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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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가난한 남자 백수를 위한 양복 #001 (양복) (2) 2019/06/29 PM 10:25

가난한 남자 백수를 위한 양복

 

 

이제 사회로 나올 백수 후배님들을 위한 양복 구매 지침서.

 

글쓴이는 조금이라도 뽐내기 위해서 양복을 파헤쳤습니다. 양복에 관한 동영상을 70시간가량 시청했습니다. 한글, 일본어, 영어로 된 글도 많이 봤지요. 심지어 머나먼 아울렛과 금단의 백화점까지 가서 제품을 직접 입어보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은 제 글을 읽고 백수에 최적화 된 양복을 인터넷으로 주문하시면 됩니다. 잘못된 양복구매로 인한 후회, 금전적 손실을 막으십시오! 방에서 나가야 하는 귀찮음과 두려움을 날려버리십시오!

 

 

본 글은 전문책임이 없는 순수아마추어권고형입니다. 이 글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백수는 양복이 왜 필요한가?

 

백수라도 사회의 시선을 피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양복은 우리를 숨겨줄 최고의 가림막입니다.

 

초년생 백수 여러분은 양복하면 면접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당신은 양복을 매일 입는 삶을 여전히 꿈꾸고 있습니다. 면접 기회가 생기면 다시 희망을 품고 최선의 모양을 뽐내고자 양복코너를 기웃거리겠지요.

그러나 면접은 양복이 필요한 이유 중 가장 아랫단계입니다. 면접관의 아부를 양복으로 맞추기엔 독창성이 없습니다. 백수의 관성에 젖은 우리의 모습을 양복으로 다 가리는 것도 불가능하지요.

면접관 보다 부모님께 양복 입은 모습을 보여드리세요. 효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구직자로 변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부모님께선 기뻐하실 겁니다.

 

면접보다 더 중요한 이유. 친구의 결혼식 때 필요합니다. 백수에게 친구란 매우 소중합니다. 당신을 돈으로 평가하지 않았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결혼까지 한다니. 부유한 집안이거나, 탁월한 사회성으로 직장인이 됐거나, 자기를 파악하고 꿈을 이뤘거나, 우주의 기운을 받아 로또에 당첨됐거나, 진실한 사랑을 만난 사람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친구가 아니더라도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친구에게 진심을 표현하기엔 10년 전 산 캐주얼 셔츠로는 부족합니다. 잠시나마 사회인이 되어 양복을 입어봅시다. 친구 옆 앨범사진을 미안치 않게 장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례식 때 필요합니다. 고인에겐 예의를 갖추어야 합니다. 백수생활로 메마른 감정을 양복으로 덮읍시다.

장례식의 슬픔 속에서도 당신의 겉모습은 깡그리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뒷담화를 막기 위해서 꼭 양복을 입읍시다. 양복을 입은 당신은 조문객의 뇌 속에서 금세 사라집니다. 평온한 백수 생활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백수는 양복 살 돈을 어떻게 마련하는가?

 

얼마가 필요할까요? 다다익선! 현실적으론 70만원을 목표로 합시다. 이 금액은 여러 쇼핑몰을 뒤져보며 얻은 결론입니다. 이 정도 금액이면 남의 눈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 좋은 양복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돈을 벌지 않는 우리들은 돈을 쓰지 않는 방식으로 가족 경제에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책 속에서 돈을 마련하기란 녹녹치 않습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세요! 34세 이하 백수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청년수당, 디딤돌카드 등 각 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혜택을 놓치지 마세요.

 

지원을 받는 데는 우리의 가난이 도움이 됩니다. 정성들여 쓴 취업계획서와 포부는 담당 공무원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다량의 자기소설서를 쓴 기량을 뽐내봅시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부산시의 디딤돌사업은 월 50만원을 쓸 수 있습니다. 두 달을 투여하면 목표금액을 충분히 맞출 수 있습니다.

사회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사회의 도움을 받는 아이러니를 느끼시나요? 그만큼 시민 여러분께 마음속 우러러 고마운 인사를 드립시다.

 

 

 

어떤 계절용 양복을 살 것인가?

 

당장 닥친 계절의 양복을 사는 것은 아니 될 말입니다. 사계절용 양복은 어떨까요? 사계절 모두 입기 애매할 수 있습니다. 고민하고 미래를 예측하여 어떤 계절 양복이 우리에게 필요한지 찾아봅시다.

단연 여름용 양복을 추천합니다. 왜 그럴까요? 지구온난화로 더워지는 이때 옷은 시원하게 입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겨울이 걱정되신다면 내복과 겉옷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름철 더위는 여름철 양복 외에 해결책이 까마득합니다.

여름철 양복의 장점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안감을 최소화하여 옷이 가볍고 부드럽습니다. 안감을 최소한 양복을 언컨(Unconstructed)이라고도 부릅니다. 안감을 뼈버려서 손해 보는 거 아냐 라고 묻는 당신.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안감을 빼면서도 형태를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손이 더 들어가고 고급스럽죠. 양복만 입으면 갑갑했던 경험을 이제 날려버리세요.

 

 

 

색깔과 무늬는 무엇이 좋은가?

 

파란 하늘을 좋아해서 푸른 양복을 사면될까요? 우리 백수에겐 안 될 말입니다. 여름용 양복을 구입한 것처럼 색깔 또한 정말 필요한 색을 사야 과소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양복을 입어야만 하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면접, 결혼식, 장례식 등이 있습니다. 장례식에서 푸른 양복은 세상의 기준에 맞지 않습니다. 기껏 양복을 입었는데 욕을 듣는다니 안될 일이지요. 결혼식, 장례식에선 어두운 계통을 입어야 합니다.

그럼 턱시도와 같은 검정색은 어떨까요? 장례식장에선 최고의 색깔이겠으나 다른 곳에서는 너무 딱딱하고 어둡게 보일 수 있습니다.

 

어두우면서도 검정은 아닌 색. 답이 나왔습니다. 검정인 듯 검정 아닌 회색. 쥐색. 공장폐수가 흐르는 듯한 남색. 영어로 하면 멜란지, 차콜, 차콜 그레이, 다크 그레이, 애쉬, 다크 네이비. 이 색상은 어느 장소에서도 양복의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 무늬가 없는 솔리드, 격자무늬가 들어간 체크, 선이 들어간 스트라이프 중 우리는 무엇을 택해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아무 무늬가 없는 양복입니다. 가장 단정해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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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기본 수트는 3벌. 블랙(차콜), 그레이, 네이비.
돈이 없어 하나씩 빼야 한다면 네이비가 1순위, 다음이 그레이.

참고로 블레이저(마이)의 버튼을 다 채우는 일은 없기에 셔츠가 일정부분 보일 수 밖에 없는데-
그렇기에 안에 입는 셔츠와 타이도 중요합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수트보다 셔츠와
타이는 무조건 2개 이상 마련해놓아야 하죠. 셔츠 같은 경우는 블레이저와 치수가 달라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셔츠는 치수가 5사이즈로 구분되지만, 블레이저는 2사이즈 혹은 브랜드에 따라 더
세세하게 나뉘기에 최대한 자신의 몸에 맞추어 입는 게 가장 베스트이죠.

주인장님의 본문을 읽다보니 아무 생각 없이 적게 되었는데- 그래도 사회초년생이나 대학생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하긴 요새 옷을 잘 못입는 사람은 없죠. 다들 패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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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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