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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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장수사진 (0) 2019/11/12 PM 10:34

 

 

 

장수사진

 

 

오늘은 자랑부터 해야겠습니다!. 하핫! 드디어! 예아. 그렇습니다. 꿈에도 그리던 카메라! 하하하! 하하. ..하아. ...솔직히 말해도 돼? 이 녀석을 4시간 정도 들고 다녀봤거든. 무게 1.1KG. 끼요옷! 왜 다이어트가 그렇게 어려운지 알게 됐습니다. 이 무게를 없애려니 죽을힘을 다 해야 겨우 빠지죠! ....우아앙! 울어버릴래! 자신이 없습니다! 자신이! 이 녀석을 제대로 사용할 자신이 없다고요! 이 무거운 걸 어떻게 들고 다녀!

 

푸후. 하소연은 여기까지. 아무튼. 직거래 하느라 오랜만에 바깥공기 맡고 왔어. 세상은 변한 듯 그대로더군. 부산진역 앞 무료급식소 지날 때는 마음이 짠하더라. 정장 구두에, 그와 어울리지 않는 츄리닝에, 이발하지 않은 머리. 그럼에도 그 분은 신문을 읽고 계셨어. 아직 직장을 찾는 듯.... 많은 생각, 아니 생각이라기보다 느낌을 받은 장면이었지.

 

또 하나 신선한 충격은 길거리 현수막에서 발견했어. 무슨 현수막? 어르신들을 위한 장수사진 촬영! 오래도록 건강하세요! ..어르신들 무료로 찍어 드리는 거니 좋은 일이지? 근데 왜 똥이 항문에 걸린 것 마냥 찝찝할까?

 

이름은 장수사진이지만 이거 이거...영정사진 촬영 아냐! ! 찰싹! ....영정사진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고요. 어쨌든! 영정사진이라....모두 미안한데, 이번에도 좀 텐션 떨어지는 이야기를 해야겠어. 내 투정! 듣기 싫으면 잠시 귀 막으시고...그렇다고 진짜로 막네? 너무하네!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사진이 없었어. 그렇게 폰카며, 카메라가 난립하는 가운데서도 할머니 사진이 없었던 거야. 결국 할아버지랑 함께 찍은 사진 중 할머니 얼굴만 따서 영정사진으로 만들었지. 화질은 안 좋았지만....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잘 됐어. 적어도 할아버지랑 함께 찍은, 건강하고 행복하실 때 모습이었으니까.

 

그거 알아? 1시에! 사진 인화 해 주는 곳이 있다? 있습니다. 장례식장에 간다면 말이죠. 승합차 한 대가 오더니 그 자리에서 뽀샵부터 액자 작업까지! 와우. 장성규의 워크맨 다음 편! 장례식장의 사진가들 추천합니다. 밤에 고생은 하지만 그만큼 페이가 세다고. 그 때 얼마 줬더라? 30 줬던 걸로 기억해. 30.....아무리 극한직업이라도 그렇지! 이거 너무 떼먹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 알뜰한 분이라면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영정사진은 미리 준비하자. 영정사진이 별 거야? 요새 폰카도 좋아서 그냥 찍으면 작품이 된다고. 뽀샵? 포토샵 할 필요 없어. 앱 중에 얼굴 보정하는 거 하나 받아서 돌리면 그게 더 예쁘고 멋있다니까. ! 찍을 때 대놓고, 할아버지, 영정사진 찍을 거니까 활짝 웃어요! 이런 철면피는 없겠지? 그럼 너부터 영정이야!

 

그 있잖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표정. 웃음. 일상. 맘먹고 찍는 영정사진에선 느낄 수 없는 것을 담은 사진. ...에휴. 자긴 찍지도 못했으면서 이래라 저래라 떠들고 있자니 쪽팔려서 더는 말 못하겠어. 대충 느낌은 오죠?

 

그러나 그럴 수 없는 분들도 계실거야. 혼자 사시는 분들. 법적으론 가족이 있지만 실제로는 없는 그런 분들. 이 분들에겐 장수사진 촬영이 반갑지 않을까? ...아니지. 반갑지는 않을 것 같네. 어휴. 누가 영정사진 찍는데 기쁘겠어. 죽음을 준비하는 일....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대체 장수사진이 뭔지, 내가 상상했던 영정사진이 맞는지! 결과는요! 호오...내 생각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단순히 사진만 찍는 작업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멋진 옷도 입고, 화장도 하고, 머리도 빗고. 그런 후에 가족, 친구, 지인과 찰칵! 이거...영정사진 아니네! 죄송합니다. 제가 색안경 끼고 봤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마지막 액자에 담긴 얼굴을 보고 있자니........부정하고 싶어도 영정사진이 맞아. 하얀 바탕에, 정면에서 찍은 깨끗한 사진. 크흠....난 아직 자신이 없어.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남길 자신이. 그래도 준비는 해야 할 텐데. 사람 가는 데엔 순서가 없으니까.

 

! 아니지. 우리에겐 이미 셀 수도 없는 영정사진이 있어. 질리도록 뽑은 취업 증명사진! ! 생각해 보니 이거만큼 영정사진으로 적합한 것도 없잖아! 뽀샵 다 됐지, 가식적인 표정에, 윗분들 좋으시라고 단정한 복장에. 게다가 인생 가장 불타올랐을 때! 청운의 꿈! , 나야 여자는 30대 이상 무르익었을 때가 최전성기라 생각하지만. ....? 찰싹! 죄송합니다.

 

여하튼. 사진 좀 찍는다는 분들, 장수사진에 도전하라! 대놓고 얼굴 클로즈업 할 수 있는 공간! 모델과의 소통력 기르기에 이 보다 좋은 기회가 어디 있을까! 대신 무료봉사인건 알아두시고. 크흠. ....? 워워. 난 실력도, 인성도 불합격! 가족사진도 제대로 못 찍어서 부끄러워하는 놈이 무슨! ....대신 지금부터 노력할거야. 몰래 엄마 사진 찍기. 아빠는...사진 찍는 거 엄청 싫어해서 어려운데...! 책 읽고 있을 때 슬쩍 찍으면 되겠다. 정면샷은 아니지만, 분위기는 죽이겠군!

 

어라. 잠깐만요. 이거 장르가 완전 도촬물인데? ? 도촬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맘에 쏙 드는군요. 찰싹! ...크흠. 길거리에서 염치없이 찍어대는 캔디드 샷은 도촬이지만, 가족끼리는 그런 거 있나? 그냥 가족사진이지. 막말로 아빠, 엄마는 내 소중이 사진까지 다 찍었잖아! ! 그러나 가족 중에서 부부끼리는.......혹시 모르니 선은 지키시고.

 

이제야 마음이 놓여. 카메라 사길 잘했어. 목표가 생겼으니까! 가족 도...이 아니라 가족의 행복한 모습 몰래 찍기. 소심이라 대놓고는 못 찍어요! 그리고 실력이나 인간상태가 성숙해지면 장수사진에 도전하기! 더 나아가면 폼 잡고 사회고발 사진 찍기도 하고. 그러다 최종테크트리를 탔다? 그럼 가야죠. 어디로? 일본으로!

 

최종목표는 그라비아 아이돌 화보집. 아이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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