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문성민 선수 -더스파이크, 유용우 기자-
촬영죄
요즘 일본에 대한 감정이 안 좋지? 나야 전에 말했듯이 매국은 하지 않는 친일파야. 오늘 아침에도 일본인들과 미팅하고 왔어. 거두절미하고 상대의 가슴 속의 뜨거움을 봤지. 밑에는 모자이크 돼서 안 보이더라고. 응?
아무튼. 반일감정이 한참 고조될 때, 광주에서 여기에 기름을 붓는 일이 있었네? 한 일본인 관람객이 여자 수구 선수들을 몰래 촬영했다는 거야. 호오. 잠깐. 경기장에서 사진 찍는 게 어때서? 찍을 수도 있지! ....했는데 출입금지구역서 찍었어. 크흠. 얄짤없구만.
이 왜놈의 새키! 사형시켜라! 댓글이야 안 봐도 알겠지? 헌데. 이게 좀 애매하단 말야. 만약 출입금지구역을 한글과 영어로만 써놨다면?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한국말 못하므니다. 영어도 못하므니다. 출입금지구역인지 몰랐스므니다. 아이 러브 김치.
반대의 경우를 겪어봐서 알아. 오사카 갔을 때인데, 아침부터 싸댕기느라 출근길 지옥철도 경험했거든. 미어터지는 인간 쓰나미 속에 유독 널널한 칸이 있었지. 이게 웬 꿀차냐 아무 생각 없이 탔어. 근데 뭔가 싸한 거야....그래. 남자인 주제에 여성전용칸에 발을 들여놓은 거지. 호우. 변명을 하자면....진짜 몰랐어. 그리고 한국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니 국가망신은 걱정 마.
주제로 돌아와서. 만약 출입금지구역이 아닌 관객석에서 찍었다면 어땠을까? 이거 갖고 태클 걸기엔 너무해. 생각해 봐. 공영방송국 카메라맨이 힙 클로즈업 하는 건 되고, 내가 하면 몰카범이 되는 건 억울하잖아. 둘 차이가 있어? 없어. 아니지....하긴 방송국이야 아름다움을 공동체가 함께 나누니까. 집구석 혼자서 하악하악 거리는 거와는 차이가 있지. 꽤 그럴싸한데.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히 말할게. 내 꿈 중 하나는 배구장가서 땀 넘치는 그녀들 찍는 거였어. 부르마를 연상시키는 절묘한 쫄쫄이. 싸인 할 때마다 엉덩이 골 사이로 움직이는 손가락. 스파이크를 내리 꽂을 때면 컴퓨터 그래픽으론 표현 못할 겨드랑이가 펼쳐지지. 하악하악. 연경이 누나, 찰진 손으로 때려주세요. 찰싹.
이러니 폰카로는 만족을 못 하는 거야. 적어도 골반 골까지 쫙쫙 당기는 대포가 필요해. 이런 망원경 같은 카메라를 만드는 곳은 딱 두 군데 있어. 소니, 니콘. 엄.....하필 일본기업이네. 에잇, 카메라 제조사가 뭐가 중요하겠어. 찍는 내용이 중요하지. 외국인 용병 선수 빼곤 다 우리네 한국인이야. 아무렴.
카메라에서 또 하나 조건이 있는데, 바로 뷰파인더가 있을 것! 널찍한 LCD화면 놔두고 굳이 카메라에 볼을 비벼가며 찍는 이유야 다들 아실거야. 살짝 남에게 보여주긴 부끄럽거든. 아항.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저 혼자만 볼 겁니다. 게다가 폼도 나. 뭔가 프로처럼 보인다랄까. 찰칵찰칵. 어머, 작가세요? 예. 땀나는 피부를 주제로 사진을 찍고 있죠. 핫.
지금까지 마치 몰카범인냥 말했지만, 글쎄. 몰카는....아냐! 왜? 몰래 찍는 게 아니잖아! 당당히 바주카를 삼각대에 세우고 찍어대는데, 어떻게 몰카랑 비교할 수 있어. 변카라면 모를까. 변태인 듯, 변태 아닌, 변태 같은 카메라.
너무 내 입장에서만 봤나? 그럼 한번 선수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고. 흐음. 애매하네.....선수마다 다 다를 거야. 팬심으로 귀엽게 봐줄 수도 있고, 저 변태새끼 또 왔네라 생각할 수도 있고. 찍는 사람에 따라서도 달라지겠지. 가령 임시완 같은 꽃미남이면 한 번씩 윙크도 날려주겠어. 반대로 나 같은 변태가면은? 꺼져 변태 개구리야! 훡유나 먹어. 저에겐 포상입니다. 할짝.
잠깐, 그러고 보니 광적인 촬영은 아이돌이 원조 아닌가? 직촬. 직촬로 한방에 뜬 아이돌도 있잖아. 그 누구야. 일본에 하시모토 칸나. 천년에 한번 나올 인생샷으로 인생역전! 얼마나 좋아. 찍힌 사람, 찍는 사람 모두 윈윈. 이런데도 직촬이 나빠?
물론 이걸 운동선수에게 바로 적용하긴 힘들어. 그렇게 찍어댄다 한들 경기에서 이기기를 해, 연봉이 올라? 운동하러 왔는데 옷매무새나 신경 써야 된다니 빡칠만 하지. 아항. 그럼 이건 어때. VIP 직촬석.
최적의 가시거리. 당신은 돈만 들고 오십시오. 망원렌즈는 대여해 드립니다. 시간당 5만원. 선수들의 멋진 모습을 마음껏 찍으세요. 직촬석의 모든 수입은 선수들에게 돌아갑니다. 이럼 선수들도 보는 눈이 달라질걸. 저기 돈 내신 분을 향해 귀염뿜뿜!
끄응. 듣기만 해도 여가부에서 반대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디 선수를 성상품화 하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단지 양효진 선수 블로킹 흔들림을 찍고 싶었을 뿐이에요. 끄흑. 마이갓....사실 나도 반대야. 선수와 나의 거리를 돈으로 매기고 싶진 않거든. 떨리는 폰카를 향해 손 흔들어 주는 선수님이라면 누가 됐든 찍겠습니다!
오해 걱정 없는 저기 남자부나 찍어볼까! 문성민! 시간차! 겨드.......폰카라서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