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893616.html
요양을 위한 나라가 없다
부산 감천문화마을 가 보신 분! ...오! 생각보다 많네? 난 부산 살면서도 오늘 처음 가 봤어. 핫. 남들과 다른 점이라면 집에서 걸어갔다는 걸까? ..크응. 별거 아냐. 한 2시간 걸어가니까 도착하더라. ....저처럼 하지 말고 차타고 가세요! 산 2번 타면 다리가 후덜덜 합니다.
뭐, 괜찮아. 걸어가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을 봤걸랑. 무슨 풍경? ....미안, 정정할게. 풍경이라기보다는 그...사람 사는 모습? 그래, 사람 사는 모습. 관광객들이 몰리고, 카페며 기념품 가게가 줄지어 있는 곳, 뒷면의 모습 말야.
문화마을? ...모르겠어. 내가 본 모습은 문화라 포장하기엔 너무...무거워. 부산에서 달동네하면 내가 사는 수정동이 최고봉일줄 알았거든? 그런데 수정동 뺨치는 곳이 너무나 많아. 감천문화마을도 그 중 하나지.
가파른 계단, 좁은 골목길, 깨진 유리창, 쇠사슬에 매어있는 LPG 가스통, 작동하지 않는 기름보일러, 노란 접근금지 테이프, 굳게 닫힌 교회, 녹슬고 떨어져나간 벽....그리고 거기서 살아가시는 분들. ....모르겠어. 앗, 그렇다고 이 동네를 뜯어고쳐야 한다 이런 건 아냐. 오히려 그 반대면 모를까. ...남루한 곳 외에는 날 받아주지 않을 거 같아. 그 남루함 때문에 기대어 살 수 있어. 아잇, 더 헷갈리네! ...내가 너무 감상적으로 바라보는 거야? 잘 살고 있는 분들 괜히 주제넘게 동정하는 눈빛으로? ....죄송합니다! 머리 박겠습니다!
아무튼. 아무도 없는 전망대에서 해 지는 모습을 바라보니 기분이 묘하더라. 별 생각이 다 났어. 늙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죽음은 뭔가, 내 차례가 다가오면 어떻게 하지? 코호호. 아직 유예기간이 조금 남았지만 곧 이야. 아빠, 엄마, 어떻게 하지! 부모님 등골 빼먹는 건 알아도, 모시는 법은 몰라! 나 할 수 있긴 한 걸까?
연예를 포기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자식을 포기했어. 그러나 낳아주신 부모님은 포기할 수 없지! 그렇기 때문에 더 무서워. 아빠가 치매에 걸리면 어쩌지, 엄마 위장 안 좋은데 위궤양이라도 생기면 어쩌지, 암은! 오 갓. ....어우, 오늘 분위기 너무 딥 다크하네. 이 정도까지 심연으로 처박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크흠.
그러나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분들을 위해 국가가 있습니다! 치매국가책임제! 앙? 불효막심한 자녀들 때문에 혼자이신 분도, 눈칫밥 주는 아들딸 때문에 불편하신 분도 이제 걱정 끝! 지금 당장 요양원으로 들어가세요! 비싸냐고요? 천만에! 국가가 80%를 부담합니다. 너님은 오직 20%만 내면 된다는 사실! 월 40만원만 내시면 됩니다 ...이것도 없다고요? 그럼 곤란한데.
훗. 소득 제로인 나야 고생하겠지만 일반 직장인이면 어떻게든 맞출 수 있지 않을까? 부모님 두 분 해서 80만원. 그래, 월 80이면 괜찮지. ...비싸다고? 워워. 생각해 봐. 80만원으로 현대판 고려장(찰싹!), 크흠. 부모님을 안락하게 모실 수 있는데, 이게 뭐 비싸. 사람은 자고로 눈에서 멀어지면 근심걱정도 안 하게 돼 있어.
....왜? 아잇, 현대판 고려장은 취소할게. 선 넘었네... 그래도....우린 알잖아! 요양원이 얼마나 열악한 곳인지! 사람이 살 곳이 아닙니다! 요양원 관련 뉴스 봐봐. 사회복무요원들이 가장 가기 싫어하는 곳! 중간에서 돈 빼먹기 가장 쉬운 곳! .,손발 묶고, 때리고, 수면제 먹이고!
그러나 이걸 알면서도 보내드려야 하는 것이 현실일까. ..증조할머니가 치매였어. 아무것도 모르는 꼬꼬마였지만 집안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눈치 챘지. 매일 매일 계속되는 할머니의 고함, 더 무기력해지시는 증조할머니. 그 사이에 엄마, 아빠. 가족의 정마저 끊을 정도의 고통. 그것이 치매였어. ...그런데 증조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할머니가 제일 슬퍼하더라.
아잇, 오늘 분위기 왜 이러냐. 반전도 안 되네. 에잇 몰라! 오늘은 개그 다 포기하고 블루로 갑니다. 아무튼! 목표는 이제 분명해졌어. 살만한 요양원 만들기! 살만한 요양원? 간단합니다. 모든 일이 제대로 안 될 땐 돈이 모자란 건 아닌지 확인해 봅시다. 호우! (찰싹!)
실제로 돈이 문제야. 요양원에서 인간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난 데엔 환경요인도 강력하거든. 한정된 인원이 그 많은 사람들 돌봐야 하니 묶고, 때리고, 수면제 먹이는 거지. 화장실 같이 갈 시간도 없어서 다 기저귀에 싸게 하고. 크흠. 그래야 이익이 남으니까.
이 돈 문제에 일조하는 새퀴들이 있으니 바로 중간에서 떼먹는 놈들! 군대, 학교 급식소에서 봤던 주작질이 여기서도 통해. 콩나물 지푸락스! ..여기에 국가보조금 후루룩 잡수는 방법도 다양하지. 기준보다 요양사들 적게 뽑고, 야간 서비스 없애고, 정원보다 더 받고. 그렇게 해서 2018년도 적발된 부당청구액만 152억이야.
왜 이렇게 됐을까? ...이건 마치 유치원과 비슷해. 비리의 온상이었던 사립유치원. 아유, 유치원 3법 통과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크흠. 오늘 주제는 이게 아니고! 여기서 퀴즈. 우리나라 요양기관 중에 국공립 수는 얼마나 될까요? 참고로 전체 요양기관 수는 2만 1400개 정도 돼. ...5천개? 땡! 낮아. 아주 많이. 정답은 245개. 245개! 전체에서 1.1%!
크흑. 유치원보다 더 급한 것이 국공립 요양원이었어. 초고령화 사회라면서 왜 이따위 숫자야! 국공립 요양원 들어가기가 하늘에 별 따기야. 그 어렵다는 아나운서 시험도 여기엔 못 비벼. 1313대 1! 제발 국공립 요양원에 들어가게 해 주세요!
물론 민간요양원 중에도 양심적인 곳 많아. ...정말? 크흠.(찰싹!)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왕이면 국공립 당기는 것이 사람 심리 아니겠습니까! ..문대통령이 정말 치매국가책임제를 말한다면 국공립 더 늘려야 돼. 어디까지? ..나 같은 백수 불효자도 걱정 없이 부모님 모실 수 있을 때까지. ...응? 예산? 예산이야...어...대통령이 알아서 하지 않겠습니까!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복지비 늘리는 당 찍을 거야!
아테나님. 온 세상에 지혜를 내려주세요. 치매 걱정 없는 세상. ...모두 파이팅!
공공요양원, 대기인원 1313명 :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89668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