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부터 정책설명
동료가 육아휴직하면 배가 아프다
오랜만에 친구 녀석을 만났어. 아항. 무려 공무원입니다. 캬하하. ...힘들대. 예? 아니, 공무원이 힘들다고? 이 자식이 배가 불렀나! 누군 되고 싶어도 못 되는데! 어! 니가 한번 방구석에서 흥겨운 백수 라이프 살아볼래!
근데 이야기를 쭉 들어보니 빡칠만 하더라고. 세상에. 무슨 공무원 퇴근 시간이 11시야. 이게 말이 됩니까! 공무원이면 뭐야? 철밥통 겸 칼퇴의 상징 아니었어? 헐. 뭐, 부서나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튼 내 친구는 그래. 매일 같이 이어지는 야근에 주말에도 나가서 일봐야 하고, 그런데 가끔 있는 회식에는 빠져선 안 되지.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다!
그래서 내가 그랬지. 야근 수당 받고 좋겠네. ...찰싹! 월급이 너무 적대. 액수는 공개하지 않지만 업무량에 비해선 많이 부족한가 봐. 허허. 일만 힘든가? 아니! 팀장의 쪼임이 장난이 아니랍니다. 미칠 것 같대요. ...흐음. 공무원이 고작 이 정도였어? 실상을 알고 나니 전혀 되고 싶지 않은 걸!
그러던 와 중에 뜬금포 육아휴직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왜? ..업무 중에서도 쉬운 게 있고, 어려운 게 있는데, 이 중에서 어려운 걸 맡게 됐다? 그럼 여자들은 육아휴직 써서 튄다는 거지. 와우...어디서 이 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괜찮니, 친구야?
여기에 회식 이야기가 곁들여지니 아우... 어느새 친구는 여자를 혐오하고 있었어. ..난 회식 가고 싶어서 가는 줄 아나? 자기들은 뭔데 빠지는데! ..코호호. ..야, 너도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 팀장님, 저도 제 생활이 있습니다! 회식에 부르지 마세요! 이렇게..목구멍까지 끌어올렸다가 간신히 참았어. 어... 친구 마음을 후벼 팔 직언은 할 수 없었거든. 한들 소용도 없을 것 같았고.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여혐의 강을 건넜습니다. ..응?
변해버린 친구를 보고 있자니 착잡하더라고. 참... 왜 이렇게 됐지? 이게 다 조직생활 때문이다? 흐음. 난 한평생 백수로만 지내서 모르겠어. 여기 조직생활 좀 해봤다는 분 없어요? 어때요? 친구 심정에 공감됩니까? ....호오.
난 무조건 육아휴직 찬성파였어. 육아휴직이 뭐야, 모든 휴가는 무조건 옳다! 우리가 공장부품 되려고 태어난 건 아니잖아. 행복한 붕가 생활 하고, 게임도 하고, 잠도 푹 자야 사람답게 사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문대통령이 휴가 좀 쓰라고 말한 것에 묘한 파이팅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어째, 본인은 일 중독자 같더라?
여하튼. 그런데 이번 일로 반대편 입장에서 바라봤어. 내가 회장, 사장, 이사, 과장이라면? 흠....육아휴직? 이참에 평생 푹 쉬는 건 어때? 호메시! ... 이야, 상상 롤플레이만으로도 바로 악덕사장 되버리네요.
아닙니다! 나만 이런 생각 하는 게 아냐. 정부에선 육아휴직을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현실은 처참해. 작년 육아휴직 사용자는 약 10만 명. 전체 육아휴직 가능자가 285만 명 정도인데, 적죠? 한 5% 됩니다. 호오...5%? 이렇게 적었어? 고작 이 정도 밖에 쓰지 않는데 이걸로 무슨 업무 떠넘기를 한다는 거야?
여기서 잠깐. 공무원 친구는 그 꼴을 봤을 수도 있습니다. 육아휴직자 중에 65%이상이 공무원, 대기업에 몰려있거든. 와우... 갑자기 다시 공무원 뽐뿌가 오네? 역시 공무원이 어렵다 해도 어떻게 중소기업에 비할 수 있겠어. 당당하게 육아휴직 쓰고 윤택한 생활 하자! 공무원!
아무튼. 어렵네. 아잇, 왜 사장님 마인드 돼서 사서 고생할까. 어차피 난 백순데. ...그런데 말입니다... 이번 일만큼은 이상하게 사장님 편을 들게 되더라! 왜지? 나 왜 이런 거야! ....크흠. 아마 부러움 때문일지도. 난 결혼도 못하는데! 누군 직장에, 결혼에, 거기다 애 가져서 휴가를 쓰겠다고? 어딜 감히! ...이런 사탄 사직서 낼 질투심!
그렇습니다. 크흑. ...아니, 말 나온 김에 다 털고 가자! 스트리머나 프로게이머 중에 군대 미루고 미루다 결혼하고 애 가져서 공익으로 가는 경우! 아잇! 솔직히 좀 배 아팠어. 나도 돈 있고, 아내 있고, 애 가질 형편 되면 그 테크트리 탈 수 있을 텐데! ...MC멍키 보고 있나? 이빨을 뽑기 전에 애를 가졌어야지! 우끼끼! ...응? 스티븐!
어떻게 하면 내 악랄한 심보를 고칠 수 있을까? ...흐음. 일단 전 국민이 모두 육아휴직 쓸 수 있어야 돼. 남자, 여자, 아이, 어른, 대기업, 중소기업 관계없이. 이 정도는 돼야 임산부만 누리는 특혜 소리 들어가지 않겠어? 그리고 인력 좀 늘려라! 어떻게 육아휴직으로 사람 빠지면 주변에서 곡소리부터 나냐!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데, 바로 누구나 결혼할 수 있고! 애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거 안 되면 배알 꼴려서 육아휴직 찬성할 수가 없어! 그렇지 않습니까! 연예도 못하는데 육아휴직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습니까! 나도 좀 애 가져보자! ....응? 야! 노오력? 노오력! 네덜란드처럼 섹스보조금 줄 거 아니면 노력에 력자도 꺼내지 마세요!
크흠, 어쩌다 보니 내 정치성향 다 들어났네. 나만 잘 살면 돼! 주의. 그런 의미에서 사장님들, 육아휴직자 자르시고 절 채용하심은 어떤가요? 이 인간은 무료로 해 줍니다. 지금까지 모쏠이었고, 앞으로도 그러합니다. 육아휴직이 뭔가요? 연예조차 못 하죠. ..일만 하는 노예! 일해라 어서! 찰싹 찰싹!
그렇게 세상은 출산율 0으로 멸망했다.
뭘하던지 사회적인 그룹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이상 그사람들이 그사람들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