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의 고뇌
하루 종일 생각하며 지내 본 적 있어? ....크흠. 너무 두루뭉술하게 말했네. 그야말로 혼자, 스스로 머리 굴리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혼자! 이 단어야. 외부자극에 의한 생각이야 누구나 쉽게 한다고. 정치판 보면 화딱질 나고, 사회면 보면 아스트랄하고, 유튜브로 히히덕덕 웃음 충전하다, 야동으로 찹찹찹 하는 일상은 너무 간편해.
흐음...이래도 감이 안 오는데....아잇, 그런 거 있잖아. 창작의 고통!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자기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상상력! 선생님조차 없어서 누굴 따라할 수도 없는,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 ...응? 갑자기 무슨 개똥 스프 먹는 소리냐고? ...그럴 일이 있어.
오늘 신박한 도전을 해봤걸랑. 폰도, 컴퓨터도 없이 오로지 침대에 누워만 있자! 그래서 생각만 해 보자! ..미친 짓 같겠지만 사실입니다. 백수가 신성한 월요일을 보내기에 이보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 핫..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 망했습니다.
8시간 누워있다 때려치웠어! 이게 뭐야! 사람은 무엇인가, 우주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턱턱 숨이 막히는 문제 앞에서 한 발짝도 상상할 수 없었다고. 너무 거대해서 그런가? 작은 문제를 찾아봤지. 코스프레 하는 여성에게 하악질 해대면 성추행인가, 아님 팬심의 발현인가! ...몰라! 머리를 댕댕이처럼 흔들어대도 모르겠어! ...결국 뇌세포는 멈춰버리고 아랫도리 상상에나 빠졌죠. 팟팟팟. ....찰싹!
정말 자괴감 드는 하루였어. 내 사고력이 이렇게 형편없을 줄이야. 그러고 보니 온전히 생각하며 지내는 시간이 하루에 10분이라도 되나? 먹고, 자고, 보고, 읽고, 싸고, 웃고, 일하고. ..어디 하나 내가 시작하고 각성하는 일이 없어.
게임? 현대인이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순간! 인정합니다. 근데 뭐랄까...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내가 발현되는 세상은 아니잖아? 주어진 시스템, 말 안 듣는 트롤들, 내 실력도 심해를 해매는 가운데 나오는 생각은...마치 조건반사 같아. 청기 내려, 백기 올려. 상황에 맞춘 맞춤학습서비스! 당신은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튼. 내가 얼마나 무식하게 사는지 깨달았지. 한편으론 생각 없음을 드러내준 분들한테 고마운 날이기도 했어. 아항. 인터넷에 속속들이 보이는 그들! 아니, 우리네들! 인격모독이란 인격모독은 다 하다가, 자살했다니까 살짝 뜨끔한 척 다시 악플다는. 핫.
...저런 미친놈들을 봤나! 인간이 덜 된 놈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왜냐고? 나도 똑같이 생각 없이 살다, 똑같이 인간 탈출한 발언 할 뻔 했는데, 그들이 먼저 선례를 남기사, 이런 행동은 나쁘다는 걸 만천하에 공개해줬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야.
이런 걸 타산지석이라고 하던가? 남의 뿅뿅을 보고 자신의 불알을 닦는다. 정말 계란을 탁칠 배움입니다! 돌이켜보면 악행의 선구자가 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냐. 아까 전도 그래. 코스프레 하시는 분 보고 침 질질 흘리는 이 정신 나간 행동. 지금까지 누적된 성추행자들을 보며 이건 아니구나 반성할 수 있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선례가 이리저리 왔다갔다 휘날리는 경우는 어떻게 하지? 어떤 때는 순정파 팬심이 되기도 하고, 저떤 때는 성추행 스토커가 되고, 어! ..리타짱 검은 스타킹에 파묻히고 싶어요! 이건 극도의 찬사인가, 아님 추잡한 개수작인가? ....모르겠어. 여성분들, 어떻게 생각해요? ....예? 내 면상을 보아하니 개수작이라고? ......상처받았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선례로도 알 수 없는 선택의 시간. 스스로 뇌를 빙글빙글 굴려서 기준을 만들어야 해. 신중하게. ..앞으로 모든 행동이 이것에 따라 달라질 테니까. 크응...끄힉! 뇌에 과부하! 이거,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문제랑 연결되잖아!
정리!....대충 몇 개 선택지가 떠올라. 첫 번째! SNS는 인생의 낭비. 말실수 할 바에 깨끗하게 입을 닫는 편이 좋습니다! 호오...괜찮은데! 근데 너무 심심하다.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다는 얘기도 있잖아. 현실 찐따력을 인터넷에서조차 발휘해야 한다는 게 서글퍼. 이건 패스!
두 번째 안. 내 본심을 사정없이 드러낸다! 무사정으로 가버렷! 하악하악 쉐리짱. 다이스키라능! 겨땀에 비벼먹게 밥 가져와! ...응? ....크흠. 여러분 눈길만으로도 어떤 심정인지 잘 알겠습니다. 솔직하긴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네요. 이것도 아냐.
그럼 안전빵으로 정제된 말만 할까? 정말 아름다우세요! 예뻐요! 멋져요! 팬이에요! 감칠맛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안정적이야. 요거 괜찮지? ....그러나 전 여기서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가슴에 꼽히는 하트를 표현하고 싶다고! 관종력 최대로! 안 되면 원빈 하위호환으로 성형이라도 하죠 뭐. 잘 생기면 용서됩니까? ...찰싹! 죄송합니다.
이리저리 둘러왔는데, 결국 받아들이는 사람이 제일 중요한 거 같아. ..누나 생각하며 오늘도 똘똘이를 잠재웠어요, 이 말 듣고 깔깔 넘어갈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충격 받는 분도 있으니까. 그래서 제안합니다! 내가 한 매력 한다, 관종들이 알아서 모인다, 하면 수용기준을 패북, 인스타, 트위터, 유튜브 대문에 대문짝하게 걸어주세요!
세부 기준이야 소통하면서 만들어가는 거지. 악플러치고 생각하는 사람 없기 때문에 뭐가 똥인지 거시긴지 구분 못해. 친절하게 가이드 안 해주면. .,.누나 슴가에 파묻히고 싶어요는 통과, 찌찌 만지고 싶어요는 응, 법원에서 봐. 이렇게. 아니면 처음부터 살벌한 기준을 정할 수도 있고. 김가연 누님처럼. .누구인가? 누가 선 안 넘는 척 돌려까기를 하였어! 너 고소! ..황제의 부인은 절대 화나게 해선 안 돼!
어...아무튼. 어쩌다 얘기가 여기까지 왔지? ....하라구 때문일지도... 이제 소통할 수 없는... 야! 아프면 아프다고 하지! ....
....알았어요. 아무 말 안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