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가 빠른 남자
삼성전자! 자체 CPU 개발 중단! 오스틴 연구인력 300명 해고! 예?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이제 엑시노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거야? 끄아앙. 울어버릴래!
는 걱정 마시라. 엑시노스는 계속 나옵니다. ..아쉽네. 저주받은 엑시노스를 더 이상 안 봐도 될 뻔 했는데. ...응? 솔직히 엑시노스보단 스냅드래곤이지. 암. 아차, 전자제품엔 약하신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엑시노스는 삼성에서 찍어내는 AP야. AP는 뭔 약자일까요? ...힌트, CPU에서 C자만 다릅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폰에 들어가는 머리라 생각하면 쉬울 거야.
아무튼. 제 아무리 갤럭시로 세계를 호령하는 삼성이라지만 AP에서는 항상 저쪽 아래였지. 작년엔 4등! 간신히 점유율 10%를 넘기고 있어. ..1위는 예상대로 스냅드래곤에 올라탄 퀄컴이야. 그 다음이 애플....이 아니라 미디어텍! 와우. 만년 저가 이미지 제품으로 봤던 미디어텍이 이렇게나 컸어. 역시 중국 빠워는 대단합니다.
내가 엑시노스를 싫어하는 건 뭐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냐. 단 하나, 성능이 스냅드래곤보다 딸리는데 왜 쓰나요! 삼성 공돌이, 외쿡 연구원까지 갈아 넣었는데도 퀄컴을 넘을 수가 없습니다. 여기까지야 아무 문제없어. 1위를 향한 도전! 자체 AP 개발! 얼마나 좋아. 문제는 이 발판을 애꿎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떠넘긴다는 거! 왜 우리나라에서 파는 제품에만 엑시노스 넣는 건데! 니들이 국산차 차별하는 현대기아자동차냐!
국민적 열망으로 이재용 부회장님 돕자고 하는 분도 있을지 몰라. 그러나 더 좋은 AP 놔두고 삼성산 AP만 써야하는 우리 소비자는 무슨 죄야? 만약 외국에 파는 갤럭시에도 엑시노스 다 넣었다면 오! 뚝심의 삼성! 이랬을지 몰라. 현실은 외국 갤럭시엔 스냅드래곤! ....여기엔 미국 통신사, 퀄컴의 압력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치사해 보이는 건 변하지 않지.
여하튼. CPU 개발을 중단했다는데 엑시노스는 왜 계속 나올까? 크흠. 여기서 스펙충 기술설명 들어갑니다. AP는 CPU, GPU, NPU가 합쳐진 부품이야. 이번에 포기했다는 CPU는 AP의 한 부분일 뿐이지. GPU, NPU개발은 포기하지 않았어. ...아잇, 오늘 영어 많이 써서 미안. GPU에서 G는 그래픽! 게임, 야동 돌리는데 필요한 거! ..NPU에서 N은 뉴럴! 신경망! 사람처럼 생각하라고 집어넣은 장치야. AI 시대의 필수품!
삼성은 CPU에서 GG친 대신 GPU와 NPU에 올인 한다는 전략인데, 크흠. 어떻게 될까? 이것들도 결국 CPU처럼 포기? 글쎄. 지금까진 돈을 퍼붓고 있어. 우리가 잘 아는 리사쑤! 누님의 AMD랑 협업도 하고 아주 이를 갈고 있다니까. 문제는 경쟁자들이 하나같이 미쳐 날뛰어서 그렇지.
퀄컴이 가만히 있겠어? 1등이지만 멈추지 않지. 더 확고한 지위를 위해! CPU처럼 자기 세상 만들기 위해! ..퀄컴 뿐인가? 우린 짱개라고 비하해도 이미 세계탑을 찍고 있는 화웨이! 무시무시합니다. 트럼프가 아무리 화웨이 고립시켜라 해도 도무지 막을 수 없으셈! 삼성도 포기했건만 당당히 퀄컴에 대항해 자기 AP를 쓰고 있지. 바로 하이실리콘 키린! ...그리고 전통의 강자 인텔도 빼놓을 수 없지. 언제 외계인 다시 잡아와서 기술고문 시킬지 모르는 곳.
삼성공화국 일원이지만 이번만큼은 버거울 거 같아. 까딱 잘못하면 우리가 놀려댔던 일본전자회사 꼴 날 거 같다고! ...AP의 3대 축 중 하나인 CPU를 포기했는데 다른 두 곳에서 날 뛸 수 있다? 안 될 거 같은데! 두 다리만 튼튼하면 뭐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코끼리가 비실한데. ...걱정 돼. 너무 선택과 집중에 매달려서. 하다가 안 되면 접고, 돈 안 되면 접고. 접접접!
삼성이 접은 사업 중에 가장 안타까운 것이 카메라 사업이야. 워호. 삼성이 카메라 만든 거 알아? NX1이라는 희대의 명기를 만들어 놓고 그냥 접어버렸어. 이 카메라가 얼마나 대단했냐면 무려 5년 전 카메라가 4K 60프레임 녹화를 지원한다고! 최신 카메라도 30프레임에서 빌빌대는데! 스마트폰에 맞먹는 터치감과 연동! ....그러나 끝. 돈 안 되니 끝!
전문가들은 말 해. 덕후들만 쓰는 카메라 사업 일찍 접은 건 신의 한수였다고. 동감합니다. 요새 누가 무거운 카메라 씁니까? 다 폰카로 찍지. ..근데 만약 그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기술 개발 했다면? 이미지센서 시장을 후루룩 잡수고 있을 걸! 지금 이미지센서는 소니가 꽉 잡고 있어. 카메라는 소니! 카메라뿐만 아니죠. LG폰, 삼성폰, 샤오미폰 상관없이 들어가는 이미지센서는 모조리 소니!
최근에야 삼성이 이 악물고 개발한 이미지센서가 샤오미, 오포 폰에 들어갔어. 그래, 우리가 그렇게 까는 짱개폰에. 이래도 중국산 깔래? 크흠. 여하튼. 6400만 화소! 1억 800만 화소! 와우. 대단합니다. 역시 삼성! 소니를 한방에 보내버리렴! ..아니! 안 돼! 스펙에서 숫자가 높으면 좋다? 아냐. 화소는 달라. 무조건 높다고 좋은 게 아니지. 진짜 중요한 건 노이즈 없이 빛을 담아낼 수 있는 능력! 뽀샵 처리 능력! ...화소는 거들 뿐. 막말로 인스타, 패북에 사진 올리면서 1억 화소 쓸 사람 있어? 한 장에 100메가 가까이 하는데? 210만 화소 풀HD 폰화면에서 보기엔 너무하잖아. 확대해봤자 얼굴 뾰루지만 보일 뿐이라고. 그것도 노이즈 잔뜩 껴서.
이래보니 삼성, 정말 괜찮을까? 인천공항 3개 지을 돈 붓고 있다는 평택 EUV, 익스트림 울트라 바이올렛 시설. 처음엔 우와 했어. 초자외선으로 반도체를 파다니! 그런데 지금은 대만 TSMC한테 밀리는 거 같단 말야. ..TSMC는 7나노 EUV 공정이 삼성에 비해 느릴 것입니다,. 는 개뿔! 잘만 찍어내고 있더만! AMD도, 화웨이도, 미디어텍도 모조리 TSMC로 대동단결! 으휴....
어쩌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왔지? 어....어쨌든.
재용이형, 밥은 먹고 다니는지 궁금한 밤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