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 아테네 아카데미. 아테나 여신상-
아아, 오늘은 일요일. 하나님을 찬양하진 않지만 그 분이 명하신 휴일은 정말 고마워. 물론 내일은 뭐다? 월요일 좋아!
난 아테나 여신을 따르지. 그 분의 인간적인 면모가 너무 사랑스럽거든. 왜 많고 많은 신 가운데 하필 아테나님이냐고? ....끄응. 사실 시작은 비천해.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일단 여신! 붕가 한 번 못한 남자가 굳이 남신을 모실 필요 있어? 여신님만이 줄 수 있는 감동과 즐거움이 있지. 아무리 예수님이 사랑의 대가라 하지만 그 분과는 넘지 못할 선이 있잖아. 물론 예수님이야 아무 상관 안하실 테지만.
그럼 여신 중에서도 왜 아테나님인가. 크흠. 그리스 3대 여신하면 헤라, 아프로디테, 그리고 아테나. .....이거 말 꺼내기가 무섭네. 과거 세 분 사이에 끼어서 입 잘못 놀렸다가 전쟁까지 났으니. 트로이 전쟁! 하필 오늘 미남북 정상이 만났는데, 내가 까불다가 재앙 뿌리는 거 아냐? 아, 이미 재앙은 다른 분들이 많이 뿌리고 있어서 상관없겠다.
세 분 다 아름답고 사랑스럽지. 그러나 아테나여신을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어. 다른 두 분은 이미 유부녀신이니까! 어떻게 임자 있는 분을 만날 수 있겠어. 내가 아무리 성숙미 넘치는 분을 좋아 하지만, 근혜 누나, 나경원 할머니를 사랑하지만! 안 돼지. 암.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는 일에 동참할 순 없어. 그래서 선택은 아테나!
이제 아테나님의 인간적인 면을 볼까. 아테나님이라고 착하고 지혜로운 일만 하신 건 아냐. 멋모르고 까부는 관종, 어그로에겐 욱하기도 하시지. 그래도 몇 번은 참으셔. 참고, 참고, 그러다 터지면 알지? 저기 하나님처럼 인간 멸종까진 아니지만 살벌하게 처벌하시지.
아라크네라고 베짜기 잘하는 여인이 아테나님께 까불었걸랑. 보다 못 해서 베틀 배틀을 시작해. 인간 대 여신. 결과는? 맙소사. 인간 아라크네가 이겨. 호우. 우린 여기서 알 수 있지. 아테나님의 관대함과 공정함을. 다른 신 같았어 봐. 인간하고 대결? 능력빨 빼고 순수 겨루기? 둘 다 있을 수 없는 일! 근데 하시잖아. 아테나님은.
근데 살짝 이성을 놓으셨나 봐. 지고 나서 아라크네 머리빡을 그냥 내리치셨네? 머리가 이상해진 아라크네는 자살해 버리지. 이걸로 끝이었으면 다른 신들과 똑같았을 거야. 그러나 아테나님은 반성을 하시거든. 아이고, 내가 순간 정신줄을 놨구나. 불쌍한 아라크네. 거미가 되어 실 짜기를 계속 하렴.
얼마나 인간적이야. 다른 신들과는 비교가 안 돼. 제우스처럼 강간의 왕국을 건설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맘에 안 든다고 불바다, 물바다 만드는 것도 아니고. 점쟁이 말만 듣고 자기 자식 모조리 죽여 버리는 미친놈도 아니고, 자기 믿나 안 믿나 시험하려 자식 죽이라는 똘아이도 아냐. 실수는 하지만 반성하시는 분. 존엄과 양심을 지키는 분이지.
이런 아테나님이지만. 딱 하나. 메두사 문제만큼은 걸려. 이거 참. 메두사랑 포세이돈이 아테나신전에서 해피타임을 보냈거든. 당연히 아테나님 뚜껑 열렸지. 그래서 미녀 메두사를 우리가 알고 있는 머리에 뱀 달리고 석화 쓰는 혼종으로 바꿔버리셨어.
여기서 설이 살짝 갈려. 일반적인 건 아테나님이 빡쳐서 메두사를 괴물로 만들었다. 다른 하나는 포세이돈이 메두사를 강간했고, 이에 메두사가 아테나님께 도와 달라 했다는 거야. 이에 아테나님은 메두사를 강인한 여성으로 변모시켜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런 스토린데, 글쎄....너무 갔잖아! 완전 남성혐오를 넘어서서 인간혐오 걸린 괴물을 만들어 놓으셨어. 꼴통페미 보는 느낌이야. 아무리 아테나 신도라 하더라도 이건 좀 그렇다.
페르세우스 전설까지 곁들이면 메두사에 대한 그 분의 생각이 확실해지지. 메두사 잡으러 가는 페르세우스! 아테나께서 전략에서부터 장비까지 다 지원하셔. 꼭 목 따고 오라는 듯이. 후에 진짜로 페르세우스가 메두사 머리를 아테나께 바치거든. 그 분은 메두사 대가리를 자신의 방패에 박아 넣어. 이것이 그 유명한 이지스! 아이기스라 불리는 절대방패야. 우리나라도 이지스함 3척인가 갖고 있지? 절대방패로 지킬 항공모함은 없지만. 뭐 아무튼.
지혜와 관용의 여신께서 뭐에 그리 화가 나신 걸까? 이번 일만큼은 하나님 저리 가라야. 괴물로 만든 것도 모자라서, 죽인 다음엔 자기 방패에 달고. 시체 능욕! 평소에 볼 수 없는 이 살벌함. 그러다 문뜩 떠올랐지. 아테나님도 나처럼 모쏠이시거든. 처녀신! 그런데 감히 자신의 신전에서 커플이 떡을 쳐? 이것들이 진짜!
나였으면 메두사, 포세이돈 쌍으로 목을 따서 붙이고 다녔을 거야. 하나는 방패에, 하나는 죽창에! 포세이돈도 작살내야 하지만 힘이 모자랐던 거지. 언젠가 창끝에 포세이돈 머리가 걸릴 날이 올 거야.
크흑. 당신을 한순간 의심했습니다. 저를 용서하십시오!
하악하악. 아테나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