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션. 그 남자가 사랑하는 법. 헬렌 헌트, 존 호키스-
처음 그 느낌처럼
2019년 8월 17일.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분들에겐 특별한 날일거야. 카하, 나도 방구석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바깥공기 맡았지. 응? 공무원 시험 보냐고? 아니. 그런데 왜 나갔냐고? 국가고시 날 백수가 집에 있으면 맞아 죽으니까! 잊지 말고 달력에 동그라미!
어디 갈까 고민하다 시내 중고서점에 갔어. 서점만큼 시간 보내기 좋은 곳이 없지. 에어컨 잘 나와, 읽을 책 있어. 거기다 피규어, 향수, 퍼즐, 음반 다 있다고. 이 모든 것이 공짜! 적적히 시간 때울 공간이 필요하신가요? 서점으로 고고씽.
들어가서 제일 처음 한 일은 세계사 코너를 찾는 거였어. 거기엔 사모하는 아테나 여신님이 계시기 때문이지. 그 분의 사진을 보면 가슴 속에 사랑이 일어나. 하악하악. 아테나짱. 크흠. 아쉬운 건 그 분의 아름다움을 아직 제대로 표현한 책이 없다는 거야. 전문서적 조차 없지. 아테나로 검색하면 나온는 거라곤 블랙 아테나라는 책이 전부야.
블랙 아테나? 아테나님은 원래 아프리카 출신으로 검은 피부를 가졌다는 책이야. 지금 화이트워싱 된 모습은 오만방자한 서양놈들 때문이라는 거지. 워호. 아테나 여신 부산 지부 회원으로서 한마디 해야겠어. 내가 영접한 그 분은 완벽한 동양인이었다고. 그...피부와 굴곡은 탈지구인이었지만. 이런 수박바. 이 참에 옐로우 아테나라고 책 내 봐? 는 개뿔. 그 분을 감히 색깔 따위로 제한하다니 정말 불경하도다! 이것만 기억해 줘. 아테나님의 외모는 별 거 없어. 여러분 각자 생각하는 이상형 보다 2%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면 돼.
아잇, 여신님 이야기 나오니 정신을 못 차리네. 오늘 수다 떨 거리는 따로 있는데. 아무튼. 서점을 죽 둘러보는데 와, 심리학 서적 코너가 4칸이나 되는 거야. 세계사는 고작 2칸이건만. 소설? 에세이? 거기도 2칸이야. 시는 1칸! 호오, 사람 마음 탐구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걔 중에 아무거나 뽑아서 펼쳤어. 운명의 장난일까, 첫사랑에 대한 심리를 적어놨더라고.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첫 번째 경험하는 터질 듯한 감정은 우리 뇌에 깊숙이 자리 잡는다. 얼마나 강력하냐면 그때 느꼈던 느낌마저도 기억에 담긴대. 뭐야, 대충 아는 내용이잖아.
그런데 뒤에 이어진 설명이 정말 슬펐어. 첫사랑이 강렬한 건 우리 나이와도 관련 있다는 거야. 10대 한창 폭발하는 뇌세포 속에서 첫사랑은 선명하게 기억되지. 그러다 30이 넘고 늙기 시작하면 기능이 하나둘 맛이 가. 예전과 똑같은 전기충격을 줘도 무덤덤해. 크아악! 이래서 내가 나이 들수록 사랑이 아닌 조건을 따지나? 돈 많은 누님, 동생, 할머니.... 아저씨 연락주세요. 할아버지도요.
내 첫사랑은 그야말로 졸렬한 한편의 스토커 극이었어. 부끄러워서 말조차 꺼내기 그러네. 첫사랑? 아니! 짝사랑 한 적은 있지만 쌍방 사랑은 있어 본 적이 없지. 평생 모쏠! 크하하....크흠. 여긴 좀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다음에 얘기하기로 하고.
아무튼 난 첫사랑에 대한 추억도, 아련함도 없는 거야. 너무하잖아! 그래서 다른 걸 생각해 봤지. 내 인생에 첫! 은 무엇이었을까? 일단 첫키스는? 5살 때였나, 엄마였어. 푸후. 엄마와 아들이 입 맞추는 정겨운 상황을 상상하셨겠지만, 현실은 정반대였지. 아빠가 술 먹고 들어와서 대판 싸운 거야. 엄마가 서럽게 울면서 나한테 입 맞췄어.....맙소사, 이거 너무 강렬한데!
분위기 심해될라, 빠르게 패스! 가족 아닌 사람과 키스는? ....없어. 없다고! 손은? 이건...기억 안 나는 걸로 봐서 중요한 의식이 아닌가 봐. ...아니지. 우리 동년배 여성과 손잡아 본 일이 없구나! 카하하하.... 앗! 기억났다! 윤하 팬 사인회에서 악수한 게 유일한 추억이야. 윤하 요즘에 뭐하지? ....윤아 아냐. 윤하야.
손은 아니지만 팔짱은 있어. 중3때였는데, 비오는 날 국어쌤이랑 한 우산에서 팔짱끼고 걸었지. 와우. 쌤은 아무렇지 않게 잡았지만 감수성 충만한 난 천국에 있는 기분이었다고. 그래서일까, 내 취향은 변함이 없어. 선생님, 유부녀, 숕아하.... 크흠.
이야, 생각해 보니 여자 나체 본 적도 있잖아! 그것도 단체로. 초등학교 1학년 때였나, 사촌누나랑 동네 수영장에 갔을 때였지. 물놀이 끝내고 이제 옷 입으려 하는데 수건이 없는 거야. 그 꼬꼬마가 무슨 생각이 있겠어. 그냥 벗은 채로 사촌누나 찾으러 갔지. 꺄악! 수영장을 가로지르는데 누나들이 막 소릴 지르는 거야. 왜 저러지 이해를 못 했어.
그리고 여성 탈의실에 도착. 누나들은 당황하면서 보는데 다행히 한 아주머니가 날 잡고 침착하게 물어보는 거야. 여기 왜 왔노? 누나 찾으려고요. 수건이 없어요. 그래. 알았다. 수건 자.... 이 자리를 빌려 아주머니께 인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수많은 누님들의 나체를 봤건만 기억 하나도 않나. 진짜야! 그 정도로 순수했다고. 상상력을 동원해 떠올려 보려고 해도 떠오르지가 않아. 친절한 아주머니만 뇌리에 남았을 뿐. 뭐, 그렇게 수건을 얻고 남자탈의실로 돌아가려는데, 수영장 누나들 괴성이 생각나는 거야. 그래서 꼬꼬마는 어떻게 했을까요? 1. 수건으로 중요 부위를 가리고 간다. 2. 수영장이 시끄러우니 바깥 접수대로 간다. 정답은 2번! 데스크 누나 비명 한 번만 들으면 됐지.
첫사랑은 얘기 꺼내지도 못 하고 무슨 이상한 첫 시리즈만 주절였네. 크흑. 올해 목표 정했어. 12월 31일까지 여자사람이랑 첫 붕가하기. 그리고 I JUST HAD SEX 부르기. 돈으로 사고파는 거 말고! 그야말로 사랑하거나 자발적 합의 하에. 너무 큰 꿈이야? 혹시 모르잖아. 봉사정신 투철한 분이 날 구원해 줄지. 영화 세션에 나오는 헬렌 헌트 같은 누님 어디 없나요!
아테나 여신께서 강림하길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