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AP/연합뉴스
홍콩을 향해 여래신장
광복홍콩! 시대혁명! 이야! 기분 좋다! 홍콩 구의회 선거 결과, 범민주파가 전체 의석 중 87%를 차지했습니다! 프리홍콩!
이 소식이 유난히 반가운 이유는 죄책감 때문이야. 죄책감... 여러분은 어떨지 모르지만, 난 이미 뼈 속까지 중화사상에 물들었거든. 먹는 거 빼곤 다 알리익스프레스 발 공산당 하사품에 생활을 의지하고 있죠. 심지어 야동마저도! 물론 오리지날은 일본산이지만 배포는 중국에서 해주니 뭐.
이런 인간이 프리 홍콩을 외치다니 좀 이상하지 않아? ..내면적 거슬림을 항상 겪어야 했어. 머리는 홍콩을 외치지만 몸은 솔직하군. 이미 넌 중화인민이야. 학! ...뜨겁게 투쟁하는 그들을 바라보기만 할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 트럼프 욕했지만 나도 똑같은 놈이야.
사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어. 저렇게 난리쳐봤자 뭐해. 300만 겨우 될까 말까 한 소도시가 13억 인구를 이길 수 있어? 400 대 1. 아무리 일당백 한다 해도 안 돼. 제2의 천안문 터진 다음에 아무것도 잃어나지 않았습니다, 반복될 줄 알았지.
그런데! 이렇게 고무적인 일이 일어나니 얼마나 좋아! 바다 건너 불구경하는 심정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습니다. 하하하. 그나저나 신기해. 천하의 중국 공산당도 부정투표는 안 하네? 내가 시진핑이라면 미리 투표율 201%로 만들었을 건데. 가상의 101%를 투여한다! 너의 투표는 40장! 절대 질 수가 없습니다.
구의원 선거라서 방심했나? 우리나라에서도 구의원은 별로 안쳐주잖아. 그래서 알아봤습니다. 홍콩의 선거! ...뭐 이리 많아! 워워. 진정. ...홍콩 행정장관 선거, 선거위원회 선거, 입법회 선거, 전국인민대표대회 선거, 그리고 이번에 치러진 구의회선거. 이렇게 허벌나게 많습니다.
이 중에서 제일 핫한 걸 꼽으라면 행정장관 선거와 입법회 선거를 꼽을 수 있을 거야. 우리나라로 치면 행정장관이 대통령 선거고, 입법회는 국회의원 선거지. 아무래도 구의회 선거는 살짝 마이너한 느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어.
아무렴 어때, 민심은 이미 프리홍콩! 이번에 확실히 확인했으니, 내년에 있을 입법회 선거에서도 범민주파가 압승하겠죠! ....아니! 끄아악! 이 빌어먹을 홍콩 선거제도는 철의 장벽을 쳐놓고 있어. 어떻게? 옛날 우리나라 장충체육관 선거처럼 이미 과반은 찍어놓고 뽑는다고!
...워워. 진정. 입법회 의원이 총 70명인데 이 중 절반, 35명은 간선이야. 하하하....예?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70명 중에 31명은 친중파 확정! 단 5명. 5명만 선거에서 붙으면 돼. 30:5만 되도 핑핑이는 아무 걱정 없다고! 30대5면 얼마야...6대1....17%! 17%만지지 받아도 입법회는 친중파 손아귀입니다. 이것이 기적의 선거법!
그, 그래. 희박하지만 홍콩시민들이 속이 꽉 찬 투표 99.9%로 프리홍콩파를 밀어주면 입법회를 못 잡으라는 법은 없잖아. 헤헤. 그렇지? ....는 쉽지 않아.. 구의원은 몰라도 입법회만큼은 놓치지 않으려 발악할거거든. 대표적으로 인구빨로 밀어이는 작전! 홍콩 영구 시민권을 갖고 있지만, 몸도 마음도 중국에 정착중인 인민 동원령! ...성룡도 이 때 투표하러 오려나? SNS에 투표독려 선동질하며? 크흑. 따꺼! 이젠 주윤발 형 뿐이야!
행정장관 선거는 더 골 때려. 여긴 반박의 여지조차 없어. 투표는 합니다. 단, 후보자는 핑핑이가 이미 선점한 인물들이죠. 다 친중파! 핑핑이에게 충성을 맹세한 인물들만 후보자가 되는데, 여기서 똥을 뽑든 겨를 뽑든 무슨 상관이야. 커헉!
그렇기 때문에 홍콩시민들은 요구해. 5가지를! 자, 손바닥을 쫙 펴고 외쳐보자! ...쪽팔리면 나만 할게. 크흠. 송환법 공식 철회! 폭력 경찰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폐! 체포된 시위대 석방! 그리고 홍콩 행정장관 직선! 직선! 말 뿐인 직선이 아닌, 후보부터 시민들이 뽑는 직선!
...이걸 핑핑이가 들어줄까요? ...어려워. 용납하지 않을 거야. 한국처럼 대통령을 국민들이 뽑는다? 어디 공산당 주석 목 날아갈 소리를! 권력에 미친개마냥 탄압하겠지. 천안문에서처럼 탱크를 들이밀겠지. 광주에서처럼 자국민들을 자기 군대가 죽이겠지!
알면 알수록 절망감이 커져. 죄책감은 1도 가벼워지지 않았어. 오랜만에 보는 홍콩 대학생들 미소도 안타까워 보여. 찰나의 기쁨으로 끝날 것 같아서... 딱 5분 행복했다... 끝까지 저항했던 홍콩 이공대 앞을 지나던 시민이 한 말이래. ..우린 기뻐할 수 있나?
아잇. 이 비관충! 찰싹! 이래서 방구석 은둔외톨이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자! 패기 있게 살아가자! ...그래, 몸 아프고, 가슴 찢어진다고 주저앉은 놈들은 다 죽었어. 강요된 긍정일지라도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광복홍콩! 시대혁명! 예아!
한편으론 아쉬워. 선거제도가 이 꼴이 나기 전에 막았어야 했는데! 누굽니까! 어떻게 했기에 이 지경에 이른 겁니까! 으휴.... 역시 병은 초기에 잡아야 합니다. 한번 퍼지니 이렇게 생고생하잖아요!
우리라고 안심할 수 없어. 마침 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국회가 완전 뒤집어졌지? 비례대표를 몇 명으로 할 거냐, 지역구를 어떻게 나눌 거냐. 참 국민생활과 동떨어져있고, 국회의원들만 열불나게 싸우고 있는 사안. 아오! 그냥 확!
...그래도 확인합시다! 홍콩에서 봤잖아요. 선거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 순간의 선택으로 우리 미래가 달라질 수 있어. 그런데 말입니다....우리 미래가 걸린 문젠데 왜 국회의원 지들이 죽자 살자 싸우는 거야! 니들이 정말 국민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아니면 밥그릇 싸움인지 젖꼭지에 손 올리고 말해봐라. 끼요옷!
아무튼...손바닥을 활짝 펼쳐 보일게요! 핫! 여래신장!
홍콩선거, 범민주 압승 :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siapacific/918336.html?_fr=sr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