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접속 : 7388   Lv. 81

Category

Profile

Counter

  • 오늘 : 2483 명
  • 전체 : 2891357 명
  • Mypi Ver. 0.3.1 β
[칼린풍자쇼] 중고로운 신뢰나라 (0) 2019/12/27 PM 09:47

 

 

 

중고로운 신뢰나라

 

 

끼요옷! 드디어! 수리 보냈던 마우스가 왔어요! 양쪽 버튼이 완전 맛이 갔었는데, 이제 짱짱합니다! 6천만 회 클릭 보장 스위치로 교체했습니다! 그런데......교체한 스위치가 중국산이야. 에잇, 아무렴 어때! 6천만 회인데! 요즘은 중국산이 알아줍니다!

 

AS기간은 이미 한참 지나서 사설수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어. 인터넷 뒤져가며 최고로 추천 많은 곳에 의뢰했죠. 그래서 만족하냐? 흐음....그게 말이지. 다시 맡기라고 한다면 살짝 주저돼. 마우스 맡긴 날이 1113. 그걸 오늘에서야 받았습니다. 맙소사. 한 달도 넘게 걸렸네. 무슨 중국발 알리익스프레스 국제배송도 아니고!

 

사실 너무 오래 걸려서 혹시나 했어. 이 분 혹시 지금 먹튀? 수리건 왕창 모은 다음 한방에 튀기! 2009년부터 시작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지만, 자고로 큼직한 사기는 뭡니까? 신뢰가 쌓이고 쌓인 가운데 뻥 터지죠.

 

더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 연락을 해도 받질 않아. 접수문자는 찰떡같이 답장해 주시더니. 수리 다 되가나요? ... 소심한 성격에 용기 내어 통화버튼까지 눌렀건만, 지금은 고객님이 받을 수 없습니다. 뚜뚜뚜. ..끄아악!

 

나랑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더라고. 사이트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언제 수리 마우스 돌려 줄 거냐, 수리 취소한다, 답변은 왜 안 달아주냐 성토장이 돼있어. 이거 이거 불안한데! 심장이 벌렁벌렁했습니다.

 

아니야, 아닐 거야. 그래...하하하. 장인정신 때문일지도 모르잖아. 마우스 한 땀 한 땀 뜯어서 고치느라 늦어지는 것일 수도. 그래, 그럴 거야.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로지텍 마우스 수리 시간 얼마나 걸리나요? ..스위치 교환에 20분이면 끝납니다. ?!

 

이때부턴 본격적이었습니다. 걸렸다 요놈! 이 정신으로 임했지. 우선 상대방 정보를 수집한다! 바로 프로필 기반 구글링 들어갔습니다. 유명한 분이라 그런지 정보가 엄청 나오더라. 심지어 정치성향까지! 프로필 사진에 노란 리본이 보이는 거야. 요호호....이건 세월호인가... 여기서 사고의 전환이 일어났어. 한 순간에!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이 사기를 치진 않을 거야!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났을까요? ...! 이미 마우스 잘 받았다고 했지! 이런...누가 이 따위 김빠지는 전개를 했담. 으휴. 찰싹! ..쨔잔! 보이십니까? 하악하악. 6천만 회 스위치 들어간 로지텍 지구공! 부러우면 지는 거....? 남자는 이런 거에도 감동한다고요!

 

아무튼. 이번 일로 인터넷 거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어. 그 중에서도 특히 신뢰의 상징, 중고거래! 지갑 사정 어두운 우리에겐 생활필수품급이지. 여긴 뭐랄까...자기배반적인 카오스가 있어. ..뭔 소린지 내가 말해놓고도 모르겠네! 그러니까...이를테면 이런 거.

 

한 날은 사기 당했다고 하소연 글이 올라와. 사기 당했습니다. 저 어떻게 하죠? 그럼 댓글에서 위로 겸 충고가 펼쳐져. ..아니, 그러게 꼭 확인하고 사시지. 물건 살 땐 무조건 직거래 아니면 안전거래 해야 합니다. 구입 전에 꼭 인증샷 보내달라고 하세요. 등등.

 

다음 날은 전혀 다른 입장의 글이 올라와. 물건 하나 팔려고 올려놨는데 더럽게 꼬치꼬치 캐묻네요. 그럼 여기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그래서 전 답장 4번 이상 넘어가면 끊습니다. 중고사면서 신품 바라는 인간들 있다니까요. 네고 해 달라는 인간들은 바로 차단 먹입니다. ....이야 살벌하다.

 

. 내말 맞지? 자기배반적 카오스! 근데 말야, 모두의 중고나라에선 모두가 판매자 겸 구매자 아닌가? 왜 이리 차이 나는 거야? ..똥 싸기 전과 후는 세상 바라보는 느낌이 다른 그런 느낌적인 느낌?

 

아무튼, 신뢰하니 자소서에 뻥으로 읽었다고 했던 책들이 생각나. 신뢰의 속도! 트러스트!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솔직하라, 존중하라, 투명하라, 현실을 직시하라, 기대하는 바를 명확히 하라, 경청하라, 먼저 신뢰하라, 끊임없이 개선하라. 사실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일거야. ...근데 먼저 신뢰했더니 사기당하던데요? ?

 

크흠. 신뢰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만들기도 쉬워요. 확실한 별점 테러와 환불보장서비스가 있다면요! 중국 봐봐. 알리가 건설해 놓은 신뢰의 온라인 거래를! 여기서 잠깐. 그러고 보니 우린 아직 확실한 중고거래 시스템을 완성하지 못했어. 중고나라를 이어 중고옥션, 당근마켓, 번개장터가 생겼다지만 여전히 불신이 넘쳐.

 

쿨거래 자만감 뿜뿜했다가 사기 맞고, 이상한 물건 오고, 직거래 장소 갔더니 연락 두절 되고. ! 안전거래가 뭔가요? 너 일주일 사용하다 반품할 거 같아!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두둥탁. ...이런 수박바!

 

차라리 이럴 거면 국가가 나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갑자기 중국이 부럽네. 핑핑이형 한 마디면 13억 중고거래가 공산당 통제 아래로 들어 갈 테니. ..오늘부로 중화인민공화국의 인민들은 무조건 공산당 안전거래 시스템으로만 물건을 거래할 수 있다. 날래 입금하라우! 이상한 걸로 반품하면 너님은 천안문행이야! 땅땅크!

 

크흑.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있는 자유로운 우리나라에선 안 될 말이야. 흐음. 뭐 좋은 방법 없을까? ...택진이형? 그래! 밤새서 리니지2M 만든 정성으로 하나만 더 만들어 주세요. 평화롭고 공정한 현질의 나라! 모두가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중고거래 허브! 이름하야 열!...찰싹, 이 아니고. ....이름은....트러스트? 빌리브? 둘이 합쳐 트러빌! 어때?

 

NC가 끝까지 책임지는 안전거래 사이트! 구매자도, 판매자도 행복한 세상. NC소프트가 이루겠습니다! ...확률형 뽑기와 함께!

 

그렇게 중고로운 평화나라는 멸망했다.

신고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