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카인 스톰
안타깝지만. 오늘도 코로나 관련 얘기야! ..에이, 오늘만 하면 이제 입 털 거리도 없어. 안심하고 시청하십시오.
요즘 들어 백수 프리미엄이 더욱 눈에 띄어. 아항? 밖에 나가질 않습니다. 코로나 걱정 따위 할 필요가 없지. 하루 7명 이하 만나는 사람은 감염위험 적다, 코호호. 무려 카이스트 연구팀이 발표한 거라고. 7명? 7명이 뭔가요! 가족이 전부! 너와 나는 안전합니다!
거추장스럽게 마스크 쓸 필요도 없어. 핫.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한번 써보겠습니다! 오늘 미친척하고 하루 종일 마스크 써봤어. 예행연습은 해 둬야 나중에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호오. 느낌은요! ...이거 진짜 바이러스 방지 되는 거 맞아?
아니, 내가 환자라면 쓰는 게 맞아. 안 퍼뜨려야 하니까. 근데 멀쩡한 사람이라면 글쎄. 오히려 역효과 날 거 같은데! 이런 이기적인?, 자기중심적 사고엔 근거가 있어. 하루 마스크 착용하고 얻은 교훈이지.
일단 숨은 생각보다 잘 통과해. 살짝 뜨거운 공기를 코앞에 머금는 듯한 느낌이지만, 갑갑할 정도는 아냐. 물론 격렬한 해피타임 중에는 벗어야 하지만. 크흠. ..문제는 딴 데 있었지. 그 알 수 없는 침 냄새!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침 구린내도 아닌데...그래! 아기 구토 냄새! 역하지는 않지만 분유분유한 느낌 알지?
향기로만 따지자면 별 거 아냐.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걸? 그러나 어쭙잖은 의학지식 쌓은 내 머리는 경고장을 날려. 닌겐, 이것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냄새다. 당장 습기 축축 천조가리를 벗어라! 신선한 공기!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선 마스크 쓰는 걸 권고하지 않아. 왜? 마스크 쓰고 있다간 총 맞기 딱 좋으니까. ..는 피부색에 따라 달라지는 거고 더 큰 이유가 있어. 어오, 나 방금 사람 차별적 발언 했어? 어...괜찮아! 나도 노란 멍키니까. (찰싹!)
진짜 이유는요! 마스크가 생각보다 효과 없어서! 아항? 생각해 보면 당연해. 그 축축한 것을 입에 대고 있는데 좋을 리가 없지. 게다가 마스크 쓴다고 눈까지 가려주는 건 아니잖아? 입만 우리 몸이냐? 눈도 우리 몸이지! ...응? 그래서 고글까지 쓴다고? 그런 투철한 분들이야 말리지 않겠어. 아무튼. 진짜 중요한 건 손 박박 씻기! 오케이! 손 씻기! 땡큐!
그나저나 이 모든 사태의 시작으로 알려진 박쥐. 캬아. 박쥐 녀석 이번이 처음이 아냐. 에볼라, 사스, 메르스도 시작은 박쥐였지. 워워. 그렇다고 미워하진 말아줘. 박쥐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인간이 문제다! 잘 살고 있는 애 괜히 건들고, 잡아먹고, 나무 다 베고. 어! 우리들 중 죄 없는 자, 박쥐에게 돌은 던져라.
딱 하나 박쥐 탓을 하자면, 넌 왜 그렇게 바이러스가 많니! 날아다니는 쥐 아니랄까봐. ...응? 박쥐랑 쥐는 완전 다른 목이라고? ..알겠습니다. 크흠.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아까 언급한 무시무시한 바이러스 외에도 헨드라, 니파 같은 듣도 보도 못한 것까지 합쳐 200종 이상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대. 와우.
아니, 인간처럼 365일 붕가에 미친 종족도 아니고, 고작 동굴에 거꾸로 붙어사는 녀석들이 왜 이렇게 바이러스의 온상이 됐을까? ...날아다니니까. 정답! 박쥐에게 격리란 있을 수 없지. 나는 자유쥐다!
그 외에도 여러 요인이 있대. 예를 들어, 인간 뺨치는 인구밀도. 일부 박쥐는 1제곱미터 당 300마리까지 붙어있다니, 워후. 이건 뭐 고시촌보다 더 하잖아! 또 다른 이유는 오래 살아서! 엥? 오래 살아서? 호오. 관박쥐 같은 경우엔 30년 이상 사는데, 바이러스가 달라붙어 살기에 최적의 연식이지. 30년 임대주택! 그렇지 않고 바닥에 생쥐처럼 1년마다 픽픽 죽어가 봐. 이사 계속 해야 돼. 워워. 바이러스 살 곳이 못 됩니다.
이렇게 대도시형 인간과 유사한 행태를 간직한 것이 박쥐였어. 바이러스가 좋다구나 살아가기에 최적화 된 몸! ..그런데 왜 녀석들은 멀쩡할까? ....오! 정답! 체온이 높아서. 맞아. 포유류 중 유일하게 하늘을 날 수 있는 녀석답게, 몸속에 뜨거운 피가 흐르지. 40도! 인간보다 단 4도 높다고 우습게 볼 게 아냐. 바이러스들에겐 그야말로 불바다니까.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바로 무관심함? 그래, 무관심한 면역반응이야. 웬만한 바이러스는 몸에 들어와도 짝짜꿍 해주는 대인배! 실제로 바이러스보다 그거 잡아먹겠다고 열 일하는 면역체계 때문에 맛이 가는 경우가 많거든. 이번 코로나도 그래. 저 신종놈들 다 죽여라! 우리 면역체계가 사이토카인 폭풍!을 쏴대니 폐가 망가져. ..사이토카인 폭풍? 면역체계가 헤까닥 해서 사방에 사이오닉 스톰 날리는 상태야. 아군, 적군 가리지 않지. 엔 타로 태사다르!
내가 앓고 있는?, 엄마로부터 이어받은 B형간염도 비슷해. B형간염 보균자, 핫. 이 몸엔 바이러스가 떠다니고 있어. 다행히 백혈구랑 티격태격하지만 전면전은 없는 상태지. 마치 북한과 우리나라 같은 상황! 피스! ..그런데 이게 잘못해서 제1차 간경화 대전으로 가잖아? 그때부턴 둘 다 죽어 나가는 거야. 둘이 뭐야, 나도 죽지.
이 너 죽고 나 죽자 죽음의 레이스. 요걸 적절히 타협보기 때문에 박쥐는 오래 산다는 말씀. 와우, 역시 평화는 위대합니다! 같이 좀 살자! (찰싹!) ...뭐, 그렇다고 박쥐처럼 만만디 면역 체계만이 최고다, 그런 뜻은 아냐. 그럼! 외부에서 들어오는 놈이란 놈은 타협 1도 없이 척결하는 백혈구짱도 멋지지. 선택은 여러분 몫!
단지... 열심인건 좋은데, 상황 파악하면서 싸워주면 안 될까? 앙! 니들 난동에 본체가 죽는다, 이것들아! 세균 잡자고 뇌까지 익혀 버리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 ...응? 백혈구가 말해. 그건 니 사정이고, 면역부서는 계속 가동한다. 웟더.
사이토카인 스톰! 바지지지직!
바이러스 저수지, 박쥐 :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ecology_evolution/926169.html