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의 기본은 다 갖춘 것 같습니다. 청년지원수당도 여기까지죠.
그런데 허리가 허전합니다. 바지가 잘 맞아 허리띠가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안 매자니 왠지 눈치가 보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벨트는 꼭 매야 하는가?
반드시 맬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매십시오. 아니, 매십시오.
왜냐하면 보여주기 위한 용도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양복바지에 벨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사회인의 머릿속을 정복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따라야 안전합니다. 사극에 나오는 관복을 떠올려 보십시오. 허리띠가 있습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관습을 쉽사리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능적으로도 벨트는 꽤 역할을 합니다. 허리를 튼튼히 잡아주어 셔츠가 삐져나오는 걸 방지합니다. 허리가 시작되는 지점을 알려주어 밑단이 긴 양복바지라도 다리가 길어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때에 따라 호신용 무기로도 변신하죠.
어떤 재질의 벨트를 살 것인가?
양복엔 가죽벨트가 오직 어울립니다. 양복의 차분함을 헤치지 않으려면 가죽 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들지요.
2만원 아래 가격대에선 인조가죽, 합성피혁을 사용한 제품이 많습니다. 때가 잘 타지 않고, 관리가 쉬우며, 습기에 강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허리를 움켜잡을 벨트 소재로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내구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조가죽은 우리의 배를 감당하지 못하고 변형되기 쉽습니다. 합성피혁은 한 달 정도면 버클과 맞닿는 부분 외부코팅이 떨어져 내부에 천 조각들이 드러나죠.
천연가죽은 인조가죽에 비해 비싸지만 질기고 튼튼한 편입니다. 팽팽한 긴장 속에 있는 벨트에겐 천연가죽이 더 적합합니다. 그러나 천연가죽이라고 하더라도 품질은 천차만별입니다. 어떻게 구별해야 할까요.
품질 좋은 가죽 벨트는 어떻게 구별하는가?
글쓴이는 고백합니다. 인터넷에는 수만 가지의 벨트를 팔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어느 것이 질 좋은 가죽으로 만들어졌는지, 합당한 가격인지 모르겠습니다!
제 변명을 들어주십시오. 쇼핑몰의 사진만으로는 가죽이 좋은지 나쁜지 알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설명도 달랑 천연가죽이라고 적어놓은 곳이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광고에서 말한 내용이 진짜인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 직접 문의해봤지만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한국의류시험연구원 가죽제품 문의처 031-596-5613)
그러나 우리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매의 눈으로 관찰해 봅시다. 이 내용은 정확도가 낮으니 유의하십시오. 글쓴이는 당신의 주머니까지 책임질 수 없습니다.
접착 가죽(Bonded leather)이 있습니다. 롤가죽이라고도 합니다. 가죽 제품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한데 모아서 접착해 만든 가죽입니다. 만드는 것을 보면 마치 종이 만들 듯 합니다. 걸쭉한 가죽을 접착물질과 섞어 압착합니다.
만드는 과정에서 가죽의 숨구멍, 표면의 재질이 남아 있을 리 없겠죠. 내구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성질은 인공가죽에 가깝지만 천연가죽으로 만든 제품이니 우리를 혼란케 합니다.
접착 가죽으로 만든 벨트는 어떨까요? 통가죽처럼 부드럽고 토실토실하게 보이면 접착 가죽 제품이 많았습니다. 표면이 매끄럽고 벨트 뒷면도 반질반질한 편입니다. 글쓴이는 통가죽과 접착 가죽을 구분하려고 백방 노력했으나 할 수 없었습니다. 통가죽인데 가격이 매우 싸다하면 접착 가죽인지 의심합시다.
내피 가죽(Genuine leather). 피부 안쪽의 가죽입니다. 피부 안쪽이니 역시 주름이나 숨구멍이 없습니다. 내구성도 속살인 만큼 떨어지는 편입니다. 스플릿, 도꼬라고도 부릅니다.
Genuine 이라는 용어가 매우 헷갈립니다. 번역하면 ‘천연‘으로 되는데, 내피 가죽을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안전하게 Genuine leather라고 하면 내피가죽으로 생각합시다.
주름은 인공적으로 찍어냅니다. 많이 보이는 것이 사피아노 무늬입니다. 아주 촘촘한 빗살모양으로 보이죠. 이렇게 한 가죽은 외부 긁힘에 강해서 벨트, 지갑에 많이 씁니다.
내피가죽 제품은 벨트 바깥 면과 안쪽 면에 차이가 났습니다. 바깥은 검은색인데 안쪽은 갈색, 바깥은 무늬가 있는데 안은 밋밋한 것이죠.
왜 이럴까요? 많은 내피가죽 제품들이 겉면은 천연 내피가죽을, 이면은 합성가죽으로 만들어서 둘을 실로 꿰맨 경우가 많았습니다. 겉면과 이면 모두 천연가죽을 사용한 경우엔 가격이 올랐습니다.
외피 가죽(Full grain leather)은 가장 상급의 가죽입니다. 바깥부분으로 가죽의 고유한 주름이 살아있고, 내구성이 좋습니다. 면피가죽이라고도 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구분하느냐 인데요, 글쓴이는 포기했습니다. 특유의 주름으로 구분하려고 해봐도 벨트는 너무 얇아서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고화질의 제품사진이 아니면 시도조차 할 수 없습니다.
해외 아마존 쇼핑몰에선 Full grain leather를 사용한 제품이라고 광고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이것마저 거짓말인 경우도 있지만요). 그러나 국내에선 도통 찾을 수가 없습니다. SSF샵에서 파는 ‘플그레인 비죠 벨트’ 정도가 제품이름에 무슨 가죽을 썼는지 적어놨습니다. 그 외 중소사이트에서도 면피가죽이라고 하는데 확실히 구분을 못하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혼란만 드린 점 죄송합니다. 그래서 글쓴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요! 가격이 싸면 품질이 낮은 가죽을 쓴 건 아닌지 살펴봅시다. 비싼 제품이면 가죽도 좋은 것을 썼는지 확인합시다.
어떤 색깔의 벨트를 사는가?
벨트의 색깔은 구두의 색과 짝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검은색 구두를 샀다면 벨트도 검은색으로 하는 것이지요. 동일한 색상의 구두와 벨트는 깔끔한 분위기를 더합니다.
당신의 양복과 구두가 전체적으로 어두운 계통이기 때문에 벨트도 어두워야 통일성을 깨지 않습니다. 갈색이라도 어두운 갈색으로 꼭 고릅시다. 그렇지 않으면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당신의 벨트만 쳐다보는 사태가 일어날 것입니다.
바늘땀이 보이는 벨트도 있습니다. 바늘땀은 색깔이 튀어 보이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벨트 테두리나 중간에 다른 재질을 써서 꾸민 제품도 피합시다.
벨트의 길이와 폭은?
벨트를 맸을 때 벨트 끝이 바지 왼쪽 첫 번째 고리에 걸리는 정도가 보기 좋습니다. 어느 곳에서 바라봐도 나풀거리지 않고 정돈된 느낌을 줍니다.
허리둘레가 넓은 분은 그만한 길이의 벨트가 필요합니다. 120cm 이상의 벨트도 있으니 찾아봅시다.
폭은 3~4cm 사이를 추천합니다.
벨트 폭이 3cm 이하가 되면 체형이 조금만 커도 부자연스럽게 보입니다. 대신 훌쭉 마른 분이라면 3cm 정도의 벨트를 해도 어울릴 것입니다.
벨트의 폭이 넓어질수록 힘이 있고 활발하게 보입니다. 야성미 있는 청바지에는 어울리겠으나 점잖은 분위기의 양복에는 맞지 않지요. 게다가 양복바지의 벨트 구멍은 보통 4.5cm를 넘지 않습니다!
어떤 버클로 할 것인가?
양복을 입을 때 버클은 단순하고 눈에 띄지 않을수록 좋습니다. 문양, 글귀가 새겨져 있는 것은 피합시다. 색도 중요합니다. 금색, 은색으로 번쩍번쩍 빛이 나는 것은 분위기를 망칩니다. 가죽 띠와 비슷한 어두운 색상이거나 은은한 금속 느낌 정도가 좋습니다.
품질이 좋은 버클은 고리가 정중앙에 반듯하게 놓입니다. 모서리 부분도 꼼꼼히 연마하여 부드럽게 만듭니다. 촉감이 좋고 험하게 만지더라도 손에 상처가 나지 않습니다.
버클의 형태는 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수동이면 가죽 띠에 구멍이 있고 고리로 고정을 하는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자동이면 네모난 모양이 일반적이죠.
제품을 검색하다보면 ‘비죠(비조)’ 벨트가 많이 보일 것입니다. 수동벨트 중에서도 캐쥬얼한 느낌이 나는 버클을 비죠라고 합니다.
수동? 자동?
수동벨트는 오래됐습니다. 그럼에도 현대적이고 깔끔하게 보입니다. 젊어 보이고 싶으면 수동 벨트를 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수동 벨트는 가죽이 쉽게 상합니다. 고리를 지탱하는 구멍이 벌어지기 쉽습니다. 벨트를 매고 풀 때마다 띠를 위로 잡아당겨야 해서 가죽이 구겨집니다.
자동벨트는 가죽 띠에 구멍이 없습니다. 대신 띠 뒷면에 계단모양의 걸림 장치가 있고, 버클이 이것을 이빨로 꽉 무는 방식입니다.
자동벨트는 매고 풀 때 편리할 뿐만 아니라 미세하게 길이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가죽의 손상도 수동에 비해 적죠.
단점은 아저씨 벨트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물론 촌스러운 자동벨트도 많지요. 그러나 수동만큼 세련되고 간소한 디자인도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수동벨트가 남들에게 보여주기는 안정적입니다. 편리함이나 내구성에선 자동벨트가 좋습니다. 선택의 순간.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하겠습니까?
우리가 백수라는 사실을 망각했습니다. 기능성, 실용성이 웬 말입니까. 수동벨트로 갑시다.
양면벨트는 어떤가?
추천하지 않습니다.
양면벨트는 벨트 앞면과 뒷면 색깔이 다릅니다. 보통 검은색과 갈색으로 되어 있죠. 버클을 자신이 원하는 색상 쪽으로 맞추면 됩니다. 벨트를 하나만 사도 두 가지 색상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양복이 여러 벌 있는 것도, 여러 색상의 구두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벨트를 앞뒷면 번갈아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게다가 벨트는 착용하면 허리 모양으로 살짝 휩니다. 이걸 거꾸로 매면 모양이 이상해지고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