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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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즐거운 구속 (0) 2019/12/19 PM 10:31

 

 

 

즐거운 구속

 

 

게임! 오늘은 우리 전문분야에 대해 심도 있는 토의를 해 보실까! 현대인치고 게임 안 하는 사람 없을 거야. 이건 구글 플레이스토어 순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인기순위, 급상승, 최고 매출, 인기 유료 가릴 것 없이 상위권은 모조리 게임!

 

나도 게이머로 자부해. 평생을 게임과 같이 살았어.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제가 폰에 게임이 없어요. 하하하. 진짭니다. 볼래? , 확인해 봐. ...? 구닥다리 폰이라 안 돌아가는 거 아니냐고? ! 이래봬도 LG 전설의 명기 지프로2 입니다! 웬만한 건 꾸역꾸역 돌린다고요!

 

사실 작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하루 종일 잡고 있던 폰겜이 있었어. 이름은 들어보셨나? 검은고양이 위즈! 하루의 시작과 끝을 이 게임과 함께 했습니다. 퀴즈를 풀며 세계를 구하는 아주 교훈적인 게임이었지....는 개뿔! 매주 쏟아지는 새로운 캐릭터를 뽑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가챠! 가챠! 이타다끼!

 

그래도 재밌었어. 가성비 국밥충인 이 몸께서 무려 현질을 하게 만들었단 말야. 얼마나? 10만원 했나? ...음머~ 흑우 나가신다! 에휴, 지금 생각하면 그 돈으로 돼지국밥을 20그릇 사 먹을걸!

 

이렇게 재밌는 게임을 왜 그만뒀냐? 크흑. 여기엔 슬픈 전설이 있어... 제가 그만둔 거 아닙니다. 게임이 망했어요. 섭종! 캬하하. 냉혹한 자본주의 논리를 눈 속 깊이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서버비도 충당 못하는 게임 끌고 갈 필요 있나. 죽여! 아아, 그렇게 위즈는 갔습니다. 덤으로 제가 갈아 넣은 인생 4년도 날아갔죠.

 

그 뒤로 폰겜은 쳐다보지도 않아. 디지털 화폐에 왜 실물화폐를 갈아 넣는데? 아유, 흑우들. 오늘도 리니지M에 인생을 바치는 인생들이 정말 불쌍합니다. ...찰싹! 자기도 갈아 넣고선. 크흠. 그런데 참 이상하지. 인생겜이 섭종을 했는데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더라? 그래, 이정도 했으면 오래 버틴 거지. 놓아줄 때가 됐어. 이런 해탈적 마인드만 가득했어.

 

돌아보면 정말 별거 아닌 거에 목숨 걸었어. 하루라도 로그인 보너스 못 받으면 성질이 뻗쳐서 진짜! 일일 퀘스트는 무조건 돌아주는 것이 인지상정. 경쟁 이벤트라도 열리면 밤을 새며 돌렸지. 100등은 몰라도 500등 안에는 들어야 해! ...이 열정으로 공부했으면 5급 공무원은 됐겠다. 뭐에 미쳐서 그렇게 열심히 했을까?

 

히키코모리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사회관계? 혹은 성취감? 그럴지도 몰라. 현실은 앞날이 안 보이는데 게임에선 적어도 미래가 확실하니까. 시간을 쏟아 부은 만큼 캐릭터 능력치가 오릅니다. 물론 시간보다 현질이 더 강력하지만요. . 그러니 열심히 돈 벌어서 투자하세요.

 

그래도 게임은 실전 인생보다야 저렴한 축이야. 현실은 뭡니까? 능력치 하나 올리려면 학원에, 인맥에, 개인 트레이너에 한두 푼 드는 게 아니죠. 게다가 템빨로 자랑하고 싶다? 요새 페라리가 얼마지? ...워호. 기본 45. 여기에 유지비 합치면 달에 돈을 콸콸 틀고 다녀야 해. 이런 거에 비하면 차라리 20연 가챠가 알뜰한 삶 아니겠어?

 

아무튼. 반강제로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크흑. 난 이미 노예근성에 익숙해졌나 봐. 새로운 로그인 보너스를 찾아 삼만 리. 그래서 다다른 곳이 바다 건너 일본산 게임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고 행복 배구를 하는 게임이죠. 하악하악. S라인 출렁임을 제대로 느끼라고 무려 PC에서 작동합니다.

 

모니터로 나마 그녀들을 보니 행복하냐? ...아니. 이것도 언제부턴가 의무방어전이 됐어. 매일 들어가서 로그인 보너스 받고, 똑같은 이벤트 패턴에 단순 클릭. 그런데도 왜 하고 있지? 왜 난 일부로 못 묶여서 안달일까? 무과금이라 지갑 손해는 없어. 그래도 뭔가....크흠....자랑할 게 이거밖에 없어서? 지금까지 투여한 시간이 아까워서? 혹은...이거 아니면 집중할 게 없어서....현자타임!

 

나 같은 생각을 하는 분이 한둘이 아닌가 봐. 일본에선 이미 소위 소셜 게임이라는 장르가 하향세래. 데일리, 위클리 미션, 매주 새로운 이벤트와 랭킹전. 이제 지긋지긋하군요! 소셜 게임의 모든 것을 헛되이 생각하진 않지만, 그만둬도 후회는 없다! 키야.

 

모르겠어. 남들이 그렇다고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을 접을 생각은 아냐. 그저... 속박 되지 않는 게임 라이프! 그래! 일주일 동안 훌쩍 여행을 떠나더라도 로그인 보너스 걱정 하지 않는 생활! 여기까진 다다르고 싶어.

 

방법을 생각해 봤는데 말야, ... 일단 게임을 대체할 취미생활을 가지면 괜찮겠더라고. 가령 음악, 미술, 사진, 야구장관람 이런 거. 게임이 아니더라도 완전 집중할 수 있는 그 무언가! 여러분은 어때? ....! 잠깐, 내가 가장 집중할 수 있는 건 사랑인데! 정말 한 사람에게 올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난 모쏠이잖아? ...이 더러운 세상! 사랑을 못해서 게임을 했더니, 건전한 게임생활을 위해선 사랑이 필요하다고요? !

 

에라이! 차라리 소셜 게임 아닌 게임 하는 게 빠르겠다. 날 구속하지 않으면서도 무아의 경지에 이르게 할 게임! 그것은 바로 갓흥겜 히오스! ...왜요? 왜 시공인이라 당당하게 밝히질 못해! 망겜, 블리자드에서 버린 자식이라도 얼마나 재밌는데! ..,.아울!

 

그런데 그거 알아? 히오스며 오버워치며 롤이며 오래 할 게 못 돼. 사람 5명이 모이면 그 중에 던지는 이가 꼭 있다. 그래도 이건 양반이지. 부모님 안부가 예사로 오고가는 정겨운 장면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여의도가 멀리 있는 게 아냐. 바로 이곳! 정치의 시작과 끝! 이거 게임이 아니라 완전 우리네 현실이잖아!

 

, 그래서 더 재밌는 걸지도. ...시공조아!

 

 

 

https://headlines.yahoo.co.jp/article?a=20191203-00000003-moneypost-bus_all&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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