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살 것인가?
여름 양복은 8월~10월이 쌉니다. 마치 에어컨을 겨울에 구매하는 것 처럼요.
그렇지만 백수에겐 더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명분이죠. 어느 날 갑자기 양복택배가 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것도 부모님에게 들켰다면. 맙소사. 하라는 취직은 안 하고 옷이나 구매했다고 타박을 받을 것입니다. 게다가 가격을 아시는 순간 당신의 평온한 3일은 날아가 버리죠.
그렇기 때문에 침대에서 뒹굴 듯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사전포석이 필요합니다. 넌지시 부모님께 말해봅시다.
‘어머니, 소자 이번에 ***공기업 면접이 있사온데 이번에는 합격해서 어머니의 소원을 이뤄드리고 싶습니다. 헌데 입고 갈 양복이 걱정입니다. 전에 떨어진 ****공사 면접에서 보니 옆에 있는 장정들은 때깔이 좔좔 흐르는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5년전 구매한 제 양복은 초라하게 보였습니다. 면접관들도 그리 생각할 것입니다. 이번에 시의 지원으로 양복을 살 좋은 기회가 생겼는데.........’
‘아버지, 소자 이번에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사온데, 고교 동창들이 다 옵니다. 명색이 백수라도 보이는 것은 직장인으로 보여야 할 텐데 양복이 걱정됩니다. 이번에 시의 지원으로 양복을 살 좋은 기회가 생겼는데........’
위는 예시일 뿐이고 각자 상황에 맞추어 말씀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대화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불쌍한 표정, 머뭇거림 속에서 묻어나오는 미안함. 그러한 것이 있어야만 부모님의 마음을 제대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세일기간에 맞추어 구매한다면 당신은 감각 있는 백수입니다. 각종 마일리지, 상품권을 총동원 하십시오. 일부는 우리의 개인정보를 요구하지만 들어줍시다. 백수에겐 5천원이 더 소중하니까요.
수트와 재킷의 차이점.
자사몰에 들어가 남자 코너를 봅시다. 목록에 수트가 있고 재킷이 있습니다. 둘 다 비슷해 보이는군요. 그러나 둘은 차이가 있습니다. 수트는 바지까지 포함되어 있지만 재킷은 윗도리만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드는 생각. 재킷을 사고 바지를 따로 사면되지 않을까?
세상의 시각에 맞추기 위해 양복을 입습니다. 그런 점에서 양복의 기준도 세상에 맞춥시다. 수트는 위아래 원단과 단추가 동일하여 통일감을 줍니다. 재킷은 아무리 비슷한 원단과 색깔로 맞추더라도 느낌이 살짝 다르죠. 게다가 재킷과 바지를 따로 사는 것이 한 벌로 사는 것보다 비싼 편입니다.
트임이란?
제품 설명을 보면 트임이란 것이 있습니다. 양복 상의 뒤쪽 트임을 말합니다. 지휘자의 뒷모습을 봤을 때 제비꼬리처럼 멋들어지게 갈라진 것을 떠올려 봅시다. 물론 우리가 사려 하는 양복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요.
트임에는 옆트임, 가운데 트임이 있습니다. 때론 트임이 없는 것도 있지요.
옆트임은 양옆으로 트여있습니다. 영국 양복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옆트임은 의자에 앉을 때 자연스럽게 등판 아래가 올라갑니다. 기능성에다 영국산 맛까지 있다니 놓칠 수 없군요.
가운데 트임은 중간에 한 줄 트여있습니다. 미국 양복에서 많이 씁니다. 미국이 강대국이라도 양복은 영국산이 끌리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운데 트임을 하면 좋은 체형이 있습니다. 바로 살집이 많은 분이죠. 포동포동함을 가운데로 모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턱이란?
상의에 트임이 있다면 하의에는 턱이 있습니다. 영어로 TUCK. 해석하면 주름입니다. 주름이 없는 노턱, 주름이 한 개인 원턱, 두 개인 투턱이 있습니다.
노턱은 깔끔합니다.
턱이 있는 바지는 접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편안합니다. 활동적이신 분들에겐 턱이 있는 제품이 좋겠지요. 대신 아저씨바지라는 시선이 있습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세요. 상의를 벗지 않는 이상 주름이 잘 보이지 않을뿐더러, 당신의 연령은 다른 곳에서 결정되니까요.
추천하는 브랜드는?
위에서 배운 내용을 곰곰이 정리해봅시다. 그리고 글쓴이의 대기업 사랑을 가미하면!
삼성물산 패션부분에선 로가디스, 빨질레리 클래식, 갤럭시, 갤럭시 수젤로를 추천드립니다. 로가디스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우리의 품질기준을 충족하고 있군요. 제품에 따라 국산, 인도네시아산이 있는데 이왕이면 국산을 사고 싶은 게 인지상정.
비접착으로 만들었다는 상위 브랜드인 갤럭시 수젤로도 우리의 눈을 끕니다. 아울렛 항목에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군요. 헌데 깊고 어두운 색상, 깔끔한 민무늬가 보이지 않는 게 아쉽습니다.
엘지패션에선 마에스트로, 마에스트로 알베로, 닥스를 추천드립니다.
LF몰은 삼성 SSF샵보다 아울렛에 있는 양복이 다양합니다. 삼성과 달리 안감에 레이온이 많이 보입니다. 마에스트로 알베로 제품에는 좌측 주머니 위에 빨간 가위 장식이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치수가 문제군요. 품절된 치수도 많고, 선택은 가능한데 막상 주문하려면 안 되는 요상한 경우가 있습니다.
구입 후 수선은 어떻게 하는가?
양복과 셔츠를 입고 구두를 신습니다. 없다면 대용품이라도 괜찮습니다. 이제 거울 앞에 섭니다. 소매부분에 셔츠가 살짝 보이십니까? 아니라면 양복 소매 길이를 줄여야 합니다. 손목을 만졌을 때 볼록 튀어난 뼈 부분 또는 그곳에서 1cm 위가 좋습니다.
적절한 바지 길이는 어느 정도 일까요? 바지 길이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장 추천하는 길이는 바지 끝이 구두 상단을 조금 가리면서 살짝 주름이 지는 정도입니다. 보기에 불편하지 않고 자연스럽습니다!
바지가 너무 길면 구두를 반이나 잡아먹어 버리고 주름이 많이 생깁니다. 이렇게 되면 세련미가 떨어지고 깔끔하지 못합니다. 바지가 바닥에 질질 끌릴 수도 있지요.
바지가 구두를 전혀 가리지 않고 양말 색깔이 뭔지 다 보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활발하고 생기 있게 보입니다. 그러나 너무 가볍고 격식이 없어 보이지요. 게다가 의자에 앉기라도 하면 다리털까지 다 드러날 기세입니다.
바지길이를 수선할 때 앞쪽을 뒤쪽보다 1cm가량 짧게 할 수 있습니다. 모닝컷 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바지가 구두에 닿는 부분을 줄여서 주름을 없애주고 깔끔하게 보입니다.
바지 끝단을 접어서 올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턴 업, 카브라라고 불리더군요. 접힌 부분이 무게가 있기 때문에 바지를 쫙 펴주어 보기 좋게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행을 타고, 사람에 따라 다리를 더 짧아 보이게 하는 경우도 있어서 추천하진 않습니다.
소매길이, 바지길이를 제외한 다른 부분은 수선하기가 까다롭습니다. 어깨가 좁다, 품이 너무 넓다 이렇게 되면 반품, 교환합시다.
SSF샵에서 구매하면 소매길이, 바지길이를 무료로 수선할 수 있습니다. 구입 후 일주일 안에 신청해야 하므로 잊지 맙시다. LF몰에서도 주문 후 수선신청하기를 통해 무료로 수선할 수 있습니다.
자사몰이 아닌 일반 쇼핑몰에서 구매했다면 무료수선 서비스를 받을 수 없습니다. 직접 수선집에 가서 나에게 맞는 옷으로 만듭시다.
가까운 수선집을 찾아가도 되지만 이왕이면 양복 수선에 경험이 많을 곳을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백화점 남성 양복 층에는 수선실이 있습니다. 질리도록 양복을 수선한 분들에게 맡깁시다. 소매와 바지길이 조절 정도면 1만 5천원 내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난한 남자 백수는 어떤 양복을 골라야 하는가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양복만 샀다고 해서 세상의 손아귀로 나설 순 없습니다. 당신의 겉모습을 완성하려면 셔츠, 구두가 필요하지요. 거기다 벨트, 시계까지 갖춘다면 직장인 뺨치는 위장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