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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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그릿 (0) 2019/09/21 PM 10:06

 

 

 

그릿

 

 

TED 보시는 분? 워호. ...이렇게 많아? 난 안 봤는데! 앞으론 좀 봐야겠다. 왠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야. 교양시민으로서. 다만 지금도 생수와 관련된 주제는 꼭 봐. 수학과 붕가. 색 없는 결혼. 여성의 홍콩여행은 어렵지 않아요. 이런 것들. 오늘도 영상으로만 공부하고 있습니다. 크흑...... 그렇다고 오로지 성교육만 듣는 건 아냐. 간혹 뇌세포가 되는 강의도 듣는다고. 물론 한글자막 있어야지.

 

오늘 본 강의는 그릿이야. 그릿. 영어로 G R I T. 성공의 열쇠는 IQ가 아닌 GRIT이다! 여기서 GRIT은 뭘까요? ....딩동댕. 기개! 그런데 말야, 번역을 해도 무슨 뜻인지 애매하지 않아? 기개라...씩씩한 기상과 굳은 절개를 가진 사람이 돼라. 어렵네. 차라리 근성이라는 단어가 더 와 닿아. 근성! 근성 충만한 인간이로다!

 

아무튼. 그릿. 책까지 나왔는데, 표지 문구부터가 거시기해. 실패, 역경, 슬럼프를 이겨낸 사람들만이 가진 성공의 비밀!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릿~! 아아. 설마 이것도 성공이란 미끼로 책 팔아먹는 부류인 거야? ...다행히 반은 맞고, 반은 아냐. 성공서적에 자녀양육법을 섞은 오묘한 책이랄까.

 

사실 17년도에 책으로 먼저 접했거든. 읽어봐도 아무 감흥이 없었어. 성공하려면 그릿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유튜브 영상 강의는 다를까? 결과는! ....영상도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면 믿어져? 정말 그래서 어쩌라고야. 알았어요. 당신이 말한 그릿이 중요하군요. 그래서 이젠 어떻게 하나요? 노트에 그릿 천 번 쓰면 근성이 올라갑니까? ....방법이 뭐예요!

 

책에선 그나마 구체적인 예시를 몇 개 들어주는데, 이를테면 그릿을 강화하는 표현과 약화하는 표현을 비교해 놨지. ..참 잘했어! 굉장한 재능이구나. ..이 칭찬은 그릿을 강화할까요, 약화할까요? 정답은....약화! 재능이란 낱말을 썼잖아. 그럼 올바른 그릿 표현은? 참 잘했어. 더 개선할 부분은 뭐가 있을까? 이렇게 끝을 내지 않고 애를 계속 굴려먹어야 돼.

 

설령 못 하더라도 상심할 것 없어. ..질질 짜고 있는 친구보고 보통 이렇게 위로하지. 그러나 이건 그릿하지 못한 말! 포기란 있을 수 없다! 그럼 어떻게 바꾸면 그릿 할까? ....아항. 아직 못 한다고 해서 슬퍼하지 마. 아직은! ..언젠가 꼭 할 거니까! ...흐음. 확실히 뭔가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인이군. 그런데...왜 무섭지!

 

전교 10등 해왔더니, 참 잘 했어요. 다음엔 1등을 노려봐요. 이거잖아! 하루 20시간 학원 생활에 코피 흘려가며 겨우 9등 했더니 한다는 말이. 괜찮아. 아직 1등 못 한다고 해서 상심하지 마. 다음 학기, 다 다음 학기, 다다다 다음 학기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는 1등할 수 있다. 파이팅! ....웟더. 사는 게 사는 게 아닌데. 당신의 인생, 그릿으로 대체되었다.

 

아이, 글쓴이는 이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겠지. 그런데 각박한 한국에서 커온 난 이렇게 들렸어. 특히 조국 딸로 연일 언론에서 헛소리 해대고 있는 지금은 더욱 더. 이 책에서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이 지지거든. 지지? 서포트! 현명하게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빵빵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봐봐. 여러분도 내 심정 알겠죠? 이거 모르는 사람 없잖아! 문제는 그 지원의 상당수가 지갑두께로 결정되는데, 이걸 해결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고.

 

전교 1등을 했니? 그럼 이제 전국 1등 할 때까지 달리자. 아빠가 지원해 줄게! 서울대 실험실? 마음대로 써. 과외? 마음껏 받아. 유학? 이번 기회에 미국 찍고 유럽 순방하며 경험해 봐. 컴퓨터 코딩? 최신 컴퓨터 사. ...끄응. 내가 너무 비관적 꼰대로 보는 걸까?

 

어쨌든. 그릿은 전혀 그레이트 하지 못 했어. 보면 볼수록 집안 수저 색깔 나타내는 용어 같아서. 금그릿. 은그릿. 똥그릿! 글쓴이 누나가 아무리 환경은 관계없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근성교육이 필요하다 이러지만. 하하하! 절 설득하는 데엔 실패하셨군요! 당신 말이 맞는다면 왜 서울대생 70%가 상위 소득 10% 안에 몰려있는지 설명해 보세요.

 

물론 서울대 들어갔다고 성공한 인생은 아냐. ....다시 생각해 보니 맞아! 알거지가 되더라도 서울대 출신이면 흠칫한다고. 아이고, 무슨 사연이 있어서 이런 꼴이 되셨어요? 지잡대, 고졸 거지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데. 이 정도면 성공한 거지. ....농담입니다.

 

이런 생각도 들어. 그릿 또한 그들만의 리그에서 필요한 건 아닐까? 기본 특목고, 외고는 간다는 전제하에. 거기서 성공하려면 그릿이 필요합니다! ..그냥 일반고, 서민은요? 죽어라 열심히 살면 그릿 할 수 있어요! 그나저나 서민 주제에 제 책을 보셨어요? 이해가 되던가요?......와우. 오늘 나 너무 까칠하네. 이 자격지심 가득한 녀석! 찰싹!

 

장기적 목표를 가져라, 끊임없이 갱신하라, 포기하지 마라, 노력해라, 낙관적인 사람이 돼라. 행동으로 옮겨라. 다 좋은 말이야. 그래서 와 닿지가 않아. 나만 그런 거야? ...베스트셀러 까고 있으니 무서워. 모자란 놈이 헛소리 하는 것 같아서. 끄익. 용기가 필요합니다! 제 생각에 동의한다면 박수 쳐 주세요! .... 안심했어.

 

정작 내 인생에서 그릿 최고점 찍었을 때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고. 바로 군대! 그릿 안 하려야 안할 수가 없지. 디스 이즈 스파르타! 될 때까지 한다! 실수는 용납하지 않는다! 근성은 어디서 오는가? 바로 까임! 감기몸살에도 작업 뛰는 불굴의 정신. 안 그럼 욕이란 욕은 다 먹으니까. 군필자 분들 느낌 오죠? 직장도 비슷한가? 크흠. ...그리고 원대한 장기목표를 갖고 있지. 전역! . 그릿을 키우는 방법. 코리안 아미에 들어가세요. 하루하루가 새롭습니다.

 

아니면 말야, 소중한 무언가가 있을 때 사람은 초 그릿 해지는 거 같아. 부모님, 직장인, 노동자, 장사하는 분. 심지어 놀고먹는 백수까지....? 백수도 힘들어! 매일 눈치 봐야지, 자괴감 느끼지, 그래도 어떻게든 철거머리처럼 살아가잖아. 다시 돌아와서. 일이 고되고, 적성에 안 맞을 수도 있어. 간혹 속 뒤집히는 진상도 만나지. 허나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잖아. 성공이 아닌 행복을 위해. 키하하하하!

 

...그래서 오늘 결론은요! 가정을 꾸리고, 장군을 목표로 직업군인이 되자. ....맙소사. 그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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