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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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날달걀 간장 비빔밥 (0) 2019/10/31 PM 10:31

 

 

 

날달걀 간장 비빔밥

 

 

10월의 마지막 밤! 쌀쌀한 날씨만큼 마음이 살가워. 가을 타나 봐. 아직도 엥알엥알 거리는 모기가 오늘만큼은 싫지 않군. ....죄송합니다. 멍멍이 소리 그만하겠습니다.

 

가을 타는 건 진짜야. 방구석에서만 살던 놈이 괜히 여행 가고 싶고, 돈 없는 놈이 카메라 사고 싶고, 또 계란 노른자까지 완전히 튀겨 먹던 놈이 갑자기 날계란 먹고 싶고.... 커헉. 할머니 살아계셨을 때는 날계란에 간장, 밥만 넣고 자주 비벼먹었지. 갑자기 그 추억이 생각나네.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여기서 잠깐. 어릴 때야 아무 공포 없이 생으로 먹었지, 지금은 초큼 거시기해. 날계란이 뭐야, 바다 코앞에 둔 부산사람이지만 회도 안 먹는다고. !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의 온상일지 누가 압니까! 장염으로 한번 뻗어본 다음부턴 무조건 익혀 먹어. 정 안되면 전자레인지에 30초라도 돌려 먹지.

 

실제로 날계란을 먹어선 안 된다는 이야기가 많아. 공포의 살모넬라균! 어우...장염 일으키는 그 놈! 이걸 없애려면 70도 이상 온도에서 조리해야 한다는데, 이러면 생계란이 아니잖아! 코호호.

 

게다가 효능, 효과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달라. 어디선 날계란 많이 먹으면 탈모 온다 하고, 어디선 학습능력 개선에 좋다하고. 어쩌라는 겁니까! ...? 탈모? 날달걀 속에 아비딘이란 성분이 머리를 벗긴대. 다행히 조금만 익혀도 사라진다하니 걱정하지 말도록. 당신 헤드가 달걀상인 것은 달걀 때문이 아닙니다. 자라나라 머리머리!

 

그러나 양쪽에서 똑같이 주장하는 부분이 있어. 역시 살모넬라균! 위생! ....,오갓. 여름철에 갑자기 소화가 안 되고, 머리가 깨질 거 같으며, 구역질과 어지럼증이 있다면! 전날 계란 만지지 않았나 떠올려 봐. 그 만큼 달걀이 장염전파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대.

 

하긴, 그 좁은 케이지에서 똥오줌 섞인 항생제만 먹는 녀석들 위생상태가 어떻겠어? 더욱이 닭님은 뒷구멍과 앞구멍 구별이 없다고. 하나로 해결하시지. 닭님 장속에 있는 살모넬라균이 똥에도 나오고, 달걀에도 나오고, 다 나오는 거야.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잘 씻으면 된다! 식중독균 없어질 때까지 박박 씻으면 돼지! 그런데 이런 당연한 일이 내년 4월은 되어야 완전 정착 돼. 이름하야 식용란 선별포장 유통제도! ..왜 이렇게 늦어졌을까? 커호. 그나마 이것도 살충제 계란 파동 없었다면 논의조차 안 됐을 수도 있어.

 

분명 선별하고 씻으면 좋죠. 그러나 작은 양계장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겠어? 곤란하지. 그러니 반대가 심했지만 시대를 거스를 순 없었어. 깨끗한 달걀 먹고 싶다! ...대신 이로 인해 생긴 단점은 여러분도 체감하고 있을 거야. 올 초만 하더라도 하나에 130원 꼴이었던 달걀이 지금은 기본 190원을 찍으니까.

 

그럼 세척했으니 문제없겠네? ...아니. 100% 장담할 순 없어. 오히려 잘못 보관하면 더 취약해 질 수 있지. 씻으면서 달걀껍데기에 큐티클이라 부르는 보호막도 파괴하거든. 만에 하나 살모넬라가 한 마리라도 살아서 버텼다? 큐티클 사라진 세상에서 깽판을 치겠지.

 

이걸 방지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무조건 냉장유통! 캬하하. 인간을 우습게보지 말라고! 산란일까지 껍데기에 박아 넣는 클라스! 이게 사람이다! , 그럼 뜨거운 밥에 날달걀 톡! 간장 한 푼 뚝딱 해 보실까!

 

....아니지. 여기서 그치기엔 뭔가 찜찜해. 그래서 사봤습니다. 30개에 9980원하는 동물복지 유정란을! 닭님의 닭권과 내 불알 속 정력을 위하여! ...이마트에서 파는 건 동물복지라도 마당에 풀어놓고 키운 달걀은 없더라. 케이지가 아닌 축사 바닥에서 기른 건데, 이거라도 어디야. 좁은 닭장에서 한 평생 알만 낳다 죽는 환경보다야 행복지수 업! 참고로 밖에 풀어서 키운 방사 달걀은 한 알에 600원이야. 30개면 만 8천원.....달걀 2개 프라이 해 먹으면 1200. 하하....맙소사. 닭님 죄송합니다. 여기까진 못 사겠습니다!

 

아참, 어디서 낳은 알인지도 달걀껍데기 보면 알 수 있어. 마지막 숫자를 주목하시라! 1번이면 마당을 탈출한 암탉, 2번은 마당 속 암탉, 3번은 그나마 살만한 케이지, 4번은 3번보다 25% 더 좁은 기존 군대 막사. ..이거 보면 이제 이름에 속지 않아도 돼. 그런 거 있잖아. 거창하게 1등급란, 영양란, 생생란, 청국장 먹인 계란, 이런 것들 대부분 4번이니 요 체크. 특히 목초먹인 계란은 주의하라고! 이거 대자연의 풀 먹인 거 아냐! 기존 닭장에서 목초 분말 먹인 거라고! ....이걸로 소송 걸거나 하진 않겠지? 크흠.

 

아무튼. 하나에 333! 귀하신 몸이니 안심하고 날달걀을 먹어 보실까! ...그런데 말입니다. 동물복지 농장 달걀이라고 닥치는 대로 먹었다간 너님은 살모넬라 당할 수 있어. 특히 몸값 비싼 방사달걀. ? 보통 보면 1번 딱지 받은 귀한 달걀은 농장직송이 많거든. 이 경우 아까 말한 식용란 선별유통에서 빠질 수 있단 말씀. 코호호. 물론 행복지수 극강의 닭님들이 낳은 달걀이기도 하거니와 해썹 인증도 받아야 하지만, 혹시 모르잖아. 마당에서 쪼아 먹은 흙에 하필 살모넬라균이 들어있을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합니다. 내가 씻으면 됩니다! 식초 물에 담가서 깨끗한 손으로 쉑킥쉑킷. ...그러나 이것도 100% 제거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 ...으휴. 날달걀 한번 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때려치워? 이럴 바엔 웰던으로 바싹 익히는 게 낫다고? ...그러나 날달걀 간장 비빔밥은 포기할 수 없어! 어쩌지....뜨거운 물에 40초만 삶아볼까? 살모넬라는 열에 약하다니까. ..제가 해보겠습니다! ...어어! 껍데기 터진다! ...오옷! 앗 뜨거! ....안이 아직 생생해! ....이거야!

 

아아, 좋은 날달걀이다. 노란 밥알들이 춤을 추고 있어! 여기에 김치랑 김을 합하면 그야말로 밥도둑! 야심한 밤에 먹으니 더 달걀 맛이군. 츄릅츄릅.

 

이 인간이 멀쩡할지는 내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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