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핫딜
아아~ 11월 마지막 밤입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다, 연말이다, 새해다 해서 아싸들은 고통 받을 날만 기다리는군요. 이 안타까운 심정을 유일하게 달래주는 것이 있다면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클릭하는 맛일 거야. ...응? 어제 안 지른다 해놓고 무슨 소리냐고? 그게 말이지...아잇! 알리에서 정말 좋은 찬스가 떴는데 이걸 어떻게 놓쳐!
신규유저 5달러 이상 결제 시 4달러 할인 프로모션! 5천 원짜릴 천원에 살 수 있는 기적의 딜교! 신규유저라는 제약이 좀 거시기한데, 아무렴 어때. 알리는 우리나라처럼 공인인증서다, 본인인증이다 하지 않습니다! 메일만 있으면 3초만에 신규계정 만들 수 있죠. 지금 당장 알리에 가입해서 꿀 빨자.
여기서 잠깐, 신규유저 혜택이 비단 이것뿐만이 아냐. 알리 들어가면 옆에 대문짝하게 유혹하고 있어. 무조건 0.01달러 딜! 4달러 이상 구매 시 3달러 쿠폰을 받으세요! 자, 우린 신중히 선택해야 돼. 0.01달러 딜을 받을 것인가, 3달러 쿠폰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최후에 숨겨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4달러 할인 프로모션을 받을 것인가! ...나라면 무조건 4달러 받는다.
그런데 어제도 언급한 것처럼 가장 혜택 좋은 4달러 프로모션 코드는 빙빙 둘러서 숨겨놨어. 홈페이지 상에는 어디 있는지 찾을 수도 없다고. 자, 지금 불러준 코드를 반드시 기억한 다음에 결제창 떴을 때 입력하자. 정말 외우기 쉽습니다. KR4DOLLAR. 빈칸 띄어쓰기도 허용하지 않으니 정확히 입력하라고. KR4DOLLAR. 코리안 사딸라! 사딸라! 오케이 땡큐!
워워, 장난도 농담도 아닙니다. 진짜야. 이번 기회에 알리익스프레스에 가입해서 중국 공산당 머니에 흠뻑 취해 봐. 정말 죽여줍니다. 배송비 마저 공짜! 어제 하루만 집안 살림을 다 차렸어. 충전기, 충전케이블, 짝퉁 배터리, SD카드, 석희 손목시계, 전립선 마사지기까지. ...예?
뭔 이야기하다 알리 홍보를 하고 있지? 크흠. 아무튼. 그런데 내가 진짜 신경 쓰고 있는 건 알리도, 아마존도 아냐. 진짜 초빅딜은 네이버에서 발견했지. 캬하하, 평소에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메모리 리더기! 용량이 갈수록 늘어나는 그녀들을 위해 빠른 리더기가 필요하다!
블프도 됐고 하니 혹시나 싶어서 검색해봤어. 따라라라 쨘! ...어? 2천 8백 원? 평소 2만 4천원은 줘야 살 수 있는 물건인데? 이거야!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결제했습니다. 헤헤...불안에 떨면서. 이렇게 황당한 가격일 경우에 대부분 취소각 뜨니까.
물론 아닌 경우도 있어. 사장님이 미쳤어요! 화끈하게 재고떨이 하는 중일 수도 있지. 아테나님, 제발! 모두들 빌어줘. 이 거래가 배송완료까지 닿을 수 있길! 그래야 나나 여러분이나 이득이야. 말했잖아. 내 하드디스크는 언젠가 여러분 숨김 폴더로 갈 거라고. 장르 불문하고 다 모았습니다. 기대하세요. ...찰싹!
실수인 경우에도 희망의 끈은 있어. 아마존 봐봐. 가격 잘못 올려도 그대로 배송해주는 대인배적 모습! 630달러어치 상품. 그냥 가져버렷! 진짜 로또 터진 건 올해 7월에 있었던 아마존 프라임데이 때였지. 5500달러 소니 아르파 9이 단돈 95달러! 13000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560만 원짜리 아르파 FE 600mm F4 GM OSS 렌즈가 단돈 95달러! ...끼요옷!
지금 돈이 천만 원 단위로 깨지게 생겼는데, 우리나라 옥션, 지마켓, 11번가, 쿠팡, 티몬, 신세계, 롯데 같았으면 구매자 협박을 해서라도 취소시켰을 거야. 그러나 아마존은 달랐죠. 쿨가이. 아아, 눈부셔. 배송 해버렷! ..끄힉! 왜 난 이걸 못 봤을까! 여러분은! 운도 없지.
물론 이렇게 하더라도 아마존은 웃을 수 있다는 분석이야. 이런 거에 한번 꼽혀 봐. 아마존님 충성 충성! 아마존은 뭘 하든 옳으십니다! 완벽한 신뢰관계!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요? 돈이 부족한 건 아닌지 생각해 봅시다. 와우. 혹시...고도의 어그로였을까? 일부러 실수인 척 가장해서, 처음부터 완벽히 계산된 홍보효과로...흐음. 그것이 알고 싶다.
아무렴 어때, 이런 실수 혹은 주작이야 매일 있으면 좋겠어. 24시간 아마존만 쳐다보게. 하악하악. ..그런데 말입니다... 아마존이라고 다 대인배적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니더라고. 대표적으로 웨스턴디지털 8테라바이트 하드디스크, 80달러 사건! ...입금을 했는데 왜 배송을 안 해주니! 그나마 20달러 할인 쿠폰을 줘서 넘어갔다만.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고? 그때 배송 못 받은 1인 중 한 사람입니다. 그녀들을 위한 대저택 건설에 실패했죠. 흑흑.
여하튼, 가격 실수...나, 고백할게 있어. 한번은 50만 원짜리 시계를 5만원에 산 적이 있거든. 이건 뭐 노리고 산 건 아냐. 잠깐 기계식 시계 뽕에 빠졌을 때 최저가로 검색하니 나오기에 그냥 구입한 거지. 일사천리로 배송완료! 탁탁! 이것이 말로만 듣던 오토매틱 시계인가! 기쁜 맘에 시계줄도 갈고, 친구들에게 자랑도 했어.
문제는 그 다음 월요일이었지. 또로로록. 시계판매자인데요, 저희가 가격을 잘못 올렸어요. 반품 부탁드립니다. ...예? 아니, 이 사람이! 처음엔 황당하더라고. 이제 와서?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담당자가 된통 깨졌나 봐. 절박함이 느껴져....아잇!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돌려주는 것이 순리 같은데, 그러자니 내 욕심이 앞서고.. 보통 양심에 찔리는데 뻔뻔한 인간들이 법 찾잖아. 나도 똑같이 법대로 하자가 됐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린데...크흠. 조국형님 잘 살고 있죠? ....찰싹!
소비자보호원에도 연락해 봤는데 뭐라 확답을 안 해줘. 그래서 무료법률상담까지 받았다? 한 분은 민법 몇조 몇항을 들어서 돌려줘야 한 대. 또 다른 한 분은 판매자에게 계약이행에 동의를 했고, 본인에게도 중대한 과실이 있기 때문에 돌려줄 필요가 없대. 크흑. 이렇게 의견이 나뉠 땐 뭐다? 내가 듣기 좋은 쪽으로 손을 들게 돼 있다! .안 돼! 안 돌려줘! 돌려줄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결국 꿀꺽 한 채 잠수탔습니다....찰싹!
에휴, 멈춰 있는 시계를 볼 때마다 불편해. ...이런 못난 자식! 욕망의 불구덩이! ...담당자 양반, 잘 살고 있다고 말해줘요. 내 지금 홍보까지 해드리다. 시계 살 땐 타임메카!
그래서 지금이라도 돌려 줄 거냐고? ...아니!.. 방금 제가 무슨 말을 했었나요? 꺼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