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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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고객을 유튜버처럼 (0) 2019/09/28 PM 10:35

 

 

고객을 유튜버처럼

 

 

부산 여행! 좋지! . 부산에 산다는 이유로 친구가 놀러오면 내가 자동 가이드가 돼. 한 두 번은 괜찮아. 뻔한 곳에 가면 되니까. 해운대! 광안리, 송정, 남포동, 자갈치. 그런데 그 이상은? 서쪽부터 다 훑기 시작해야 되네? 을숙도, 시민공원, 태종대, 이기대, 민주공원, 영도 해맞이길, 감천문화마을, UN묘지, 부산박물관, 동래 파전, 금강공원, 차이나타운, 해동 용궁사 오시리스까지! 헥헥.

 

또 온다? 이젠 관광지도 펼쳐야 돼. 토박이도 모르는 미지의 장소를 찾아야 하니까. 와우. 그런데 숨겨진 장소가 꽤 많더라? 보면서도 놀라. 이런 곳이 여기 있었어? 40계단, 초량 모노레일, 사상 생활사 박물관, 백산기념관, 임시수도 기념관. 코호호. 부산맨에 한 발짝 더 다가갑니다.

 

임시수도 기념관에 갔을 때였어. 괜찮더라고. 정원이며, 일본식 건물, 그리고 런승...찰싹! 이승만에 대해선 다음에 이야기로 하고. 아무튼, 다보고 목말라서 근처 카페에 갔는데, 알잖아. 방구석 히키코모리가 카페에 와 봤어야 말이지. 주문부터가 막혀. 메뉴판을 봐도 모르겠어.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카페모카, 에스프레소, 아포가토. 맙소사.... 뭔 라떼는 그렇게 많은지. 구분이 가요? ....가는구나.

 

그렇게 머뭇거리다 제일 싼 걸 찾아봤지. 복숭아티, 행사가 1,500! 호오. 복숭아티 하나 주세요. 먹고 가실 건가요? . 그럼 할인 받을 수 없어요. 이건 테이크아웃 할 때 비용. 그래요?.. 1차 뇌 정지! 아니, 그럼 옆에 적어 놓던가! 제일 싼 걸 다시 찾아봤지. 에스프레소 당첨! ..에스프레소 주세요. 쓴 데 괜찮겠어요? 얼음이나 설탕 추가하면 천원 플러스 됩니다. ? 2차 뇌 정지.

 

에스프레스, 들어만 봤지 뭔지도 몰랐어. 그러나 무르기엔 쪽팔리더라고. 이미 찐따력을 맘껏 발산했는데 여기서 물러난다? 백수 체면이 말이 아니지. 당당히 콜! 그래서 결과는요! ...고상하고 아담한 유리잔. 그리고 한번 츄릅하면 없어질 것 같은 커피 액기스가 딱! 냄새만 맡아도 이 녀석의 쓴맛을 느낄 수 있었어. 3차 뇌정지! 시켰는데 왜 마시질 못하니!

 

어쩌겠어. 이미 자존심 건 싸움이 돼 버렸는걸.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에스프레소만 먹는 특이취향인 듯, 인증샷 남기는 인싸인 듯, 그렇게 카메라질만 해댔지. 후우. 이 자괴감! 그런데 이때! 카페 사장님이 걸어오는 거야. ..어디서 오셨어요? ..서울에서요. , 이건 마치 외국에서 잘못했을 때 일본인인 척 하는 심리. ..얼음이랑 설탕은 무료로 드릴게요. 기분 상하진 않으셨죠? 장사하다보면 괜히 안 좋은 소리 하실까봐 걱정 되고 그래요. 아시죠? ...?.... 고맙습니다. 사장님은 얼음과 설탕이 담긴 커다란 유리잔을 건내 줬어.

 

이때서야 상황판단이 됐지. 의도치 않은 갑질을 했어. 사장님! 전 인스타, 패북, 심지어 카톡도 안 하는 초 아싸라구요! 크흑... 딴에는 시커먼 카메라로 찍어대니 걱정됐나 봐. 임시수도 기념관 앞에 카페 서비스 엉망! 에스프레소 시켰더니 진짜 에스프레소만 줘. 이렇게 올릴까봐. 하핫. 미안하면서도 괜찮은(?) 경험이었어. 앞으로 카페, 식당가면 무조건 카메라 들고 가야지! 히힛! ...찰싹! 이 런승만 같은 놈! ?

 

그렇게 천원을 아꼈습니다. 에스프레소에서 아메리카노로 진화했죠. 모든 것은 계획대로. 크하하하. ...농담입니다. 그런데 내심 섭섭하긴 해. 단지 카메라 들고 찍는다는 이유로 특별대우 받은 것 같아서. 안 그랬으면 그냥 지나가는 손님 1이잖아. 제일 싼 거 시켜서 카페 테이블만 차지하는 진상. 크흠.

 

손님은 왕이다? 아니, 유튜버, 인스타, 파워블로거는 왕이고 그 외에는 그냥 손님 같아. 얼마 전이었지? BBQ에서 황금올리브 순살 시켰더니 기존메뉴 와서 난리난 거. 그런데 하필 주문자가 구독자 100만 유튜버네? 잡아떼던 사장님 태도가 돌변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어. , 나도 유튜버라 주작해야지... 손님보다 본사 과장이 더 무서운 존재구나. 클레임 생기면 본사를 까야겠다. ..이렇게 까였는데도 BBQ 매출은 오히려 늘었구나. 어그로 대성공! 호메시!

 

하긴 손님을 손님대우 안 하는 곳은 망해도 싸. 인스타에 올려서 하루라도 빨리 망하게 해주자! 자고로 음식 갖고 장난치면 고투헬 한다고 했어. 그것도 모자라 사람을 차별해? 이 쌍쌍바!

 

그런데...개 중에는 갑질 역전 현상도 있단 말야. 열심히 장사하는 곳에 가서 공짜로 처먹는 것들. 마치 카페에서 천원 삥 뜯은 나처럼! ..저 유튜버라고요! 공짜로 주시면 비추는 안 드릴게. 쩝쩝. 여기 서비스가 왜 이래요? 사장님 안 되겠네! ...이래서 제가 장사를 안 합니다. 패드립 듣는 상황에서도 활짝 웃어야죠. 가족의 안영과 요기요 별점을 위해.

 

그래도 장사한다면? 목숨 걸어야겠어. 어떻게? 모든 손님은 유튜버다. 그것도 100만 이상! 고객을 가족처럼? 아니! 가족이면 대충 먹이면 돼. 우리 엄마는 김치 썰기도 귀찮아서 포기 채 그냥 먹으라 한다고. 갑자기 엄마 디스가! ....어쨌든. 그런데 유튜버라면? 인스타 팔로우 100만이라면? 어서 옵쇼! 입장부터 사장님 표정은 100만 원짜리!

 

이건 사람, 동물을 가리지 않아. 진상 미친놈도 우쭈쭈. 먹는데 똥기저귀 버리고 간 사이버 러버도 괜찮아. 100만 유튜버니까! 이런 극한직업 정신. 좋아. 백종원도 터치못할 성공가도! 그런데 100만 유튜버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있어. 먹었으면 돈은 내셔야지! 못 내겠다고요? 우린 유튜버든 강아지든 공평하게 갈아드립니다. 원래 5천인데, 손모가지 값 깎아서 4천이오.

 

잠깐....그러고보니 나도 카페 사장님한테 천원 빚졌잖아. 어오. 내 손목! ...아냐! 그땐 사장님이 그냥 준거라고. 난 아무 말 안 했어! 끄아악!

 

부산 임시수도기념로 19, 에피소드인커피. 제 별점은요. 4점 드리려다 5. 아니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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