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명복을 안 빕니다
경규옹이 그랬지. 부푼 꿈을 앉고, 서울 도착했을 때 첫 인상! 서울역 앞에 거대한 핏빛 건물이 반겼다고. 와우...사람은 비슷한가 봐. 나도 그랬거든. 추운 겨울 새벽. KTX 첫차와 함께 서울역을 나선 후 펼쳐진 거대한 건물! 서울 스퀘어!
서울토박이들은 모르겠지만 지방 사람은 그 위용에 압도당한다고. 여기가 그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서울이구나. 저 건물처럼! 호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빌딩이 원래 대우 거라면서? 드라마 미생에서 잠깐이나마 나온 과거의 영광!
대우라...대우하면 무슨 생각 들어? 난 외삼촌이 대우자동차에서 일하다 잘려서 외숙모랑 깨지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는 기억만 어렴풋 있어. 또 뭐 있지. 아! 대우자동차 하니 초등학교 4학년 담임 쌤 자동차가 프린스였지. 어떻게 이렇게 잘 기억하냐고? 수업시간에 본인 자동차 역사를 말씀하셨던 게 아직 기억나서 그래. 그랜져 보단 프린스. 웟더.
한 때는 우리나라 재계 순위 2위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기업이었다는데,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고요! 대우 제품을 써 봤어야 말이지. 집안 잡동사니를 다 뒤져봤는데도 대우는 안 나오더라. 문어발 경영의 확장판이었다면서 남긴 건 별 거 없네. 잠깐...위니아 대우가 대우야? 오!
그래도 남아있는 계열사들을 보니 이름이 쟁쟁해.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미래에셋대우, 포스코 인터내셔널. 와우. 여기 IMF 때 쓰러진 기업 맞나요? ...뭐? 아주대학교도 대우랑 연결돼 있어? 아주 아주하구만.
아무튼. 오늘 왜 대우, 대우, 질척거렸냐면, 여러분도 아실 거야. 대우 김우중 회장 별세. 크흠... 사람 목숨 걸린 일로 이러쿵 저러쿵 안 하기로 했지만, 오늘은 해야겠어! 김우중, 이 분처럼 저기선 빨고, 여기선 씹는 사람이 없으니까.
김우중이란 이름 석 자를 처음 들은 건 도올 쌤 강연에서야. 헐. 처음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소위 진보 민족 지식인이라는 분이 정계 최정점의 사람과 여행도 다니고, 밥도 먹고, 그렇고 그런 관계라고요? 그거 참! ..부럽습니다... 진짜로. 저도 해외여행 시켜 줄 부자님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도올쌤 팬으로서 좀 안타까운 건, 뭐, 사람을 좋아할 순 있어. 나도 개인적으로 나경원 누나 사랑하니까. 응? 그러나 서양에서 동양까지, 철학 사상이란 지식은 다 갖춘 분이 친구 하나 구제하지 못했다다는 게 아이러니잖아. ...멱살을 잡고, 어! 공자님 이름으로 너의 비자금조성, 뇌물, 회계분식, 주작질을 용서하지 않겠다. 퍽퍽! 주여! 이 인간을 갱생시키소서!
그렇게 했다면 김용옥 쌤이 진정 바라는 우리나라 민족중흥이 조금 더 빨라졌을지도 모르지. 회장이 선비가 되고, 대우가 윤리경영해서 조개껍질 마크를 세상에 퍼 나르고 있었을 테니까. 크흠. 어쩌다 도올 쌤 까는 내용이 됐네. 워워. 전 언제나 쌤 존경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이 분 인생을 쭉 돌이켜보니 정말 액수만큼은 대단해. 회계조작만 20조원 대. 사기대출은 10조원 대. 커헉. 조가 무슨 억 단위 마냥 튀어나와. 그래서 추징금마저 18조. 환율에 따라선 23조! 이 중에 갚은 돈은 887억이니 수십조가 남았죠. 맙소사.
물론 남은 금액은 대우 임원들한테서 뜯어낼 거라 하는데, 크흑. 이 말에 신뢰성이 느껴지십니까? 네이버! 점성가는 아니지만 예언합니다. 그 돈 회수 못합니다. 이 사회가 얼마나 회장님들에게 관대한지 너무 많이 봐와서 말이지!
해외 도피 생활 5년, 감옥에서 잠깐 생활한 거 외에는 너무나 럭셔리한 삶을 살았어! 이게 무슨 부도난 회사의 대표야! 먹을 거 다 먹고, 잘 거 다 자고, 쌀 거 다 싸고! 집이 없으면 특급호텔에서 지내면 됩니다.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사죄의 글? 글로만 사죄합니까? 사죄는 돈으로 하는 거예요!
2008년 대통령 특별사면 받은 후로 대학에서 강연까지 하셨더라고. 자신만만하게 세계를 품자! ..아니, 어떻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특별사면 누가 해줬어! 08년이면 어....노무현! 야! 그러고도 국민들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을 외칠 수 있습니까 ...응? 그때 노통이 아니라 명박가카야? ....죄송합니다. 이렇게 가카는 오늘도 1승 챙깁니다.
심지어 오늘 올라온 기사들 봐봐. 세계경영 신화! 고 김우중 회장! 소박한 장례. 선진국 진입 못해 미안하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그의 소신! ...내가 장례식장 부러워서 이렇게 열폭하는 거 맞아! 국화만 천 송이 깔아놓은 배경인데 이게 무슨 얼어 죽을 소박이야! 그 돈으로 추징금이나 내시죠!
후우... 그런데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더라. 내가 틀린 말 하는 건 아니잖아. 그런데 망자에게 이렇게 하는 모습이 뭔가...싸가지 없어 보여.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게 되고. 여러분도 그렇죠? 저 미친 놈, 씹을 사람이 없어서 죽은 분을 까네.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가 벌인 과오는 지워지지 않아요! 죄는 씻고 죽으셔야지!
여하튼. 난 용서하지 않겠어. 미래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김우중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 역사에 다시 등장하게 해선 안 돼. 또 IMF 맛 보게? 커헉. 95년 이후 생들은 모르려나? 니들이 무한경쟁 속에 공정성 타령해도 결국 치킨집 차리게 된 거에 혁혁한 공을 한 것이 IMF야! 크흠.
그런데 우리의 째용님이 김우중님을 이어 쌈바를 추시니 얼마나 기가 차. 오늘도 문재앙의 마수에서 꿋꿋하게 대한민국을 이끄사, 이시대의 진정한 지도자라 마지않는 그 분이! 주가조작, 회계조작, 국민연금 주주작 주주작! 이게 자본주의냐! ...아, 이래서 자본주의지. 찰싹!
경제신문들께서 고인의 길을 축원해주었으니, 난 침을 뱉겠어. ..나 같은 놈도 있어야지. 그럼...그의 굴곡진 삶처럼. 회장님부터 소년가장까지...
고인의 명복을 안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