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재용본
난 한글을 사랑해. 안드로메다 외계인이 탐낼 정도로 우주적 기호라 생각하거든. 키보드를 봐봐. 자음 14개와 천지인 조합 모음으로 무한한 세계를 그릴 수 있다니. 킹 세종, 당신은 대체!...응? 영어 쓰지 말라고? 알았어.
정말 한글만큼은 국뽕을 과다투여 해도 돼. 태생부터가 소통하기 위해 태어난 언어. 국민과 대화하고픈 열망이 담겨있기에 한글이지. 키야, 주모! 여기 한국어능력시험 한 사발! 핫. 그런데 그거 알아? 한글 좀 안다는 코리안이라도 한국어능력시험은 끔찍하다는 거. 다음 단어를 한자어로 올바르게 옮긴 것은? 예? ..띄어쓰기, 맞춤법! 외래어 표기가 올바른 문장을 고르시오. 웟더. ...전 한글까지만 배울게요.
위대한 한글! 두 달 전이었나, 이 한글과 때려야 땔 수 없는 책 문제로 시끄러웠지. 훈민정음 해례본! 아, 사전상식. 훈민정음은 국민을 위한 바른 소리 정도로 풀이할 수 있고, 해례본은 뭘까? 딱 봐도 한문 느낌이 물씬. ...맞아. 풀 해, 규칙 례. 말 그대로 규칙을 풀었다. 아하, 한마디로 설명서구나. 그런데 요즘 설명서와는 살짝 느낌이 달라. 한글을 한문으로 설명한 거거든. 아무리 그 당시 사대부들이 한문중독자라지만 너무한데.
아무튼. 여기엔 킹 세...세종대왕님의 그 유명한 말이 들어가 있어. 한글 창제의 이유와 의의! 자, 급식 때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를 서로 사맛디 아니할세.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맹가노니 사람마다 쉽게 날로쓰매 편안케 하고저 할 따라미니라. 크흑. 다시 주모! 단... 이 모든 걸 한자로! 국지어음 이호중국 여문자 불상유통. 샬라샬라.
이렇게 한글 역사가 깃든 훈민정음 해례본이건만 대량유통은 되지 않았나 봐. 지금까지 발견된 거라곤 딱 2권이 전부야. 하나는 간송미술관에서 보관중인 간송본. 그리고 또 하나가 심심하면 뉴스에 뜨는 상주본. 상주본? 그냥 상주에서 발견돼서 상주본. 간단하지? 그런데 이름 빼곤 여기에 얽힌 사정이 정말 복잡해.
처음으로 상주본을 공개한 이가 배익기, 이 사람인데. 그럼 배 씨가 주인이냐? 하면 ...아냐. 배 씨가 공개하고 나서, 조 모씨가 소송을 걸거든. 저 인간이 마이 프레셔스 상주본을 훔쳐갔다고. 법원에서 판결하길 조 모씨 승리! 자, 이럼 지금 주인은 조 씨지? 워호, 그런데 일이 계속 꼬이네. 조 센세가 돌아가시거든. 돌아가시면서 하신 말씀이, 상주본을 국가에 기증한다. 그래서 지금 상주본 주인은 문화재청이야.
문제는 정작 중요한 기증품이 없다는 거지. 어디 있는지 배익기 말고는 아무도 몰라. 맙소사. 아니, 그럼 이건 훔친 물건 안 내놓고 배 째라 하는 거잖아. 그럼 배 째서 가져오면 되지! 실제로 강제집행 허가까지 다 받았어. 가즈아! ....허나 강제집행 하면 뭐해. 입을 안 여는데! 이건 탈세자 족치는 것보다 어렵다고. 거긴 재산 추적이라도 가능하지. 이건 대한민국 땅덩어리 한가운데서 종이 몇 장 찾는 일이니 환장하는 거야.
그럼 입 열 때까지 감방에 처넣으면 되지 않냐? ...안 돼. 2014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 받았거든. 응? 이건 뭔 소리야! 훔쳤다면서요? 어....법원에서 보기엔 훔친 건 아니고, 어쩌다보니 넘어간 걸로 본 거지. 정리하자면 소유권은 없지만 훔친 건 아닌, 이상한 상태인거야. 정말 법의 세계는 알다가도 모르겠어.
이제 방법은 배익기 씨가 입 여는 거뿐인데, 이게 베리 디피컬트하단 말이지. 천억 주세요. 예? 천억? ... 아님 국회의원 시켜 주세요. 예? 제가 상주 국회의원 되면 공개합니다! ..이런 미친 분을 봤나! 내가 더러워서 안 받는다! 수박바! .....아니지....이러면 세종대왕님 뵐 면목이 없어. 계속 관심 주면서 달랠 수밖에. 으휴...국가급 관종이 되고 싶으신가요? 국보 훔쳐서 입 닫으세요!
이번 일로 깨달았어. 대한민국은 착한 나라입니다! 정말로. 무려 천억이라고. 천억 짜리 행방을 알고 있는 사람이 멀쩡하다니. 다른 나라에선 볼 수 없는 정의와 관대함이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핫. 저기 멕시코 같은 데였어봐, 이미 변사체로 발견됐을 거야. ...잠깐 우리나라도 구라치다 걸리면 손모가지 날리는 곳인데. 호오...영화는 영화일 뿐인가?
선진국이라는 유럽도 비교대상이 안 돼. 영국에선 70억 황금변기 훔쳐가잖아. 고작 70억짜리를. 그 냄새나고 무거운 걸, 물 맞아가며 풀어헤친 모습을 상상하니 정말 안 됐다. 차라리 우리나라로 오지! 여긴 책 한권이 천억인데! 슬쩍하기 얼마나 쉬워.
아니면 말야, 진짜 아니면 말야, 상주본이 땡기지 않는 건 아닐까? 일수 형님 용돈도 안 될 정도로. 아항. 일부 전문가 평으론 많이 쳐봤자 3억이라 하거든. 하긴 요즘이 어떤 시댑니까. 허세력이 충만해야 자랑할 수 있는 시대. 책은 한 물 갔어. 폼이 안나. 걸어 놓을 수가 없다고. 자고로 자랑하기엔 큼직한 그림, 서판이 최고지. 고작 4글자지만 크고 굵고 아름답게!
농담! ..어쨌든. 아우. 이러면 안 되는데 막 내 안의 째드래곤이 날 뛰고 있어. 히틀러라도 환생해서 압수하면 좋겠다고! 아차, 멀리 독일 까지 갈 필요 없구나. 우리나라 고문기술자들도 세계적이이니까. 목사 하는 분 다시 섭외해서 주님 이름으로 갈구면 1시간 도 안 돼서 입 열겠다. ....아냐, 안 돼! 이건 우리가 바라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가 아냐!
믿을 건 재용이형 뿐. 아니 여기서 재용이형이! 왜? 그렇잖아. 쌈바 춤 땡기고, 국민연금 털어 먹고, 어! 거기다 인생 걸린 판결을 앞두고 계시네? 지금이야! 천억 갚는다 생각하고 과감한 입찰! 그리고 바로 문화재청에 무상기부! 이재용! 이재용! 내가 대통령이었으면 바로 집행유예 내린다. 어때? 마티즈나 홍차배달 보다 얼마나 민주적이고 부드러워.
웃자고 너무 실없이 말했는데, 걱정할 문제야. 우리 한글 역사가 담긴 책이 불타거나, 훼손되 면 얼마나 안타까워. 이건 공시생 여러분도 동의하지? 어차피 공부 분량 안 늘어. 다음 중 훈민정음 상주본에서 새로 밝혀진 내용을 모두 고르시오. 1, 배 모씨 십팔색깔. 2. 킹 재용 3. 아 몰랑. 4. 한글은 그대로 아름답다. 정답은!
4번만 찍은 사람 누구야! 정답은 2, 4번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