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불천
기독교 깔 때마다 내 종교에 대해 묻는 분들이 가끔 있는데 말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었어. 지금은 당연히 아테나님을 따르지만. 딴 분들 놔두고 왜 아테나님이냐? 글쎄, 일요일마다 어디 갈 필요 없고, 돈 내라 하는 사람 없고, 지혜로우시고, 그리고....어....사실 그분껜 비밀인데, 한 올 한 올 흩날리는 시스루를 볼 때마다 정신이 아득해 져. 계곡 사이로 따라붙은 삼각주! 게다가 아직 임자 없는 처녀신. 모쏠에겐 광명과 같은 분이니 내가 안 따를 수가 있나.
아테나님 이전에는 어디보자....와우! 기독교, 불교, 천주교 다 가봤구나! 종교 자유가 보장된 자유 대한민국 국민 아니랄까봐! 시작은 기독교! 8살, 한창 친구가 고픈 나이. 성경이 뭔지도, 예수님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교회로 고고씽. 부산 서부교회라고 아시는 분? 내가 거기 만원은 헌금했을 거다.
어릴 때 기독교 신자였던 놈이 왜 이렇게 기독교 까냐고? 아이, 애정이 있어서 까는 겁니다! 그리고 교회에 갔다고 했지, 성경 한 톨도 믿지 않았어. 그냥 동화책이었다니까. 인간이 바벨탑으로 하늘나라까지 가려다 하나님께서 공중폭파 하셨어요. 그렇게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은 각자 다른 말과 글을 쓰게 되었답니다. 얼마나 재밌어. .....잠깐, 토익 스피킹, 오픽, JLPT, HSK 같은 외국어 비극을 만든 것도 하나님이었잖아! 아오! 하나....워워.
아빠, 엄마도 좋아했어. 특히 아빠가. 아빠는 안 거야. 이 녀석 심심해서 교회 가는 구나. 아무리 전국구 목사님이 설교 하더라도 개독이 되진 않겠구나. ...응? 제가 무슨 말 했나요? 적어도 교과과정에서 진화론을 똥으로 보는 일은 없겠구나 하고 말야. 좋았어. 생애 2번째 뽀뽀를 교회 쌤이랑 했다면 믿어져? 피아노 치는 누나였는데 크흑. 만약 그 누나가 뽀뽀를 넘어선 어떤 축복을 내려줬다면, 코호, 지금쯤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됐을지도 몰라.
그러다 이사 가니 친구들이 없네? 그때부턴 엄마 따라 절에 갔어. 부산 삼광사라고. 신세계에서 이경영 장례식 할 때 나오는 절이야. 절은 뭐랄까, 향냄새가 좋았어. 산 냄새도 괜찮았고. 대신 교회처럼 누나가 없더라? 전부 아주머니야. 크흠. 미안합니다. 그 때는 아줌마의 매력을 미처 알지 못했어. 어....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채소 싫어하던 놈이 이상하게 절밥은 맛있는거야.그리고 스님이 불경 외우실 때! 키야! 비트와 꺾임이 찬송가와는 다른 매력이 있어. 마하반야 바라밀다 심경과안자제 보살.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머리에 박히도록 들었지.
그래서 불교경전은요? 엄...몰라. 연기설이고, 무아고. 아이, 엄마 따라간 녀석이 어떻게 불교의 심오함을 알겠어. 단지 뭔가 쿨한 느낌은 받았지. 너도 없고, 나도 없고. ...부처님 뱃살 따라가려면 난 아직 3억년은 멀었어. 날 포기하라는데, 그게 되나? 더 먹고 싶고, 더 박고 싶고, 더 싸고 싶고, 안드로메다랑 충돌해서 빅뱅 말기가 될 때까지 살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
그렇게 불교로 정착할 때 쯤, 써드 임팩트가 오는데! 갑자기 엄마가 성당에 가. 뭐지? 이 드라마틱한 심경변화는 대체 뭐야? 아무리 엄마 아들이라도 이해를 할 수 없어. 후우. 아무튼. 그래서 이번에도 엄마 따라 성당 갔냐고? 아니!
여기서부턴 투쟁의 역사였지. 엄마는 성당가자, 세례받자 매일같이 말했지만 단호히 노! 이때만 해도 머리가 커져서 예수님 말씀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거든. 그러다 교리만이라도 제발 들어봐라 해서 결국 성당에 갔어. 진짜 교리만 들었지. 학문적 접근! 사실 딴 이유가 더 큰 데, 그, 성당에 가면 신부님이 빵 같은 거 주잖아. 그게 뭔지 정말 궁금했어. 그런데 난 못 먹는다네? 신자가 아니라서. 그것이 알고 싶다!
빵? 별거 아냐. 그냥 밀가루 빵이었어. 거기 담긴 의미는 좀 섬뜩하지만. 예수님의 몸과 피! 이건 어....패스! 아무튼, 교리만 듣고 끝냈는데 하필 그게 세례자 대상 수업이었거든. 엄마는 교리수업 받은 김에 세례 받고 천국 가자 울며불며 매달렸지만 난 칼 같았지. 이건 제 신조와 달라요! 받을 수 없어요! 그것도 신부님, 수녀님 앞에서. 맙소사. 그 날 이후로 엄마는 완전히 포기했어.
그렇게 천주교와는 영영 작별했다 생각한 순간, 운명의 재회를 하는데! 군대에서! 군대 가면 사람 된다? 2%는 동의 해. 군대 가서야 얼마나 불효자였는지 깨달았지. 세례 따윈 받지 않겠다, 엄마 손 뿌리친 게 맘에서 떠나질 않는 거야. 미안하고. 그래서 군종신부님께 찾아가 대뜸 세례 받고 싶습니다 말했어. 사회에서 교육도 받았다 말씀드렸더니 키야, 신부님도 화끈하게. 좋다. 세례명 정하고 온 나.
그래서 내 생일날 태어난 성인의 이름을 딴 세례명을 받았어. 뭔지는 비밀! 처음엔 미카엘로 하려 했거든. 대천사 미카엘! 폼 나니까! 게임에서 능력치도 좋았는데. 응? 그런데 관종 아니랄까봐, 미카엘은 너무 흔하다는 이유로 취소! 아무도 안 쓰는 이름을 갖고 싶다! 그래서 길고,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으로 정했어.
자, 세례까지 받았으니 천주교 신자인가요? 그게....군대 갔을 때 마음이랑, 사회에 나왔을 때 마음이 다르더라고. 아잇! 믿음의 문제가 아니었다니까! 그냥 엄마 좋으라고 받은 거야. ...왜요! 누구야, 노무현 대통령도 세례는 받았지만, 성당 꼬박 꼬박 갔다는 말은 없잖아. 게다가 성당누나가 없었다고! 마이깟!
아무튼, 난 행복한 놈이야. 이렇게 다양한 종교를 접할 수 있었으니. 교리야 그게 그거던데? 사랑! 자비! 용서! 가끔 믿음의 문제가 나오긴 하지만 그건 사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 패스! 다들 좋은 분이었어. 전도하고 싶으신가요? 사람이 좋으면 따라갑니다. 교리는 그 다음이죠. 그러고 보니 난 아테나님의 영광을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인가? ....아닌 거 같아. 다행히도 난 전도할 생각은 별로 없어. 왜냐고? 아테나님을 노릴 경쟁자를 늘릴 필요 없잖아. ....아니지, 여성분이라면 상관없지! 오히려 웰컴.
여성들이여! 아테나님을 흠모하십시오! 그분의 지혜는 제 아랫도리에서 나오니!.....성범죄 구속. 아니 무기징역. 아니 고자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