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치니까 청춘이다
어호. 이틀 전에 먹은 조개찌짐이 아직도 위장에서 꿈틀거리고 있어! 머리는 아프고, 속은 매스껍고, 오늘 하루종일 한 일이라곤 누워서 유튜브 보다, 잠 자다, 다시 유튜브 본 게 전부야. 핫. 오늘만큼은 백수인게 다행이네. 직장 다녔으면 어우.. 고추 헬! 대한민국 직장인 뽜이팅!
부산사람이지만 해산물은 거의 안 먹어. 내 위장이 얼마나 약한지 아니까. 그런데 왜 조개찌짐을 먹어가지고, 그것도 여름에! 이제부터 어머니가 해 준 것이라도 조개는 먹지 않겠어요! 후우...엄마 탓 하는 건 아닌데, 처먹은 내 잘못이지. 평소에 소화가 딸리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 일 줄이야. 앞으로 조개는 못 먹을 거 같아. 트라우마 생겼어.
트라우마? 갑자기 유치원 때 일이 생각나네. 운동회였나? 달려가서 흰색 전분 가루 잔뜩 묻은 찹쌀떡 먹고 오는 거였지. 운동회에서 뭘 했는지, 왜 했는지 기억은 하나도 안 나는데, 찹쌀떡 먹고 올린 건 기억나. 아주 생생히! 그냥 입천장부터 미식 거렸어. 우우웩. 내 인생 첫 트라우마가 생긴 거지. 하얀 가루....응?
사람마다 트라우마는 하나씩 있지 않아? 최근에 유머게시판 보는데 노홍철 관련 글이 있더군. 무도 때 최면특집인가? 여하튼 심리치료 비슷한 느낌이었어. 홍철 어린이가 무서워하는 건 뭐예요? 주사! ...엄마가 돈까스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 그런데 병원에 주사 맞으러 가는 거였어요. 흐에엥! ....호오...애 있는 분들. 순간 편하자고 속이면 안 돼. 아이는 다 기억합니다. 나도 아빠와 비슷한 기억이 있지만, 효자니까 넘어가겠어.....아니 언제 소재 떨어지면 써먹어야지. 잠깐 메모할게. 어릴 적 아빠의 거짓말. 좋아! 아무튼.
다행히 병원과 관련된 트라우마는 나는 없네. 3살 이전이었나? 몸이 아파서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다른 부위로는 놓질 못 해서 머리 두개골 사이로 맞았대. 호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다행히 기억을 못 해. 와우. 머리로 주사라....만약 그 때 주사 안 맞았으면 지금쯤 하버드에 들어가 있을까?....미안합니다. 헛소리 했습니다.
억울한 트라우마는 있어. 어릴 때 국제시장에서 장사했거든. 손님이라면 모르고 지나칠 건데, 잘 보면 국제시장 건물 옥상이 있어. 주로 창고 대용이지. 어릴 땐 거기서 누나들이랑 참 많이 놀았거든. 엄마는 위험하다고 올라가지 말라 했고. 그러던 어느 날, 난 그냥 시장 한 바퀴 돌고 왔는데 엄마가 옥상에 올라갔다 왔지 야단을 치는 거야. 난 당당히 안 갔다고 했지. .....후우....그 뒤에 뒤지게 맞았어.
에잇! 이건 엄마가 잘못한 거 맞아! 진짜 서럽게 울었어. 엄마는 올라간 거 봤다는데 미치고 환장할 노릇. 뭐야? 귀신을 본 거야? 결국 맞다 보니까 거짓말을 했지. 올라갔습니다....맙소사! 이건 뭐 군사독재시설 고문도 아니고! 크흑. 고문실에 끌려간 분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겠구나.
또 뭐가 있을까.....아하, 5살 때였나? 아빠, 엄마 집에 다 있는데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옷을 홀딱 벗어버리고 이불이랑 아랫도리 마찰을 했어. 워호. 그 누구도 가르쳐 준적 없지만 본능적으로 했던 거야! 장하다! 과거의 나! ....그러나....이때도 엄마한테 오지게 쳐맞았지. 워워, 왜 계속 불효자 되는 느낌일까, 절대 아닙니다! 엄마도 정도는 지켰다고. 절대 머리는 때리지 않았어. 뇌세포 죽을까 봐. ...어.....여하튼.
사실 그 날 이후로 비빈적도 없고, 억울하지도 않았어. 인간이 가장 순수한 나이 5살, 왜 맞는지도 몰랐으니까. 그런데 지금까지 기억나는 거 보면 내 몸은 꽤 아팠나 봐. 엄마! 이유는 알려주고 때찌할 수 있었잖아요!
아냐 아냐. 엄마도 당황했겠지. 내가 엄마입장 되면 똑같이 했겠다. 흠....도와줘요, 구성애 선생님! 카핫. 유튜브에 찾아보면 아이들 성에 대한 영상이 많아. 좋은 방법을 가르쳐 주시더라고... 6살 여자애가 다리사이에 베개를 끼고 비벼돼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자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세요. 계속 비벼댄다고요? 아이와 신나게 놀아주세요. 배게는 잊어버릴 정도로요. ..역시 구성애 선생님이십니다!
너무 어릴 적 이야기만 했나? 그럼 30년 후 돌아봤을 때 뭐가 트라우마일까? ......군대? 는 남자한정이라 패스. 직장폭력? 난 백수라 패스! 꼬우신가요? 어쩌라고요!...면접? 흐음, 가능성 있지. 떨어진 기억만 한 가득이니. 면접관이 쌍욕을 한다거나 모욕감을 준 적은 없어. 뭐랄까, 상대방 없는 상처? 자기 자신에 대한 한심함? 이건 어떻게 극복하지? 나처럼 취업 포기한 인간은.
뭐...괜찮아!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말도 있잖아. 응? 아프면 환자? 하핫. 중환자 되어보니 차라리 통증 느껴 질 때는 다행이야. 아픔을 아픔으로 받아들일 수나 있지. 오래되면 간경화 일어나듯 굳어버려. 돌하르방 마냥 거대 딜도가 돼버린다고. 포기하면 편해!
아이, 분위기 노량진 됐네. 꿈도 희망도 놓는 곳. 갑자기 여기서 노량진 디스가! 아무튼, 내가 택한 방법은 안 아프면서 빡치는 길을 찾는 거야. 그런 거 있잖아. 재밌는데 열 받는, 빡치는 데 계속 하게 되는 거! 이를테면 트롤 2명 섞인 승강전이라든지, 펩시 맞아가며 욕배틀 한다든지, 정치 박는 댓글 보고 밤새 분통 삭힌다든지. 워호, 지금 나랑 여러분들이 하고 있는 일이라고! 잠깐...이건 아픔이라기보다 빡치는 거구나!
빡치니까 청춘이다! 빡치는 일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 이 말 누가 먼저 썼나? 어디 검색을....오! 내가 최초야! 책 제목 나왔네. 아무튼. 다들 빡치는 일 찾았으면 해. 설마 빡쳐서 트라우마 걸릴까. 트라우마가 아닌 밥상 뒤엎기가 나오겠지.
떠들다 보니 몸 괜찮아졌어. 히힛. 기분이다! 요기요 5천원 쿠폰으로 치킨 시켜먹어야지. 새벽에 다시 오바이트 할까봐 걱정이지만, 아무렴 어때! 목 없는 치킨을 봐도 트라우마 걸리지 않은 나라고! 치킨을 게워내는 건 아픈게 아니라 빡치는 거야. 이 아까운 걸!
치킨엔 펩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