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
사진생활을 하니 좋은 일이 참 많아. 방구석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던 녀석이 억지로라도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선 로션 바르고 출동! 어디로? ...걸어갈 수 있는 곳 까지! 끄흑. 카메라 사는데 돈을 다 쓴 나머지 차비조차 없어! 이 멍청한 녀석! (찰싹)
아무튼. 일요일을 맞아 일반인 코스프레하며 꽤 여러 곳을 돌아다녔어. 부산 영주동, 동광동, 보수동, 대청동, 용두산 공원, 그리고 남포동. 바깥 공기 센 김에 어떻게든 운명의 여신과 이어지길 바랐건만! ..안심하세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커헉. 신천지 누나라도 말 걸어줬으면 했다니까.
하지만 실망하긴 일러. 롯데백화점 광복점 앞을 지날 때였는데, 코호호. 드디어 저도 실물을 영접했습니다. 태극당! 우리공화당! ..뉴스에서나 보던 분들을 직접 보니 얼마나 감회가 남다르던지. 서울 사람들은 시청이나 광화문 가면 볼 수 있다지만, 부산은 좀처럼 접하기 힘든 분들이걸랑.
우국충정의 상징 태극기는 말 안 해도 나부끼고 있어. 그 옆에는 똑같은 크기의 성조기가 걸려있고. 여기까진 여러분도 다 예상했죠? ...그럼. 이런 장면 한 두 번 보나. 그런데 그 옆에 생뚱맞은 국기가 하나 더 있네? 뭘까요? ...일장기? 에이, 아무리 그분들이 일본 좋아한다지만 이 시국에 그런 짓 했다간 진짜 벽돌 맞아. 일장기 말고! ....오! 정답! 유대의 별! 이스라엘기가 걸려 있었어.
웬 이스라엘기가 걸려있지? 이스라엘이랑 우리나라랑 뭔 관계야? 트럼프가 유대교 믿어서 그래? 아니면 전광훈처럼 하나님 협박하는 인간이랑 같은 동족임을 내세우기 위해? ..아니면 말야, 폼으로 걸었을 수도 있어. 솔직히 말해 태극기보단 이스라엘기가 멋있잖아? 그랑죠 소환 마크! 그리기도 얼마나 쉬워. 이에 반해 태극기는 헷갈리기 그지없지. 까놓고 그 분들 중에 태극기 제대로 그릴 수 있는 인간이 몇 명이나 될까? 앙?
나만 이런 생각 한 게 아니더라? 이미 인터넷에 이 문제에 대해 질문한 글이 많아. 네이버 우주신께서 답변하시길, 문재인 정부가 종북 정부로써, 우리나라를 공산국가로 만들려는 것을 막는다는 의미로 그러는 것입니다...예? 아니, 우주신님. 미국이야 그렇다고 쳐요. 그런데 이스라엘이 우리나라 공산화랑 뭔 관계에요? 흐음. 정말 우주신 등급인지 의심되는걸!
뭐, 이 문제는 여기서 마무리 짓기로 하고. 그 다음 단골 레퍼토리! 문재인은 꺼지고, 박근혜를 다시 대통령으로! 켈켈켈. 이것도 너무 식상해서 이제 관심도 못 끌어. 좀 더 꼴통스럽게 해야 어그로 끌 수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박근혜를 이 나라의 칼날 여왕으로! 북한이 김 씨네 3대 세습을 한다면 우린 박 씨네 세습으로 맞선다! 이 정신! 브라보. 우리공화당 다이아 이상급 간부님 보고 계시다면 연락주세요. 제가 한 어그로 끕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신박한 푯말을 발견했어. SEX! 농담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적혀 있었다니까. 추미애 개잡년! SEX! ..와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패턴인데..어디지? 어디였더라... 아! 그래! 한창 중2병 성호르몬 흐르는 중학교 앞 담벼락에 이런 낙서 많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SEX! 욕 뒤에도 SEX, 누구랑 누구 사귄대요 뒤에도 SEX! ..에이, 다 큰 어르신들이 중학생 수준으로 비난해서야 되겠습니까?
아무튼. 추미애 까기라. 왜, 법무부장관 되고 나서 하는 짓이 상당히 마음에 안 들었나 봐요? 그런데 어르신. 추미애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뭡니까? 윤총장 손 발 자르는 일이잖아요! 그럼 응원하고 좋아해줘야지, 왜 SEX 타령 하고 난립니까! 혹시 까는 의도가 아니라 빠심에서 나온 말이에요? ..하긴, 추미애 장관이 한 매력 하지.
진짜 박근혜 추종자들이라면 윤석열을 좋게 볼 수가 없어. 지금 박근혜가 이 꼴 난 이유에 상당 지분 갖고 있는 사람이 누구? 윤!석!열! ..댓글수사 기억나?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랑 맞짱 뜨면서, 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키야! 그리고 문재인 정권에서는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한 것도 윤석열! 게다가 작년 4월엔 박근혜가 허리 아프다고 신청한 형집행정지도 불허한 사람이 윤석열이었어.
이런 씹어 먹어도 시원찮은 윤석열을 추 장관이 컨트롤 해주겠다는데, 왜 여기에 태클을 거는 거야? 설마...이 분들 진성 추종자 아닌가? 그냥 위에서 시키는 대로 나온 거야? 윤석열이 어떤 인간인지도 모르고? .....실망이야!
물론 용돈 벌로 온 분들이면 이해할 수 있어. 그러나 뼈 속까지 진성 꼴통(찰싹!), 진성 박근혜 추종자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도 보였단 말야. 3시간 가까이 스피커 빵빵 틀어놓고 문재인 까는데, 이 정도 인재는 알바로 구할 수 있는 레벨이 아냐. ....응? 알바 비하 절대 아닙니다! 너, 우리공화당에서 보낸 자객이지!
킁. 농담이고. 아무튼. 스피커 성능이 어찌나 좋던지 남포동 둘러보는 내내 일장연설을 모조리 들을 수 있었어. 문재인 까는 거야 기본이고, 고인이 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까지 통으로 조리돌림에, 학생들이 이상해진 건 좌빨교육 때문이라는 100년 대계론까지. 그런데 왜 이렇게 식상하지? 아무도 관심을 안 줘.
당연합니다. 1950년 런승만 이래로 근 70년을 반공 하나로 우려먹는데 안 질릴 사람이 어디 있어! 그것도 엉터리 반공! 사실과 이성은 같다버린 채 이념에 사로잡힌 사이비 종교! 여기서 문제. 이스라엘 국기까지 쳐들면서, 십자가 길 걷는다는 하나님의 자식들이, 어!, 왜 우주의 기운을 받았다는 박근혜를 그렇게 따르는 걸까요? 1. 그들도 사...크흠. 등골이 싸늘한 게, 아테나님이 그만 입 다물래. 나도 똑같은 놈이라 하시네?
예? 제가 왜 그 사람들이랑 똑같아요? ...빠가 까를 만든다. 호메시! 찰싹! 이 못난 녀석! 그 분들과 대화하고, 교류하고, 감정을 나누고, 은근슬쩍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까느라 신나서 우끼기 거리고 있었다니! ...오, 지져스 몽키스패너.
다음에 그 분들 만나면 잘 애기 해 봐야겠어. 첫인사가 중요한데 뭐가 좋을까?...아! 제가 바로 박근혜의 숨겨진 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