유 불쌍해라, 저 귀여운 것을, 생명을 존중해야지. 근데 이 분들의 도덕은 뭐랄까....너무 인간적이란 말야. 죽은 임팔라 다리 뜯고 있는 새끼 리카온들 보고, 뭐? 진짜 나쁜 동물이네요? 앙? 임팔라가 불쌍해서?
이 분들 앞에선 닭다리도 못 뜯겠어. 불쌍한 닭들 잡아먹다니 나쁜 인간이네요! 허허. 음.....물론 45일 동안 좁은 케이지 속에 항생제 사료만 먹다 죽는 닭은 불쌍하지. 나도 떳떳한 인간은 아니고. 그래도 그렇지. 닭 잡아먹는다고 나쁜 놈인가? 너무하잖아.
이해는 가. 순수한 영혼이 보면 마음이 아플 거야. 누군 뜯어먹고, 누군 죽고. 아직 치킨, 족발이 어떻게 들어오는지 모르는 꼬꼬마라면 더 그렇겠지. 어른한테 뭐라 할 순 없고, 그 애한테 말하고 싶어. 애야. 골치 아픈 동물은 있어도, 나쁜 동물은 없단다. 상대를 느껴보렴. 그럼
알 수 있을 거야.
리카온은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어. 임팔라 다리도 뜯지 못하면 가족들은 굶어 죽지. 지구엔 이제 5천 마리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단다. 사자에 치이고, 하이에나에 치이고. 그리고 우릴 악마로 보는 인간들에게 치였지.
우릴 이해해 주겠니? .....착한 아이구나.근데 몇 살이니? 서른마흔다섯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