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대지
동해가 1000만년 후엔 사라질 거란 소리 들어봤어? 황당하지만 몇몇 과학자는 그렇게 주장해. 동해가 한반도 밑으로 파고든다는 거지. 최근 포항 쪽에서 지진 드문드문 일어났잖아. 뭐, 아직 믿거나 말거나지만 기분이 묘하네. 우리가 거름에, 거름거름에, 똥거름의 질소 분자가 되었을 땐 동해가 없다니. 물론 그때까지 인류가 살아 있을지는 장담 못하지만. 에이맨.
그런데 기사를 보는 와중에 눈을 더 끄는 것이 있어. 동해 주변에 일본풍 팍팍 나는 단어가 깔려있거든. 워호. 재팬분지, 야마토퇴, 야마토분지, 오키퇴. 흠....야마토하면 일본이 아직까지 쭉쭉 빨아대는 최대 전함 말하는 거 아닌가? 별 하는 것 없이 두 쪽 나서 가라앉은 배 말야. 애니에서는 우주까지 진출했다지만 현실은 깊은 바다 속.
이상해서 해외 자료를 찾아봤어. SEA OF JAPAN, 일본해라고 당당히 표기하는 외국물을 들여 봤지. 거긴 한술 더 뜨는 거야. 우리가 울릉분지라 부르는 곳을 쓰시마분지라 해. 쓰시마?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은데.....아! 쓰시마! 대마도!
일본보다 우리나라와 더 가까운 일본섬. 부산에서 남쪽으로 48KM 정도만 가면 나오지. 여기서 중요한 점. 부산에서 남쪽이라는 거야. 저기 울릉분지 한복판에 박혀있는 울릉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떨어져 있어. 그런데 왜 그 머나먼 남쪽 섬 이름을 빌려서 쓰시마 분지라 명했을까? 이상하네.
크흑. 오늘에서야 안 거야. 동해 대 일본해 뿐만 아니라 거기 관련된 모든 것에 우리랑 일본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음을. 독도는 한국 땅, 동해는 동해! 그런데 그 외에는 신경도 안 썼어. 밑에는 전부 일본산 바다대륙인데.
이 소리 없는 전쟁에 우리나라가 당하고만 있진 않더라고. 안용복 선생님 해저산! 울릉도와 독도를 지킨 조선 민초들. 그분들의 삶을 기리기에 이보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 그 밖에 북극해부터 남극해까지 활약한 많은 분들의 이름이 보여. 김인우 해산, 이규원 해산, 전재규 해산. 파이팅!
그럼에도 우리가 밀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야. 우리가 1을 하면 일본은 4를 하고 있는 셈이지. 크흠. 작은 부분에선 이미 선수를 빼앗겼으니 큰 거 한방으로 역전을 노릴 수밖에 없을까? 바닥은 일본에게 내 준다 하더라도 동해 하나만큼은 챙기자? 그래, 바다 뭐 있냐! 일반 지도엔 표시도 안 될 바닥이야 일본이름 지으라지. 대신 EAST SEA가 대문짝하게 박히면 오케이!
근데 동해도 간당간당하네? 현재 국제수로기구에선 일본해를 쓰고 있어. 국제수로기구? 좀 수로스러운 이름이지만 세계적으론 알아주는 바다기구야. 여기서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세계 민심이 바뀌지. 참고로 1923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일본해라 불렀어. 100년 가까이를 입에 떨어지지 않도록 풀칠해 놓은 거야.
뒤집어야겠지? 일본해가 아닌 동해로. 그런데 짜잔~. 일본과 우리나라의 문제로만 봤던 바다이름 쟁탈전에 북한도 끼었네? 하긴, 동해가 북한에 없는 건 아니니까. 그럼 북한과 우리나라랑 편먹고 일본 몰아내면 되겠다. 그치?
그런데 짜잔~. 북한이랑 우리랑 주장이 달라. 어떻게? 북한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동해! 어? 우리랑 같은 생각 아닌가? 했는데, 웬걸. 조금 달라. 우린 동해긴 동해인데, 일본이 떼쓰니까 합의 볼 때까진 동해랑 일본해 같이 쓰자. 다르지? 의도야 어떻든 동해-일본해가 섞인 주장이지. 일본은 말할 것 없이 씨어벌 재팬이고.
어렵네. 뭐가 맞는지 모르겠어. 호쾌한 건 주체의 폭탄, 북한인데. 일본해가 판치는 현실에 오히려 역풍을 맞을까 걱정 돼. 차라리 우리나라처럼 슬금슬금 갉아먹는 식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크흠. 분명한 건 일본해는 아니지.
아무튼. 2020년까지 세 나라가 합의 봐서 결정하라는데, 합의가 되겠어? 안 그래도 지금 한일관계가 살벌한데? 정은이는 심심하면 미사일 쏴 대고. 러시아는 뜬금없이 독도에 정찰기 보내고. 그야말로 혼돈, 파괴, 망가의 동아시아.
씁쓸해. 합의 못 보고 이대로 시간 끌면 일본만 웃을 거 같거든. 질질 끌면 기존 거 그대로 쓸 거잖아. 쨔판씨. 앞으로 20년이고, 200년도 쓰겠지. 그럼 그때가선 바꾸려고 해도 바꾸지 못할 거야. 우리랑 북한 빼곤 전 세계 꼬꼬마들이 쟈판씨로 배웠는데 어떻게 바꾸겠어. 전문가들이며 과학자들도 일본해에 중독됐겠지. 씨벌재팬.
끄응. 이걸 어째? 우리 학자님들이 힘내주면 좋겠어. 뭐랄까. 외교나 국방을 넘는 지식배틀? 누가 더 유식한가 겨루는 거 있잖아. 박사님들 많이 모인 곳에서 샬라샬라 동해라 외치는 거지. 일본해 아닌가요? 헛헛, 아직도 일본해만 알다니, 지적 수준이 떨어지시는군요. 대세는 이미 동해입니다. 샬라샬라. 출판사 찾아가서 동해 적으라 하고.
안 통한다고? ...국정원 예산을 여기로 돌려야겠어. 거절하기엔 너무 많은 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