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의 이유
황교안 대표님. 왜 그렇게 밥을 안 드세요! 예! ..정말 관심 1도 없었어. 저 분은 왜 또 단식 한다고 난리지? 아니, 이런 궁금증조차 없었구나. 그냥 하나보다. 아무튼 하나보다. 호우! 결국 때깔 좋은 모습으로 8일 만에 병원으로 행차하사, 단식원 탈출 성공했습니다.
대체 뭔 일이 있기에 이런 쇼를 하는 거야? 지소미아 때문이야? 어찌됐든 우린 일본과 한 몸이다? 그거 끝난 지가 언젠데, 크흠.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황대표, 왜 저 관종짓, 찰싹! 이 아니라 숭고한 단식 투쟁을 하나!
근데...찾아봐도 모르겠어. 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 똑바로 말을 안 해. 말을 하세요! ...그나마 깔딱 추측으론 선거법 개정 때문이야. 선거법 개정! 들어 보셨습니까? 연동형 비례대표제!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앞두고 다들 눈 돌아간 거지.
이 얘기를 하려면 우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알아야 하는데, 어디보자... 여기서 이 말 처음 듣는다, 손? ..괜찮아. 나도 오늘 오후 2시 지나서야 알았어. ...후우. 나 같은 분이 생각보다 많구나! 좋았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습니다. 응?
연동형 비례대표제. 단어를 그대로 뜯어보면 금방 알 수 있죠. 연동형? 뭐랑 연동한다는 거지? 바로 정당지지율! 아직 투표장 못 가 본 꼬꼬마들을 위해서 부연설명 들어갑니다. 투표하러 가면 단순히 사람만 찍는 게 아냐. 지지 정당도 찍습니다. 더민주, 자한당, 바른미래, 정의, 민주평화, 대안신당 같은 것들 있죠? ...뭐? 우리공화당? 너 태극기니? ..갈 때 연락처 하나 남겨주세요. 돈만 주시면 댓글, 주작, 선동, 집회, 가리지 않고 다 합니다.
그럼 정당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배분해 주는 거냐? 어..그게 말이지. 지금부터 살짝 골 때리는 계산법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보자고. 더민주가 정당지지율에서 30% 받았다 쳐. 그럼 현재 비례대표 47석 중에 30%인 14석을 추가로 배당받느냐? 아니! 기준이 비례대표 47석에서 30%가 아닙니다. 국회의원 전체 300석 중에서 30%죠! 300에서 30%면 90석!
자, 다 왔어. 미안해 어쭙잖은 설명해서. 이 90석이 기준이 됩니다. 여기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는데, 하나는 선거 평타 쳐서 이미 90석 이상 차지한 경우. 이 경우에는 비례대표로 단 한명도 못 얻어. 이미 90석 넘었다는 이유로.
다른 하나는 90석 미달인 경우. 80석 차지했다고 쳐. 그럼 10석이 비죠? 이럼 비례대표로 10석 후루룩 할 수 있습니다! ...말은 장황하게 했는데 대충 감은 올 거야. ...그렇다고 말해 줘. 여하튼. 느낌이 빡 왔습니다. 국회에서 왜 그렇게 선거법 개정안 두고 붕가하는지.
이 제도라면 거대 양당인 더민주, 자한당은 좋을 게 없어. 왜? 비례대표 받을 여지가 없거든. 이미 지역구에서 정당지지율 초과할 정도로 당선이 나올 건데 무슨 비례대표야. 특히 자한당은 심해. 요새 자한당 지지율 20%는 되나? 300석에 20%면 60석. 세상에, 아무리 자한당이 미친 짓을 많이 했기로서니 지역구에서 60석을 못 따겠어?
이에 반해 따봉 날릴 정당들도 있습니다. 바로 중소정당! 이쪽은 늘면 늘었지 줄지 않아. 이 중에서도 정의당이 독보적으로 혜택을 보죠. 얼마나? 최소 10석! 많게는 20석! 끼요옷! 드디어 정의당 한풀이 하나요! 정의당이 뭡니까? 공약은 그럴듯한데 언제나 힘이 없어서, 분산표 나올까봐 안 찍었던 분들 많잖아. 이제 그런 고민 고민 하지마. 후보는 더민주 찍고! 정당지지는 정의당 찍고! ...어..전 더민주, 정의당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나경원 누나 사랑해요.
그런데 말입니다... 바른미래당은 어떤 스탠스를 취하야 할까? 덩치로 보면 중소정당인데, 몸은 자한당에 가 있고.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위치. 그래서 선거법 찬성했다 반대했다 와리가리 하나 봐. 당 홈페이지에는 찬성한다하고, 유승민은 반대한다 하고. 끝까지 정체를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면 구도가 어떻게 되냐? 대충 더민주가 130석, 자한당이 110석, 바른미래가 20석, 정의당이 15석, 민평당과 대안신당이 15석정도 차지해. 여기서 소위 범여권이라는 정당을 묶어서 보면 160석으로 과반을 넘지. 아항. 이래서 황대표가 단식했구나! 아무렴. 자기 밥그릇 걸린 문제엔 목숨 걸어야지. 이해합니다, 대표님. 끝까지 굶으세요. 이왕이면 불출마선언까지 하시면 좋을 텐데. 크흠.
그나저나 이번에 왜 부의됐을까? 패스트트랙이라며? 그냥 통과 확정이라며? ...이게 말이지.. 밥그릇 판도 바꾸는 거까진 동의를 했어. 그러나 한 숟가락이라도 더 퍼먹기 위한 싸움이 남았거든. 비례대표 수를 얼마로 할 거냐, 연동율을 몇 %로 할 거냐에 따라 의석수가 왔다 갔다 하니까. 얼마나? ...한 1석? ...맞습니다. 1석을 두고 이 광란의 도가니를 추고 있는 거죠.
갑자기 현타 오네. 이 열정으로 법안통과를 해 보라지! 20대 국회가 제대로 한 게 뭐 있어! 회사였으면 진작 해고야! 아오! 그래놓고 단식? 단식! 야! ....그래, 잘못 뽑은 우리 잘못이지. 에휴. 그러니 내년엔 확실히 뽑겠어!
여기서 잠깐,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면 항상 나오는 말이 국회의원 수 늘리자 인데... 크흠. 난 좋다고 생각해! 까짓것 비례대표 더 뽑으라지. 대신! 월급은 동결입니다. 동결은 무슨, 지금처럼 일 안하면 돈 주지마!
돈이 문제지 사람 수가 대수겠어? 그보다 어떤 인간이 국회에 들어가느냐가 더 중요하겠죠. 우리만 정신 차리고 잘 뽑으면 됩니다. 크힉. 이렇게 된 거 묻고 더블로 가즈아! 300? 아니, 600! 의사당 복작복작 터져나가는 꼴을 보고 싶어. 잠깐, 600명이면....나도 가능성 있지 않을까? 한번 출마해봐? 대한백수당으로! ...찰싹! 죄송합니다. 전국 100만 백수군단 파이팅.
이 글을 심상정 대표가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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