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증
오늘 민감한 얘기를 할 건데. 뭐냐고? 밥그릇 문제. 아항. 여기 소방, 전기, 건축 관련 학과 출신들 손? ....지금 손든 분들. 앞에 유리병은 치워주세요. 멀리. 좋았어.
소방설비 산업기사라고 알아? 나도 이번에 처음 들어봐. 대충 스프링클러 설치하고, 전기배선 작업에 필요한 자격증이래. 이 시험이 내년부터 과정평가형 자격증으로 전환 돼. 과정평가형?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한마디로 몇 시간 수업 들으면 자격증 배부하는 거지. 따로 자격시험은 없어. 대신 배우는 중에 드문드문 평가하고. 감오시죠?
좋아! 과정평가형. 일단 자격제한이 없어. 원하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 이게 뭐가 대수라고? 아니, 대수야. 산업기사가 뭡니까? 2년간 실무경험을 쌓거나 관련 학과에서 공부해야 응시할 수 있어. 그러니 늦깎이로 소방설비에 꽂혔다 한들, 너님은 자격증 따려고 대학부터 다시 들어가야 하는 대참사가 벌어져.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씀! 신난다!
그런데 정작 기존에 자격증을 땄던 사람, 소방 관련 학과 사람들은 반기질 않아. 당연하지. 학과 프리미엄이 사라졌으니까. 나는 학비 쏟아가며 시험 쳐서 합격했는데, 누군 시간만 때워서 들어와? 이런 수박바! ..이해는 가. 달갑지 않지.
에이, 그래도 그게 뭐라고. 자격증 따 보신 분들은 알 거야. 자격증 공부는 짧고 굵게! 벼락치기! ....응? 아잇! 누군인마임마 자격증 안 따본 줄 알아! 기능사 자격증은 8개, 특이사항으로 게임기획전문가도 있습니다, 짜잔. 산업기사 자격증은 두 말 할 나위 없지. 여기 정보처리 산업기사! 공무원 가산점 때문에 땄어. 예아!
근데....정보처리 산업기사.....지금은 하나도 기억 안나. 몰라. 내가 어떻게 땄지? 신기하네. 문제를 통째로 외웠으니. ...고작 이런 수준인데 학과를 따지는 건 너무하지 않아? 물론 소방시설은 다를 수도 있어. 그렇다 하더라도 글쎄... 시험 쳐서 합격한 사람 보다 과정평가 본 사람이 더 많이 공부했을 걸? 소방시설 과정평가는 600시간이야. 600시간! 4개월! 이 정도면 웬만한 대작 게임도 다 꿸 시간이라고. 아이템, 보스패턴, 숨겨진 진보스까지 다 깨고도 남지.
그리고 중요한 실력! 별 차이 없을 거 같은데! 나보고 결정하라면 600시간 수업 받은 사람 쓰겠다. 아니, 그런 일도 있잖아. 성형수술 1500번이나 한 전문가가 알고 보니 간호조무사. 호메시! 이 정도 했으면 이름만 조무사지 실력은 의사 이상이야. 이 분한테 수술 받아야지. 크흑. 안타깝게 더 이상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이제 수술실에 CCTV도 설치되고, 출입도 엄격하게 제한받거든. 어....이야기가 샜네. 다시 주제로!
운전면허도 봐. 면허증 따고 나서 공도를 달릴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 들어요? 아니잖아! 차가운 도로위의 초보일 뿐이지. 크흠....우리끼리 말인데...선 넘는 말이니 조심히 들으시고.. 솔직히! 소방설비산업기사가 무슨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판검사, 그리고 또 뭐 있어. 그래, 복어기능장 정도나 되는 특급 자격증이야? 그 별 것도 아닌.....응? 어...방금 무슨 개소리가 지나갔죠? ....죄송합니다. 그랜절 올리겠습니다. ....그래도 지구는 돕니다. 야!
아무튼. 이건 마치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알력을 보는 거 같아. 공채 겨우 패스해서 들어왔는데 감히 계약직 손놈들이 2년 채우고 정규직 되려 해? 미치셨습니까? 감히 2년 따리 계약직들이? 이런 느낌. 이해는 가는데, 어렵게 들어왔으니 그럴 만도 한데....크흠.
이번에도 선 넘는 발언 들어갑니다. ...당신들도 업무 전문성이 아니라 시험 잘 보고, 면접 구라 트레이닝으로 들어왔잖아요! 업무엔 쓰지도 않는 영어점수에, 의도치 않은 봉사활동 시간으로 정규직 됐잖아요! ...왜? 정규직 분들 말해 보세요. 제 말이 틀렸나. ..정규직 중에서도 저기 강원랜드 사는 분들은 자격이 있나? 어! KT! 김성태! 어! .....하.....오늘 위험하네.
밥그릇 문제는 함부로 말해선 안 되지만 ....그냥....백수 눈엔 그렇게 보여. 캬하하. 아니지. 백수니까 말할 자격 있지!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그야말로 최상의 중립성을 갖춘 이니까. 판결 내립니다. 자격 운운 하시는 분들! 자격으로 버티면 꼰대밖에 안 돼요. 실력으로 살아남아야지. 인정? .....누구인가? 지금 누가 내게 신선한 우유를 던졌는가 말이야! ...츄릅츄릅.
그런데 잠깐...이렇게 자격 따지고, 시험이 똥이 됐네 마네도 근본문제는 밥그릇 크기 싸움 아니겠어? 넉넉한 인심은 풍만한 뱃살에서 나옵니다. 배 따시고 등 불러야 여유가 넘치지. 현실은 좁디좁은 취업문, 박 터지는 생존 경쟁이야. 못난 놈 재끼고, 잘난 놈 보내고, 안경제비같이 정치하는 새끼들 다 죽여야 하는 사회!
고상한 공정사회를 울부짖지만 이유는 본능 가까이 있어. 생존본능! 좀....안타까워. 아차....여기까지 문제를 확장하면 백수인 나도 이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구나. 가장 최하층, 밑바닥에서 여러분들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내가 있기에 당신이 일할 수 있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항상 감사하십시오. ....벌써 약 먹을 시간인가? 찰싹!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자격증 얘기 하다 이상한 데로 흘러왔네. 그래서 오늘 결론은요!
경축! 과정평가형 확대! ..욕 날아오기 전에 인사드리겠습니다. 뿅!
과정평가형자격 : https://c.q-net.or.kr/cmn/com/main.do
풍신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