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년
경축! 칼린풍자쇼 1주년! 아무도 모르지만 나라도 축하해야지. 암. 365일이나 헛소릴 지껄였다니, 장하다 내 자신. 이제 쇼는 그만하고 취업해야 되지 않겠니? 언제 정신 차릴래! 끄아악!
그렇습니다. 어느덧 1년을 맞았네요. 이게 뭐라고... 그 동안 참 다양한 어거지를 펼쳤죠. 초기에 썼던 대본 보면 닭살 돋아서 못 보겠어. 워호. 지금도 부족하지만 그땐 한숨만 나오는 수준이었지. ..대체 뭔 소린지 자신도 이해 못하는 그런 아스트랄함.
다른 건 모르겠는데, 대본을 쓰면 쓸수록 길이가 길어져. 처음엔 A4 한 장 채우기가 버거웠는데, 요즘은 어떻게 하면 2장 내로 마칠 수 있을까 고민할 정도니. 캬하하. 문제는 길이가 늘어난 만큼 재미가 확장되지 못했다는 거지. 막대기의 길이는 늘었는데 정작 중요한 굵기와 단단함은 따라가지 못한 느낌이랄까. 여러분은 어때요? 길이 대 굵기. 혹은 강직도...크흠.
쇼를 처음 시작하게 된 이유는 ...내가 못나서야. 무슨 얘기냐고? 쇼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세계적 스탠딩 거장, 조지 칼린 센세를 동경했어. 그는 무슨 뇌와 입이 연결된 것 마냥 거침없이 말을 쏟아내. 거기에 가미된 표정! 억양. 정말 대단합니다. 그에 반해 난? 말도 어눌해, 행동 하나하나가 어색해. 대놓고 방구석 찐따임을 사방 50미터 밖으로 뿜어내고 있어. 이렇게 반대일 수 있을까.
그래서 조금이나마,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따라 해 보고 싶었어. 대본까진 어떻게 노력해서 쓴다지만 그 표현력은 .,..끄응. 어렵네. 재능차이라고 얼버무리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낳아주신 부모님 탓하고 싶은 심정은 어쩔 수 없어. 왜 제겐 그와 같은 재능을 주시지 않았나요! ..오 갓! ....응? 아테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넌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 노오력이! 끼요옷! ....할 말을 잃었습니다.
사실 너무 소심해서 남의 눈치를 안 보고는 견딜 수가 없어. 소심인의 삶에 대해선 다음에 한번 상세히 말해줄게. ..이 대인기피증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까? 김제동 형님처럼 마이크만 지면 사람이 180도 변하면 참 좋으련만. 제동이형이 마이크 무사로 유명했대. 행사 와서 처음 보면, 앤 뭐야? 왜 이런 찌질이를 데려왔어! 이랬다가, 무대에서 마이크 휘두르는 모습보고 출연료 묻고 떠블로 가를 외치게 된다는 전설적 진행! 크흑! 그럼 뭐합니까? 지금은 이승환 옹이랑 손잡고 정치색 가득한 연예인이 돼버린 걸. 그래도 제동이형이 좋아! 사연이 있고, 웃음 속에 아픔이 있고, 진실하니까.... 반박 시 자한당. 농담입니다.
마이크 대신 인형탈을 써볼까도 생각해 봤어. 워호. 여기서 잠깐. 제가 말한 건 인형탈이지, 그냥 탈이 아닙니다. 어! 우주 대스타 팽수처럼 그런 인형탈! 유튜브에 많이 보이는 윾소리 나는 탈은 사양하겠어! ... 혹시 모르잖아. 인형탈을 썼더니 눈에 뵈는 게 없어질지. 나도 인형탈 전사가 될지, 펭수처럼 동년배에게 사랑받을지!
말 나온 김에 인형탈 얼마나 하는지 볼까? 즐거운 쇼핑방송! 나나나나나난 해피해피 이마트. 짠! ....뭐야. 왜 이리 비싸. 기본이 10만원? ...쿠마몬? 리락쿠마? 도라에몽? 지금 시국이 어느 땐데! ....미키마우스도 있네. 근데 이건 디즈니에서 소송 안 거나? ....끄응. 패스! 왜 인형탈이 아니라 가면무도회 플라스틱 쪼가리 쓰는지 알겠습니다. 이게 다 돈 때문이다!
아무튼. 이제 앞으로 쇼를 어떻게 진행할까 고민 중이야. 사실 지난 1년간은 의무감에 출첵한 적도 있거든. 친구가 부산 놀러온다? 그럼 새벽까지 대본 작업했어. 낮에는 친구 만나야 하니까. 억지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 크흠....앞으로는....지금처럼 계속 죽어라 쓰겠습니다! 초심 차리겠습니다!
그래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단 말이지. 풍자쇼만 하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돌아. 백수 프리미엄! 뭔가 더 하고 싶어. 방구석에서 나가긴 해야 할 텐데. 그 중에 최고는 돈 버는 일이겠지만 시켜주질 않으니 크흠. ...뭐가 있을까 고민해 봤어. 취미 3대장! 악기, 미술, 운동! 이 중에 확 끌리는 게 없네?
먼저 운동! 운동과는 담 쌓았죠. 좋아하는 운동이라곤 육봉 마사지 뿐. ...헬스장? 한 번도 안 가봐서 그런데 거기 정말 근육질 누님도 계셔? 그렇다면 가겠습니다!...가 안 가겠습니다! 그런 누님이 있다 한들 건강에 오히려 안 좋을 거야. 솟아오르는 똘똘이를 정신력으로 붙잡아야 하잖아. 이보다 혈관 건강에 나쁜 행동이 어디 있어. 누님의 겨땀냄새는 한번 맡고 싶긴 하다.
미술, 악기는...크흑. 재능 0%! 아직 악보 읽는 법도 모르겠어. 단소! 기억나십니까? 아무리 불어도 울리지 않는 대나무. 단소면 양반이죠. 리코더조차 못 불어서 침만 질질 흘려댔으니. 참...그림? 내가 재능이 있었으면 이미 동인지로 진출했을 거야. 장르는 육덕물로. ..현실은 마이너스의 손. 그림 잘 그리는 분 보면 진짜 신기해. 그게 돼요? 밥 아저씨뿐만 아니라, 모든 미술하시는 분들. 아니, 그게 그렇게 그려져요? 언버빌러블!
그나마 사진에 관심이 가는데, 일단 쉽잖아. 셔터만 누르면 팡! 구도가 어떠네, 후처리가 저떠네 태클은 작가정신으로 뭉개고. 마치 현대미술처럼. ...찍고 싶은 거? 여성. 아니, 여성! ...여장남자? 호오. 여장남까지 인정! 그러나 모델 섭외할 능력도 없고, 여친이 있는 것도 아니니 탈락! 여친은 무슨, 사람 자체를 못 찍는데 뭐. 사람 무서워하는 녀석이 어떻게 소통하면서 인간을 찍겠어. 인간보단 무생물이 최고시다.
...응? 몰카? 아니, 이 사람들이! 제가 초상권 수호 정신만큼은 세계급입니다. 길거리 사진이 뭔가요! 어딜 찍어! 어딜! ...잠깐, 여기서 망원렌즈가 출동한다면? 저 멀리서 몰래 당긴다면! 이거 괜찮, 찰싹!...크흠. 걱정 마십시오. 망원으로 땅길 대포 살 돈 없어요. 있다 해도 목표는 오직 가슴, 아랫배, 골반, 허벅지일 뿐! 응? ...죄송합니다!
실은 누구도 안 보고 싶은 장면을 찍고 싶어. 아픈 동물, 상처 난 자연. 가난. 내 주변에 일상적으로 일어난 일들....중국의 민낯을 보여준 사진작가 루 구앙처럼. 헷.
오늘 내 얘기만 떠들었네. 아잇...아무튼. 고맙습니다! 모두 행복하세요!.....그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