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없는 맛집
다들 건강하지? 핫. 바이러스 공포가 휩쓸고 있는 가운데도 보러와 줘서 고마워.
어제 마스크 쓰는 법 배웠잖아. 에휴. 괜히 알았어. 눈만 높아졌다고! 오늘 길 지나가면서 마스크 착용 상태를 보는데 아주 손이 근질근질해. 제대로 씌어주고 싶어서! 입만 가리고 코는 삐쭉. 선생님! 코! ..지하철에선 초딩애가 답답해서 비비꼬고 있더라고. 엄마는 앞에서 말리고. 그 사이에 엄마손, 아기 손 양방향으로 마스크가 구깃구깃 하는데, 어머니! 차라리 벗기세요! 습기와 손 때 묻은 마스크는 더 위험할 수 있다고요! (찰싹!) 어머니 사랑을 매도하다니. 크흠....응? 나? 당연히 마스크...안 썼지. ...죄송합니다.
텅빈 거리. 중국발 미세먼지 없는 겨울 하늘은 환영하지만, 글쎄,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한 분들은 지금 뼈와 살이 떨리고 있지 않을까? 백화점, 마트, 화장품 매장, 면세점, 정관장. 중국 관광객 안 오면 어떻게 버텨? 아아, 인터넷에선 중국인은 다 죽어야 한다 과격파도 있지만 현실은 복잡하다고. ..우린 원한다! 중국 관광객! 명동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잠깐, 이 심정이야말로 아베가 우리에게서 느꼈던 감정인가! (찰싹!)
내가 사는 부산도 관광도시화 다 됐거든. 다른 사업은 경쟁력을 오래전에 상실했어. 너무 고향 비하했나? ..사실인 걸 어떡해! 부산하면 생각나는 기업 있어? 없어! 떠오르는 건 자갈치, 해운대, 영화의 도시, 돼지국밥. 다 먹거리 볼거리야. 아무튼,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부산에도 중국인 관광객 많이 보였는데, 이 시국엔 모르겠어.
전시회나 영화관도 죽상이지? 남산의 부장들. 잘 만든 영화가 이래서야 장사되겠어? ..해외 직구족도 미쳐버리기 일보직전이야. 춘철로 일주일 날린 것도 모자라서, 이제 코로나 폐쇄까지 겹치니 완전 망했지. 안 그래도 기본 한 달 잡는 중국배송이 이젠 반년 찍을 기세라니까. 참고로 나, 작년 블프 때 알리에서 지른 스마트폰 충전기가 아직도 안 왔어. ..아니, 그렇다고.
그럼에도 꿋꿋이 와글와글한 곳은 어딜까? ...응? 광화문? 오호. 들었어. 한 손엔 태극기, 한 손엔 성조기, 다리 사이엔 이스라엘기. 이제 착용템이 더 늘어났네? 얼굴엔 마스크와 고글! 그 분들 열정은 알아줘야 돼. 정말 목숨 걸고서라도 우국충정을 뽐내시잖아. ....뭐? 현 정부의 방역대책을 믿어서라고?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가 없다. 건강하게 시위하세요!
광화문 외에도 각종 종교시설은 그래도 모이지 않겠어? 그럼! 이 위험상황에서 믿음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신자 된 도리지. 십자가의 길! 그래도 여러분을 사랑하는 예수님이라면 걱정하실 거야. 제발 교회 나오지 말거라! 코호호. 우리 엄마가 다니는 성당 사정은 어느 정도 들었어. 여러 명이 보라고 있던 성경, 기도서, 찬송가 싹 다 치웠대. 심지어 성수까지. 대신 그 자리에 손세정제가 뿌려졌지. 핫. 주님의 이름으로 살균!
여기서 잠깐, 소위 줄서서 먹는다는 맛집은 어떻게 되지? 제주도 연돈! 어휴. 한번 먹으려면 그 전날 가서 텐트 치고, 16시간 대기 끝에 먹을 수 있다는 전설의 돈가스! 난 집 앞에 있더라도 포기하겠어. 어떻게 그 시간을 기다려. 16시간 줄서면서까지 기다릴 수 있는 음식은 농후한 누님의 모유밖에 없(찰싹!)....모유는 바나나맛 우유!...죄송합니다.
장사하는데 초쳤나? 아니! 솔직히 그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3대천왕, 골목식당에 나온 몇몇 가게들 다녀와 봤거든. 저기 부산에 모 통닭집. 여긴 TV나오기 전부터 알았어. 할머니가 시장에서 가끔 사오셨지. 맛은 그냥 발전된 시장통닭이야. 부들부들한 맛. 줄 서서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아니나 다를까, 요새 가보니 한적하더라. 크흠. ...오늘 좀 위험하네.
에잇, 깐 김에 다 까! 저기 충청도에 무슨 읍성! 어! 거기도 줄 서서 먹었지. 제 평가는요! 줄 없어도 안 먹을 거 같(찰싹!) ...크흠. 비빔밥이 너무 싱거운 걸 어떡해! 강렬한 부산 양념에 길들여진 날 72%도 충족시킬 수 없었다고! 사장님 죄송합니다!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MSG 팍팍 쳐 주세요! ....선 넘었어? ....후우. 머리 박겠습니다.
아무튼. 바이러스가 마스크 멱살을 잡아끌고 있다 해도, 우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 상인 여러분 장사 다 잘 되시고, 식당 버글버글 하시고, 교회는 헌금 잘 걷으시고, 마트에선 김 많이 파시고, 백화점은 VIP 잡으시고, 광화문은 건강하게 시위하세요.
그 동안 전 기회를 틈타 줄 안서고 맛집 투어 하겠습니다. 재채기 한 방에 홍해가 갈라질 지어니! 이것이 창조 민폐!
..는 궁예님이 철퇴를 내렸으니 안심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