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서 축적하자
후우, 이틀간 속 뒤집어져 고생했다가 어제 밤에 겨우 괜찮아졌어. 앞으로 조개찌짐은 한 동안 먹지 못 할 거야. 생각 없이 처먹고 이 사단이 난 걸 생각하면 어우. 어제 밤에는 모처럼 꿀잠 잘 수 있었지. 그런데 새벽 2시에 깨버렸네? 낮에 너무 많이 자버렸어.
야심한 2시, 유튜브 보기 딱 좋은 시각. 슥삭슥삭 살펴보던 참에 눈을 확 끄는 영상이 있어. 일본산 방사능 수산물 목록 공개!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제목을 본 순간 불길한 생각이 뇌세포를 쑤셨지. 상한 조개 먹어서 앓아누운 게 아니라, 일본산 핵폐기물 먹어서 속이 뒤집혔나? 호오..
내가 아무리 소화가 약하다 한들 하루 정도 굶으면 정신 차리거든. 그런데 이번엔 이틀이나 갔단 말야. 느낌도 쎄했어. 가슴 오른편이 갑갑한 것이, 마치 감마선이 위와 간을 뚫고 지나가는 듯한 공포! 당장 영상 플레이!
아니나 다를까, 일본에서 수입된 해산물 중 단연 1위가 가리비! 3500톤! 야! 어흑, 어머니! 나 피폭된 거야? 미쳐가고 있어! ...찰싹!. 어...아무튼. 참돔, 명태, 고등어, 멍게, 갈치, 심지어 홍어까지! 홍어는 칠레산만 있는 줄 알았더니 일본산도 있구나. 어마무시하게 수입되고 있더군.
그런데 말야, 부산토박이 인생을 걸고 일본산 멍게, 갈치, 가리비는 본 적이 없어. 호오...그 많은 일본산 수산물은 어디로 갔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이거 보고 나서 갈치를 살 수가 없네. 그...집 근처에 활어차가 가끔 오거든. 카랑한 목소리로 갈치 사이소~ 갈치. 싱싱한 제주 갈치 사러 오이소~ 한 마리 5천원. 이야, 제주산 갈치가 5천원이면 완전 혜잔데! ....이젠 일본산 아닐까 의심부터 하게 생겼어.
갈치! 마이 딜리셔스! 하핫! 딴 건 몰라도 갈치는 중요해. 왜? 내 입이 한 서민적이라 평소에 가리비, 멍게, 참돔 따위는 먹지 않아. 그럼 뭘 먹느냐 하면, 바로 제주 옥돔! 갈치, 쥐치, 낚시로 잡은 핫꽁치! 이 정도는 돼야 맛있게 먹지. ...응? 서민과는 거리가 멀다고? 정답입니다. 크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자식 놓게 되면 유언으로 남길 거야. 자식아, 내 제사상에 조기 올리면 뒤엎는다. 반드시 옥돔을 올리도록 하여라. 비싸면 갈치라도 괜찮다.
어쨌든. 이제 해산물은 못 먹는 거야? 일본산 공포 때문에? 다행인지 안 다행인지(?), 팔딱 팔딱 물고기는 비교적 안전하대. 물에 둥둥 떠다니느라 방사능 흡수가 낮다네? 흠...정말? 아잇, 전문가가 이렇게 말했으니 믿읍시다. 틀리면 뭐....세계인을 대표해서 1번 실험체 되는 거지.
반대로 바닥 긁고 다니는 녀석들은 위험해. 가리비.....수박바! 멍게, 낙지, 문어. 또 꼬막, 가자미, 홍어, 가오리! 바닥에 가라앉은 농후한 방사능에 이미 맛이 가버렸어. 흑흑, 인간이 미안해!
후쿠시마와 떨어진 곳에서 양식 된 것도 안전한 편이라는데......아니, 우리가 이걸 어떻게 구분합니까! 뭐가 국내산, 일본산인지도 구분 못하는 판국에! 원산지 표기 단속 인원도 전국 35명밖에 없다면서요! ....그래도 대충 구분하자면 일단 찬물에 사는 것들은 걸러. 명태! 오갓, 내 사랑 명란젓을 포기해야 한다니! 반대로 남쪽 나라 따뜻한 곳에서 잡히는 건 뭐, 눈감고 먹는 거지. 참돔, 방어, 이런 것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 바다라고 괜찮을까? 아니, 그렇잖아? 바로 동해바다 건너 일본에서 일어난 일인데 우리라고 어? 아무리 해류가 태평양 쪽으로 간다지만 결국 캘리포니아를 유턴해서 다시 들어온다는데. 코호호. 위아더 월드. 재팬 십 색깔 무지개.
에잇, 하긴 목숨 따지고 먹었습니까? 짜고 맵게 먹으면 빨리 뒤집니다. 그래도 후루룩 짭짭! 맛의 평가 척도는 무엇인가? 바로 칼로리! 버터에 마가린을 바른 후 튀겨서 섭취한다! 까짓것 해산물 못 먹어도 우리에겐 치킨이 있잖아! ....어라....방금 든 생각인데, 방사능 수산물, 항생제 중독 닭 중에 뭐가 더 나쁠까? ...갑자기 이런 희대의 난제에 맞닥뜨리다니!
워워, 이건 나중에 풀기로 하고. 웃긴 건 원래 일본산 수산물이 국내산보다 비쌌대. 횟감하면 일본 참돔! 그러던 것이 방사능 한방에 가격역전 됐지. 호오. 미라클! 이번에 느낀 건데, 원자력 정말 좋은 거 맞나? 가격 대격변까지 일어나는데?
급식 내내 원자력은 최고라고 배웠어. 그렇게 믿었고. 원자력은 깨끗한 에너지, 경제적인 에너지, 안전한 에너지! .....아닌데? 커헉. 실제로 돌아가는 거 보면 전혀 아니잖아. 한번 터졌더니 태평양 전체가 맛이 가. 후쿠시마산 복숭아는 태국까지 가서 팔려. 저기 어디야, 체르노빌! 사람생명 담보로 막고, 그것도 모자라서 차폐막 지어야 하고! ...뭐? 100년마다 새로 지어야 한다고요? 미친!....잠깐...일본 애미나이들은 차폐막 그런 거 없던데? 아, 거긴 니뽄 정신으로 먹어서 막는구나. 웟더.
이럴 거면 차라리 매연 뿜어내는 화력발전이 나을 거 같아. 크흠...오늘 이상한데서 인생 질문 나오네.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뿜어내는 화력발전이냐? 방사능 폐기물 원자력이냐? 당신의 선택은! ...아잇, 여기서 태양광, 풍력하면 너무 쉽잖아. 그러지 말고 둘 중에 하나 골라야 한다면 말야.
난 화력! 석탄 가스 마시면 폐야 썩겠지만 적어도 똥오줌은 멀쩡하니까! 방사능 봐 봐. 일본산 가리비 먹었더니 똥에도 방사능이 나오네? 똥은 다시 우리나라 바다에 뿌려지고, 그걸 또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마시고. 이 미친 순환을 할 바에, CO2 한 사발 들이키고 말지....정 안되면 재용이형이 어떻게 해 줄 거야. 그 형이 공기에 민감 하다잖아. 크흠.
아무튼. 갑자기 갈치구이가 땅기네. 언제 갈치 차 오면 물어봐야겠어. 이거 진짜 제주산 맞죠?..는 너무 싱거운데....질문을 할 거면 구체적으로 해야지! 제주에서 여기까지 오는 인물, 경로, 비용을 시간대 별로 빠짐없이 말하시오. 말 못하면 매국노.
....부산에 사는 아무개. 제주산 갈치에 맞아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