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 본사-
사업보국
5년 전 뭐하고 있었어? 학교에서 열공하고 있던 학생? 우울한 사회 초년생? 혹은 비트코인 대박 치기 전 평범한 인생? 다양해. 기억이 가물가물한 분을 위해서 한 마디 하자면 그 해, 세월호 참사가 있었어.... 브라질 월드컵! 어디가 우승했더라?....오룡호가 침몰했지. 27명이 죽고 26명이 실종된 사건. 어휴. 마왕 신해철도 우리 곁을 떠난 2014년. 멀리 있는 듯 멀지 않은 기억이네.
이런 환장할 사건 사고들 속에서 이제는 잊힌 작은 일이 있어. 뭘까? 힌트! 삼성동. 현차. 정답! 현대자동차가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10조 5천 5백억 주고 산 기념적인 해! 하하하....하하... 10조 5천억이라니. 4대강에 22조가 들었으니 2대강까진 문제없겠군. 현대가 이런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니. 웟더.
너무 얕잡아 봤어. 재벌이라 해도 조 단위는 버거울 줄 알았거든. 근데 10조! 키야. 대체 돈을 얼마나 쌓아두고 있는 거야? 더 고무적인 건 삼성을 꺾었다는 거지. 부지 딜 할 때 삼성도 참여했어. 세계 최고 기업 그 자체라는 삼성도 4조밖에 부르지 않았어. 근데 10조? 10조! 현기, 당신은 도대체.
이 조 소리 나오는 지름이 이해 가? 대체 무슨 목적으로 질렀는지 모르겠어. 2023년 예정으로 현대자동차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라는 거창한 건물을 짓고 있는데, 겨우 이거 하나 지으려고 10조를 날려? 아, 크흠. 날린 게 아니라 투자 해? 서울 양재에 있는 지금 사옥이 쓰러져 가면 몰라. 지금 사옥도 화강암 외벽에 멀쩡한 건물이야.
에휴, 그래. 방구석 백수가 뭔 투자를 알겠어. 현대경제연구원 최고의 전문가들이 계산해서 샀을 텐데, 뭔가 있으니까 샀을 거야. 암......정말? 10조면 재규어, 클라이슬러, 애스턴마틴, 푸죠 씨트로앵, 랜드로버를 다 살 수 있었다고! 아니면 중국처럼 밴쯔, 볼보를 질러버리거나. 이걸 다 할 수 있었는데. 다 해도 1조 7천억이 남는데! 땅을 사요? 야!
아무튼. 내 경제관념으론 이해할 수 없었어. 4대강보다 더한 삽질로 보였지. 근데 5년후, 최근 기사를 보니 뜨끔하더라고. 기사 제목이 이래. 강남은 실패하지 않는다. 정몽구 10조 배팅이 재평가 받는 이유. 맙소사. 10조를 때려 박고도 멀쩡하다구요? 진짜 강남불패잖아!
잠깐. 뒤에 경제 들어간 신문들은 뭐다? 고도의 구라일 수 있다. 자세히 살펴봤어. 흠. 지금은 50% 올라서 부지 값이 15조에 달한다... 15조 땅 위에 세워진 빌딩 세는 얼말까? 1시간 주차료로 15만원 씩 받아야 될 판이라고. 더구나 팔려고 해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삼성도 4조 부르고 포기했는데? 못 사. 아무도. 아니. 안 사. 미쳤습니까, 휴먼?
다음, 건물 올라가면 관리비도 만만치 않지. 심지어 건물 올라가기 전에도 보유세 명목으로 매년 몇 억씩 나가고 있어. 17년 171억, 18년 205억, 올해 290억. 말이 290억이지 1억짜리 제네시스 G90 풀옵션을 290대 팔아야 돼. 순이익을 20%라 하면 5배는 더 팔아야 되니, 1450대. 매년 제네시스 1450대가 공중분해 된다 생각해 봐. 내가 현기 투자자라면 렉서스 끌고 본사 돌진 했어.
아무리 노력해도 경제적 관점에선 이해가 안 가. 정몽구 회장은 사업보국이라는 명목을 들던데, 사업보국, 사업으로 나라에 보답한다. 응? 나라에 보답한다? ........그랬군. 그런 거였어. 이 삽질은, 아니 이 투자는 국가를 위한 거였어!
그 비싼 한전 부지를 누가 살 수 있겠어. 그런데 현대가! 웃돈까지 얹어주며 시원하게 질렀잖아. 키아. 세금이 막 들어오네. 보유세도 그래. 꼬박꼬박 매년 200억 이상 내고 있잖아. 내년이면 300억대야. 이보다 국민을 위한 결단이 어디 있어. 저기 세금 안 내겠다고 쌈바 에버랜드 관광 중인 S모기업과는 차원이 다르지. 현대, 당신은 도덕책!
다만 걱정 돼. 현대 투자자들은 무슨 죄야. 위장 안녕하십니까? 판매율, 점유율 다 떨어지고 있어. 작년 영업이익은 2010년 이후로 최악. 판매목표 755만대도 16만대 미달. 연구개발비는 자동차회사 중 최저를 달리고.
허허. 아무리 국가를 위한다지만 이러다 망하면 어쩌려고 이러지. 이참에 주력상품을 복덕방으로 바꾸려는 거야? 에이. 설마. 현대차 다니는 노동자만 40만이 넘는다는데......이 정적은 뭐야? 괜히 불안하잖아. 크흠.
아무튼. 사업보국! 당신의 깊은 뜻을 몰랐습니다. 앞으로 현기차 타겠습니다!
오늘따라 현대차가 아름답게 보이네. 앗, 혼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