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69를
추석의 마지막 보름달은 어떻게 잘 보고 계신가! 오늘따라 저 달이 유난히 차갑게 보인다면 내일이 월요일이라 그렇습니다. 핫. 사실 난 상관없지. 월요일 걱정하는 백수는 없다고. 그런데 이번엔 달라. 마음 한편이 꿍한 게, 명절 타나 봐.
이 차가운 분위기를 살짝 데울 정치 이야기를 들고 왔어. 뭘까? ...조국, 정답입니다! 이번에 가족들 생각을 들을 수 있었어. 이제야! 우리 엄마는 조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힌트를 주자면, 엄마는 6년 전까지만 해도 진성 보수당이었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빨간색! 부산사람은 빨간색! 그런데! 지금은 파란색만 찍어. 문통 평가도 후하고. 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났는지 나도 몰라.
....조국 괜찮다? ..땡! 분노까진 아니더라도 실망한 모습이 역역해. 그나마 조국이 잘 생겨서 이 정도였지, 내 얼굴이었으면 매장 당했을 거야. ....응? 물론 팩트체크 해줬지. 엄마, 그건 찌라시 개소리다. 아이, 내가 청문회 다 봤는데 그건 아니더라. ...그래도 엄마 생각은 변함없어. 조국, 실망이야!
이유가 뭘까? 이걸 알아내는 데엔 시간이 좀 걸렸어. 아이 3명 키우는 외삼촌이랑 토론의 장이 열렸는데, 여기서 슬쩍 엄마의 본심을 읽을 수 있었지. ..나한테 미안하대. 예? 돈 없고, 빽 없어서 미안하대. 코호호. 아빠한테는 몇 번 들었던 이야기지만 이걸 엄마한테까지 들을 줄이야. 괜히 자식 무안하게.
어릴 땐 솔직히 엄마, 아빠 원망한 적 있어. 조기유학 가고, 월 천 과외 받았으면 나도 공부 잘 할 텐데. 서울대 들어갈 수 있을 텐데! 나만 이런 발칙한 상상 한건 아니죠? ...머리 좀 크고 나니 다 변명이야. 물론 환경 중요하지. 그래도 내가 내 인생 살아온 건 변함없거든. 그렇게 흙수저가 싫다면서, 정작 나도 똑같이 흙수저 빨고 있었어. 이런...
아잇! 갑자기 신세한탄 하고 있어!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엄마! 엄마 탓 아니다. 내가 백수인건 나 때문이지! 게으르고, 목표 없고, 부모 등골 빼먹는 거에 익숙해서다. 절대 엄마 때문 아니다. 동의한다면 격려의 박수! ...크흐. 생각보다 여기 불효자들 많구나! 좋아!
엄마 마음이 뭘까? 그러다 떠올랐지. 내 게임 최애캐! 과금은 못해. 단, 누구보다도 시간과 정성을 갈아 넣었어! 난 비록 잠 설쳐가며 마우스질, 손가락 터치 할지언정, 어!, 캐릭 만큼은 레벨 딸리면 참을 수 없지. 하하. 뿌듯! 그런데 어느 날 과금러의 진면목을 본 거야. 출발부터가 다른 아이템, 뽀대. 누군 14시간 돌려야 겨우 1000등 안에 들까 말까 한데, 누군 그냥 현금빨 다이아로 30분 튕기니 1등이네? 와우...현자타임!
이 심리적 허탈감이 지금 엄마 마음 아닐까? 차이 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날 줄은 몰랐다. 직접 보니 너무하다. 이런 느낌. 이건 불법이네, 아니네 따질 문제가 아냐. 뭐랄까... 논리적으로는 반박할 수 없는데, 감정적으로는 납득 안 되는, 펩시와 콜라 간 싸움 같은 거지.
다시 게임 속으로 들어가서. 과금 대 무과금! 과금러들은 꽤 불만일 거야. 내가 내 돈 질러서 키우는데 어쩌라고? 이 서버비만 축내는 무과금 새끼들아! 어...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반대도 마찬가지거든. 어휴, 돈만 주면 다 되는 이 엿같은 게임! 내가 더러워서 접는다!
인맥, 자본. 크흠... 돈 낸 만큼 좋아야 하는 게 당연한가? 그럴지도. 그러나 현실 빈부격차 실현한 게임치고 오래 가는 경우를 못 봤어. 다 망해! 캐쉬템으로 흥한다? 한철장사일 뿐이야. 연예인 광고빨만 쪽 빨고 먹튀하는 그 게임들!
우리나라는 오래 해 먹고, 행복 가득한 세상이면 좋겠어. 힘세고 오래가는 게임처럼. 그럼 흥겜은 유저 간 감정 골을 어떻게 줄일까요? ....호오. 맞아. 이미 많은 게임에서 모범답안을 내놨지. 성능은 차이 없게! 대신 겉모습은 다르게. 그런 거 있잖아. 과도한 어깨뽕. 화면 다 가리는 날개! 이 정도면 허세력 채우기 충분하거든.
거기다 비키니 스킨! 워호. 몬스터 잡는 데엔 1도 도움 안 돼. 능력치 중 늘어나는 거라곤 노출도가 전부야. 공평한 거 같지? 천만에! 이 마성의 매력은 백수도 엄마 카드 긁게 한다고. ..띵. 농협에서 1만 1천원이 이체되었습니다. ..야! 니 또 뭐 샀노? .어머니! 인생을 살면서 질러야 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제겐 그 때가 지금입니다! ..내역확인. 아야네의 스텔라 레오 비키니 스킨. ...뒷일은 상상에 맡길게.
이걸 현실로 옮기면? 모 100% 고급양복, 역삼각형 벤츠! 이런 건 간지 좔좔 스킨이지. 성능 차도 좀 나지만 ....크흠, 괜찮아. 이거 없어도 사는데 지장 없으니까. 그러나 쌀은? 학교 급식은? 교통비는? 물, 전기, 가스, 의료, 인터넷, 와이파이, 통신비! ...응? 결혼자금? 연예, 결혼, 육아비! 이건 스킨이 아니라고. 없으면 게임 접어야 돼. 인생에서 로그아웃 하셨습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와...멋진 걸! 그러나 좀 뜬구름 소리 같기도 해서 말야. 그래서 감히 제안합니다. 전 국민 월 69만원 기본소득 가즈아! 왜 69냐고? 외우기 시우라고. 크흠...아잇, 액수가 중요합니까!....중요하네. 숫자는 차차 정하기로 하고.
기본소득하면 이미 스위스, 핀란드에서 실험했지. 결과는 썩 좋지 않아. 그러나 장담해. 우리나라는 성공합니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입니까? 학연, 지연, 혈연으로 뭉친 인도 카스트 뺨치는 계급사회. 건물주가 장래희망인 불멸의 불로소득 국가. 이런데 기본소득도 없다? 결과는 다 죽자. 애도 안 낳고, 결혼도 안 하고, 소비도 없고, 불효자만 대량생산.
이번에도 그래. 조국 딸이 장학금을 받든, 나경원 아들이 서울대 실험실을 빌리든 아이 돈 케어. 내겐 69가 있다고! 부자님들 파이팅! 여러분의 세금으로 제가 한 달을 버틸 수 있습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기본소득 주시는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기본소득 지킬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자, 아무튼. 연휴의 마지막 밤. 달님, 이 자리에 오신 분들만 건강과 붕가를! ...아니지, 방금까지 전국민 기본소득 말한 인간이. 찰싹!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