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조사
아, 힘든 하루였어. 팔자에 없는 면접이 잡혀서 갔다 왔거든. 단 10분! 10분 만에 사람 인생을 좌지우지 한다니. 생각할수록 수박 같잖아! 아무튼 소화는 안 되고, 뒷모가지와 어깨가 뻐근해.
근데 내가 감히 이런 소릴 할 처지가 아니더라고. 이 분들을 보고 있자면. 누구? 정준영, 승리, 그리고 YG패밀리. 먼저 앞에 두 명. 쌍으로 검찰조사 받고 온 사람들을 볼까. 정준영 16시간. 와우. 승리 21시간. 웟더. 그나마 양현석이 인간적이야. 경찰조사로 8시간 45분. 흠. 인터레스팅.
10분만 해도 삭신이 쑤신데, 21시간 조사 받은 승리는 대체 어떤 기분일까? 나라면 한 달은 앓아누울 걸. 고통을 약으로 승화하며 검찰을 저주하고 있겠지. 그러다 깨어나면 뭐해. 아오리 라멘? 프렌차이즈 점주들에게 무슨 면목이 있어. 크헉, 세상 살기 싫다. 오른쪽 머리는 쪼개고 싶을 정도로 편두통에 시달리겠지.
그러다 진짜 맛이 가면 어쩌지. 이 세상 하직할 각오라도 해야 할 상황. 죽기 전에 하나는 털고 가고 싶어. 팬 여러분. 성접대 장소는 제공했으나 성접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마약은 YG 전통이라 어쩔 수 없이 한 대 빨았습니다. 밤샘조사 후유증으로 더 이상 몸을 가눌 수 없습니다. 한강이 절 부르는 군요. 안녕~. 이 세상 밤샘조사 엿가락이라 그래!
뭐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상상 속 시나리오고. 현실은 달랐어. 구속 영장 기각되자마자 헬스장을 갔더군. 키야. 그 산적한 고민과 밤샘조사 여파 속에서도 헬스장 갈 생각이 나나? 역시 아무나 연예인 못하는구나. 근육이 강철이야? 머리가 팽팽 돌아가? 아, 약 먹으면 안 아프지. 이걸 몰랐네. 아무튼.
버닝썬이고, 정준영이고, 승리고, 양현석이고 철저히 조사 받아야 하는 건 맞아. 근데 밤샘조사는 너무하잖아. 이래가지고 제대로 조사가 되겠어? 죽음의 택배 상하차도 21시간 돌리진 않아. 이 맛 간 정신 상태로 무슨 답변을 하겠어. 아니지, 맛이 가야 진실을 말하나? 물은 답을 알고 있다! .....크흠. 어디 80년대 광고를.
조사하는 사람도 그래. 검찰님 체력도 좋으시지. 어떻게 그걸 다 버티나. 거기다 퇴근도 안 하시고. 내가 검찰이면 빡쳐서라도 밤샘조사 안 하겠어. 소중한 가정을 위해. 취미생활을 위해! 정시퇴근 보장하라! 응? 검찰 된 순간 여가생활과는 작별이라고? 글쎄, 폭탄주 돌릴 시간은 있는 거 봐서 그렇지만은 않은 거 같아. 폭탄주는 업무의 연장이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아무튼. 밤샘조사에 대해선 계속 말이 있었어. 구글신의 도움을 받아 쭉 살펴봤지. 이건 웃자고 하는 이야긴데, 소위 보수라는 신문들에서 비판한 기사가 많더라. 살짝 정체성에 혼란이 왔어. 이런 달달한 인권 문제는 저기 페미 좌빨이라는 한겨레, 경향에서 말할 줄 알았더니.....아! 불철주야 검찰조사 받고 힘들어 하시는 회장님들을 위한 기사인거야? 목소리 좀 크다는 정치인을 위해서? 그럴 수 있지. 암. 유어 에너지.
법무부 내에서 인권보호 수사 기준을 마련하긴 했어. 권고사항이긴 하지만. 저녁 8시까지 조사를 끝내도록! 만약 부득이하게 계속 해야 한다면 11시에는 마치도록! 이게 2017년에 추진된 방안이걸랑. 근데 YG패밀리 조사가 언제야. 2019년. 변한 게 아무것도 없네?
물론 며칠 출퇴근 하는 것보다 그냥 밤샘조사 한방에 끝내고 싶을 수도 있지. 근데 이건 마치 우리네 10분 취업 면접 같아. 정해진 시간이 있어서 10분밖에 드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 10분에 니 인생이 달렸음. 알아서 잘 하세요.....출퇴근하기 귀찮죠? 밤샘조사 한방에 끝냅시다. 근데 이 하루조사에 니 약국이 달렸음. 요 와이지!
21시간? 19시간? 9시간. 하루 종일 조사했습니다. 잘했죠? 아니! 그렇게 신속하고 빡시게 조사한들 뭐 하나 밝혀졌어? 소문만 웅성웅성. 이럴 거면 차라리 인권 존중하고, 말짱한 정신으로. 서로의 칼퇴를 지켜가며 제대로 조사하자고.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출퇴근 하면서.
오고 갈 때마다 플래시 세례를 받으면 느낄 거야. 아! 내가 이렇게 관종이구나, 팬들의 사랑을 받는구나, 잘못했구나. 조사하는 검사도 편하지. 한 일주일 지내다보면 이 인간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보일 거 거든. 부먹인지 찍먹인지, 후라이드인지 양념인지. 호우!... 우리 만난 지 7일 째야. 근데 왜 넌 아직도 나한테 숨기는 게 있니? 나쁜 현석!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그렇게 현석과 검사의 사랑은 깨졌다. 괜찮아. 아직 경찰총장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