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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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체납자를 향한 구애 (0) 2019/12/05 PM 09:06

 

 

 

체납자를 향한 구애

 

 

광고의 세계는 심오해. 오늘도 언제나 발기찬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크롬 시크릿 모드를 켰는데, 워호. 딥다크한 내용물과는 다르게 너무 건전한 광고가 뜨는 거야. 2019년 고액, 상습 체납자 명단 공개! 요즘은 이런 것도 광고 하나? 난 좋다고 생각해! 아주 좋습니다! 이렇게 호기심 당기는 홍보는 지나칠 수가 없죠. 바로 클릭.

 

혹시 대출성 낚시 사이트로 연결되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진짜가 맞아. nts.go.kr! 국세청! 어디 그럼 체납자들을 보실까! 무려 238페이지, 2400명이 올라와 있더라고. 호오. 우리나라 아직 살만하네? 체납자가 이렇게 많을 줄이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 가운데 내 관심사는 따로 있었어. 20! 과연 20대 체납자도 있을 것인가! 어땠을 거 같아? ..드물긴 해. 10페이지 까지 뒤져본 결과, 3명 나오더라. 이 중에서도 특히 눈여겨 본 이가 있으니, 바로 체납액 22위를 차지하신 야**** 미코님!

 

나이는 스물! 체납액은...일십백천만...단위 잘못 센 거 아니지,, 커헉! 12188백만 원! 누군 평생 벌어도 5천만 원 모을까 말까 고민하는 수준인데, 세금만 121! ...오늘부로 새로운 인생목표가 생겼습니다. 야*** 미코상과 결혼한다!

 

공개를 하려면 화끈하게 다 하지, 애매하게 해 놨어. 정작 중요한 연락처가 없다니까. 아이, 이래가지곤 나가린데. 그나마 주소는 있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 바로 네이버 지도에 검색해 봤죠. 이야....골프장이야! 그것도 이스트, 센터, 사우스 코스 쫙쫙 깔린! 하악하악. 그녀를 향한 애정이 더욱 커집니다! 놓칠 수 없어!

 

...? 아까부터 계속 위험한 발언 하고 있다고? ...하하하...이런 거 가지고 고소당하겠어? ....가 아니라. 싸늘하다. ...죄송합니다. 전 순전히 빨리 체납액 털고 성실 납부자가 되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씨불였습니다. ...개인적 연락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우리 어디 조용한 곳에서 진지하게 인생에 대해 논의 해 보는 건 어떨까요? 사랑합니다. 미코상 아이시테루.

 

아무튼. 돌려 까기 한 건 절대 아니니 기분 나쁘게 듣지 마세요. ..아니, 체납자라면 무조건 나쁘게 보는데, 그 사람한테 어떤 사정이 있는지 누가 알아? 이름만 빌려준 바지사장일 수도 있잖아? 아니면 멀리 떨어진 일본에 거주 중인 순수한 여성이라 이 사태를 모를 수도 있고. 배째라의 가능성은 나중으로 미루자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내가 왜 이렇게 체납자 우호적인 발언을 하냐? 경험이 있어서 그래. 무슨 경험? 체납은 아니고, ...재산세와 관련된 아픈 기억! 워호. 언제는 가난 코스프레 하더니 이게 무슨 소리요! 우선 오해는 말아 줘. 빚만 없을 뿐이지 벌이 없는 백수 확실합니다. 부모님도 월 200을 넘기지 못하셔. 차상위층 인정?

 

쇼 오래 보신 분이라면 많이 들었을 거야. 할머니가 국제시장에서 장사하셨어. 국제시장! ! 영화 보신 분? 어떨 거 같아요? 북적북적? 반은 맞고, 반은 환상입니다. 저기 자갈치 근처랑 비프광장 쪽은 번화가를 유지하지만, 먹자골목 저 위로는 상권이 죽어버렸어. 무려 내가 꼬꼬마 때일 부터! 손님이 없습니다. 아무도.

 

특히 1층 지상이 아니라 2층이나 지하는 사태가 심각했어. 국제시장 많이 와 본 분이라도 이건 몰랐을 걸. 국제시장 2층에도 상점이 있다니. 지하상가가 있다니! , 아무도 모르잖아. ..최근 지하상가는 미술거리로 바뀌었더라고. 그렇게라도 안 하면 유지가 안 되니...

 

,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서! 이 장사도 안 되는 2층 재산세가 환장할 정도로 나오는 거야! 30만원! 하루에 손님 한명이라도 있으면 다행인 곳에서 이 돈을 어떻게 내. 정말 재산세 나올 때마다 집안 분위기 처참했지. 끄힉.

 

왜 이렇게 많이 나오냐? 여기엔 아직도 이해 안 가는 복잡한 부동산법이 걸려 있어. 토지세가 어떻고, 건물세가 어떻고, 공시지가가 어떻고. 그 썰렁한 곳에 공시지가가 얼마나 매겨졌는지 알아? 14! ...왜 갑자기 날 보는 눈이 달라져? 무섭네.

 

이 위선자 새끼! 청담동 세금 타령하는 인간이랑 동급인 녀석! 그렇게 억울하면 파시던가! ....! 내가 그 땅 빨리 팔아버리자고 아빠한테 조른 게 최소 69번은 넘는다! 아빠, 우리 사정에 저거 어떻게 갖고 있노. 팔자. ...그런데 아빠는 거부했어. 할머니 살아 계실 때까진 절대 팔지 못한다고 하셨지. ...이 못난 녀석! 그때 할머니 표정을 봤어야 했는데!

 

한평생 거기서 장사 하셨던 분이야. 손님 없는 가판에서 하염없이 기다려도, 인생 유일하게 해오시던 일이야. 그런데 그걸 팔아? ...안 돼... 결국 할머니 돌아가시고 난 후에 처분할 수 있었어. 아빠는 할머니 생각해서라도 끝까지 못 판다 했지만 다른 친척들 성화에 결국 내놨어. 그 뒤로 아빤 형제들과 만나지 않아. ...? 돌아가신 후에야 생각이 바뀌더라. 아들인데 아빠편 들어야지!

 

참고로 실거래가가 얼마였게요? ...상세한 금액은 밝힐 순 없고. 크흠, 아빠 4형제, 46, 그리고 나. 이렇게 11명이 이러쿵저러쿵 나눴어. 내 통장에 들어온 금액은 100만원. , 대충 각 나오죠? ...팔린 게 감사할 따름이야... 할머니의 마지막 선물이라면 선물이랄까?

 

무슨 얘기하다 여기까지 왔지? ...그래, 체납, 세금! 그래서 세금은 나쁜 거고, 재산세 뜯어간 공무원들 나쁜 놈이냐? 아니! 우리 할머니처럼 특수한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모조리 걷어가야 합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거기 걸면 발기링 되어서야 어떻게 공정함을 따지겠어? 세금마저 법조계처럼 지 마음대로 하면 그게 나라냐! 오늘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추미애 파이팅! 검찰, 킴앤장, 법조계 인맥을 끊어버리렴!

 

여하튼. 121억 체납중인 미코짱을 생각하며 주절거려봤어. 농담이 아니라 정말 만나고 싶습니다. ...? 남자일수도 있다고? 몬다이나이. 제 모든 구멍을 그 분께 바치겠습니다.

 

2020년 체납자 명단에는 성별, 연락처도 공개하라!

 

 

 

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공개 : https://www.nts.go.kr/openinfo/openinfo_03_01.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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